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 칼럼] 내년 `코로나 전쟁`에서 이기는 법](http://contents.dt.co.kr/images/202112/2021122902102269061001[1].jpg "[박영서 칼럼] 내년 `코로나 전쟁`에서 이기는 법")
우리나라 상황도 '바람 앞의 등불' 형국이다. 11월 1일 단계적으로 일상을 되찾는 '위드 코로나'가 시작됐을 때 하루 1000명대 선이던 감염자 수는 12월 들어 8000명 가까이 불어났다. 지금도 확진자는 쏟아지고 있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는 연일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사스, 메르스 등 과거 경험 덕분에 선방을 했었다. 세계의 주목이 모아졌다. 정부는 이를 'K-방역'이라고 자랑했다. 성급한 자랑은 성급한 정책을 가져왔다. 정부는 위드 코로나를 밀어붙였다. 식당, 카페, 노래방 등은 24시간 영업이 허용됐다. 자영업자 사이에선 연말 대목을 앞두고 "겨우 한숨 돌리게 됐다"는 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상황은 금세 암전(暗轉)됐다. 결국 '일상회복'은 45일 만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하는 방역조치와 그때마다 행동에 제약을 받는 국민들은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들에게 힘든 삶을 살도록 강요한다. 자영업자들이 코로나 사태로 인한 피해를 견딜 수 없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보도는 빈번하게 나온다.
그렇다면 왜 감염자가 급증해 버렸을까. 정부는 몇 가지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 우선, 위드 코로나 시작 시기가 잘못됐다. 상황이 나쁜 쪽으로 가고 있는데도 정부는 위드 코로나를 밀어붙었다. 위드 코로나의 근거는 백신접종 완료율이 70%에 달한다는 것이었다. 지난 10월 23일 한국은 이 숫자에 도달했었다. 그러나 그 얼마 전인 10월 중순부터 위중증 환자 수와 사망률이 오르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방역 완화는 이르다고 경고했으나 정부는 위드 코로나 선언을 해버렸다.
백신 공급 지연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한국은 올 상반기 '백신 기근'을 겪었다. 백신이 부족해 접종을 '했다, 안 했다'를 반복하면서 1차와 2차 접종 간격이 무너졌다. 규정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반면 일본 정부는 백신 접종 간격을 규정대로 지켰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선 감염자가 급증하는데 일본에선 감염자가 격감한 것의 원인을 여기서 찾는다. 일본이 백신 접종 간격을 지키면서 집중적 접종을 했기 때문에 집단면역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또 한 가지는 백신이 언제 그 효과를 잃을지를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안전성과 효능, 둘 다 떨어진다는 얀센 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급히 들여왔다. 특히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AZ를 고령층에게 집중 투입했다. 최근 고령층에서 집중적으로 돌파감염이 늘고 있는 것은 이같은 '물 백신' 탓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것은 '정치 방역' 탓이 클 것이다. 표를 계산한 대응이 재앙을 키웠다. 코로나19 보상과 지원에서도 정치적 논리로 일관했다. 선심성 손실 보상보다는 의료시스템 강화를 위해 더 많은 돈을 지출했다면 작금의 병상 부족, 의료 붕괴 위기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일본과 대비되는 이같은 코로나 감염 상황은 내년 3월 대선에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난해 4월 치러진 총선에선 정부의 코로나 대책에 국민적 호응이 일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슈퍼 여당'이 됐다. '코로나 민심'은 내년 대선에서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다. 야당은 내년 들어 감염자 수가 줄어들면 지난 총선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대선을 고려해 일부러 현 상황을 만들어 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진정시키는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정치 방역'을 걷어내고 '과학 방역'으로 대응하면 된다. 제대로 실천하지 않았을 뿐이다. 표보다 국민 생명이 우선이다. 방역에서 정치적 고려를 배제해야 한다. 이것이 내년에 정부가 당장 해야할 일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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