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 칼럼] 탄소중립의 무책임한 과속 질주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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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1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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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칼럼] 탄소중립의 무책임한 과속 질주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정부가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35%에서 40%로 높여서 확정해버렸다. 국제 사회에서의 체면을 국가경제나 국민생활보다 더 강조하는 대통령의 발언 때문이다. 국회 본회의에서 109명의 찬성으로 탄소중립기본법을 통과시키고 고작 한 달 만의 일이었다. 감축 목표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확인된 것도 아닌데 경제계와 산업부의 우려까지 완전히 묵살해버렸다. 공허한 이념에 빠져버린 정치가 국민·산업·기술의 현실을 압도하고 있다.

전 세계의 에너지 시장이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다. 심각한 에너지 대란이 시작되고 있다는 뜻이다. 미중 패권 싸움에서 중국의 에너지 정책이 길을 잃어버렸고, 유럽의 재생 에너지 과잉 투자의 불똥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러시아와 노르웨이의 천연가스 공급이 줄어들면서 유럽의 천연가스는 올해 초보다 400%나 폭등해버렸다. 톤당 100달러였던 오스트레일리아산 유연탄도 이제는 400달러를 넘어섰다. 원유 가격도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조만간 배럴당 100달러를 가볍게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가격만 오르는 것이 아니다. 물량을 확보하는 일이 심각하게 어려워질 것이라고 한다.

전력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중국 인도 레바논이 모두 대규모 정전 사태를 겪고 있다. 세계경제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중국발 에너지 대란의 파장이 전 세계 산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애플,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인텔 등 반도체·전자업계만 타격을 받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와 목축농가는 물론이고 심지어 포장용 골판지 상자 제조업자들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정부가 어설프게 내놓은 40% 감축안은 황당한 것이다. 불과 열 달 전에 정부가 UN에 제출했던 '2018년 대비 26.3%'보다 1.52배나 높아졌다. 국제 사회와의 약속인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대통령이 마음대로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는 고무줄로 착각해버린 것이다. 제조업의 비중이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은 28.3%나 된다는 현실은 절박한 것이다. 그런 현실에서 우리가 매년 미국의 2.81%나 EU의 1.98%보다 월등히 높은 4.17%의 배출량을 감축하겠다는 발상은 비현실적인 것이다. 우리 경제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제철·정유·시멘트·석유화학 등의 에너지 집약적 산업을 통째로 포기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의 37%를 차지하는 전력 생산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44.4%나 감축하겠다는 목표도 비현실적이다. 석탄 발전량을 줄이고, 신재생을 늘이겠다는 막무가내식 정책은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지난 4년 동안의 탈원전 정책으로 설치한 신재생 설비의 비중은 고작 6.6%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과정에서 발생한 환경 파괴도 감당하기 어려웠고, 한전의 재정 상태는 최악으로 치닫고 말았다. 그런데 앞으로 8년 동안 신재생의 비중을 30.2%까지 늘이겠다는 정책은 억지일 수밖에 없다.

신재생의 과속에 따른 경제적 부담은 오히려 작은 문제일 수 있다. 신재생의 계통 접속과 송전망 관리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워지는 것이 훨씬 더 심각한 현실적 어려움이다. 전국의 오지에 흩어져 있는 소규모 태양광·풍력 설비를 국가 송전망에 접속시켜서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신재생의 변동성·간헐성을 극복하는 것도 어렵지만, 전문성과 책임감을 기대할 수 없는 영세 발전업자들의 관리는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있는 스마트 그리드 기슬로도 극복할 수 없는 난제 중의 난제다.

물론 국제 사회의 시대적 당위인 탄소중립을 무작정 외면할 수는 없다. 우리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처럼 탄소중립을 단호하게 거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 남은 길은 하나뿐이다. 세계 최고의 경제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은 원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에너지 빈국인 우리에게 원전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연일 수밖에 없다. 불법적으로 중단시켜놓은 신한울 3·4호기의 공사를 재개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원전이 무서워서 포기하겠다는 패배주의로는 국가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탄소중립이 아무리 당위적인 목표라고 해도 국가와 국민이 감당할 수 없으면 어쩔 수 없다. 모든 꿈이 현실화될 수는 없다. 무책임한 과속은 사고의 원인이다. '불가능한 일을 하겠다고 큰소리치지 않겠다'고 했던 4년 전 대통령의 약속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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