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정치박박] 오징어게임 닮아가는 국힘 경선

6차례 토론서 네거티브만 격화…10회 더 남아
'손바닥 王' 尹에 '항문침' 덧씌운 劉, 역풍
"추접, 경선장 오염" 탓한 洪도 奇行 연속
'탄핵의 강' 회귀, 역선택 우려 부정도 내로남불
국민 피로감…원칙·정당다움 버리면 뭐가 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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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정치박박] 오징어게임 닮아가는 국힘 경선
지난 10월 5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주자인 유승민(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 하태경, 안상수, 최재형, 윤석열, 홍준표, 원희룡, 황교안 예비후보가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공사 스튜디오에서 제6차 방송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8일 2차 컷오프 결과 발표와 함께 종반으로 넘어간다. 지금까지 경선판을 반추하면, 최근 유행하는 '오징어 게임'을 닮아가는 것 같다. 전 세계적인 드라마 흥행 이야기가 아니다. 총상금 456억원을 독차지하기 위해 456명의 참가자가 1인당 1억원의 목숨을 걸고 1명이 남을 때까지 서로를 제거해야만 하는 게임 룰 그 자체다. 인명(人命)을 줄여나갈 때마다 인간성의 상실이 불가피하고,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지향하는 공리주의(功利主義)식 타협도 불가능하다.

TV토론회만 6차례 벌였던 국민의힘 2차 경선을 돌아보면 생산적인 토론보단 헐뜯기의 연속, 정당다움의 상실이란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다. 호언장담하던 정책·비전 경쟁은 간 데 없고 네거티브에 치우치면서 공방 소재의 격마저 떨어진 형국이다. 당 차원에서 여권의 '위선·내로남불'을 반면교사 삼아 '공정·정의' 구호에 천착하던 과거마저 무색케 한다. 최근 손바닥 왕(王)자를 그리고 3~5차 토론에 임한 것으로 드러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세간의 빈축을 산 데다 당사자도 아닌 캠프 대변인들의 졸속 해명이 잡음을 일으킨 것은 그나마 언론과 여론의 검증 과정이었다. 그러나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5일 6차 토론회에서 여러 역술인의 이름과 함께 특정인을 '항문침 전문가'로, 윤 전 총장에게 관계를 캐물었다.

윤 전 총장 측에선 '관계 없는 인물'이란 항변과 함께 신경질적인 반응이 돌아왔고, 잡음이 커졌다. 그러다 유 전 의원 본인이 해당 침술가와 모 행사장에서 단둘이 찍은 사진이 인터넷상에 폭로돼 역풍을 맞았다. 그런데도 유 전 의원 측은 6차 토론회 직후 윤 전 총장이 다가와 '미신' 운운에 항의하며 언쟁을 벌였다는 소문이 보도되자 추가로 폭로성 발언을 하며 진실공방을 추가로 벌였다. 대선주자 두 사람이 마주쳐 생긴 일조차 서로 말이 다르고, 진상은 불투명한 상황에 지켜보는 이들의 짜증만 늘어간다.

유승민 캠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윤 전 총장이 거론했다는 '정법 강의'를 지렛대로 '주술 프레임'의 연장을 꾀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박근혜 캠프에서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 선친인 최태민 목사를 소재로 한 의혹 제기를 적극 방어했던 과거를 떠올리면 꽤 생소한 모습이다.

홍준표 의원까지 아우르면 이들이 정권교체를 목표한 동지들이 맞는지 한층 의문이다. 홍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아직 설칠 때가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2명의 초선(初選) 의원 저격글을 올렸었다. '고발 사주의 공범이 돼 곤경에 처했'고,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부동산 투기 혐의로 자진 사퇴'했다는 두 인물로 김웅 의원과 윤희숙 전 의원을 가리켰음은 알기가 쉽다. 다만 홍 의원은 이 글을 1시간여 만에 삭제했고, 어떤 경위에서인지 관련 보도들도 무더기로 사라졌다. 사라진 글 대신, 홍 의원의 페이스북엔 윤 전 총장을 겨눈 듯 "무속이 나오고 부적이 나오고 항문침이 나오고 급기야 도사까지 나왔다. 참 추접스럽다"며 "(대선 경선) 경연장을 오염 시킨다"라는 공격글이 올라왔다. 지난달 29일 윤 전 총장에 대해 온통 "메가톤급 비리"에 휩싸였다며 이준석 당대표에게 "현명한 판단"을 직접 요구하던 글을 올렸다가 내린 것에 이어, 희한한 메시지와 글 삭제가 잦다.

주술 프레임 논쟁에 앞서 토론 초·중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격 소재로 빈번하게 등장한 것 역시, 유 전 의원이 주창한 '탄핵의 강'을 앞세워 이 대표가 내렸던 함구령을 깨부순 사례로 보인다. 자당 대통령 탄핵 찬성으로 '배신자' 프레임에 걸려있는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에게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형사재판에서 검찰이 도합 징역 45년형을 구형했다며 정치적 책임을 누차 물었다. 홍 의원에겐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춘향이인 줄 알았더니 향단이였다"거나 "탄핵당해도 싸다"고 말한 과거를 문제 삼았다. 이외에도 여권 지지층발(發) 여론조사 역선택을 맹목적으로 부인하는 것이나, '윤석열 검찰' 시절 수사 남발을 '조국 가족 과잉수사'로 연결 짓는 것은 상식에 대한 도전처럼 보였다.

한편 캠프 해체 선언 이후 진중한 행보를 보이며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이 하겠다"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2차 경선 막바지 "여야 유력후보 너무나 불안" "똥묻은 개와 겨 묻은 개" 양비론적 구호로 다급함을 드러낸 듯한 인상을 주었다.

정권교체론에 힘입은 야당 주자들이 정작 '경선 승리로 후보직에만 오르면 된다'는 일념 아래 원칙·상식·일관성 등을 내다 버리고, 잡음을 만들어 기계적인 격차 줄이기에 치우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선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도 야권이 주도하는 '파이 확장'은 눈에 띄지 않았다.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선 벌써 유권자들의 피로감과 경선 관심도 하락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본경선 후보 토론회 일정을 총 10회나 계획해뒀는데, 거듭해서 오징어 게임처럼 흘러간다면 과연 누굴 위한 경선이 될까 의문스럽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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