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경 국민의힘(비례대표)
![[初選이 대한민국 바꾼다] 희망의 정치, 포기할 수 없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108/2021083002102269044001[1].jpg "[初選이 대한민국 바꾼다] 희망의 정치, 포기할 수 없다")
8월이 뜨거운 건 한여름의 열기 때문만은 아니다. 8·15 광복절엔 선조들이 맞이한 해방의 기쁨을 떠올리며 가슴이 뜨거워지다가, 8월 29일 경술국치를 생각하면 치욕과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화끈거리는 까닭이다.
'경술국치'는 1910년 8월 29일 일제에 의해 우리나라가 강제로 국권을 상실한 날이다. 올해 8월 29일은 경술국치 111주기였다.
몇몇 지방자치단체는 경술국치 111주기를 맞이하여 일제에 주권을 뺏긴 과거를 기억하고 국권피탈의 아픔을 되새기자는 의미로 조기게양을 독려하기도 했다.
또 일부 보훈단체 회원들은 따뜻한 밥 대신 찬밥을 먹으며 그날의 치욕을 잊지말자고 다짐했다.
1926년 9월 3일자 <독립신문>에 실린 국치기념호 머리기사에는, 8월 29일 국치일을 맞아 독립을 위해 실행해야 할 다섯 가지를 이렇게 당부하고 있다.
첫째, 하루 아홉 번 원수를 치부하고 욕됨을 부끄러워하자.
둘째, 광복독립에 온 마음을 모으자.
셋째, 독립은 그저 바라고 꿈꾼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니, 적어도 한 가지씩 일을 맡아 하자.
넷째, 전 민족이 한마음으로 통일되기를 힘쓰자.
다섯째, 독립운동의 통일된 조직은 오직 임시정부이니, 임시정부를 붙들고, 받들고 모시자.
이 중 '독립은 그저 바라고 꿈꾼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니, 적어도 한 가지씩 일을 맡아 하자'라는 구절이 유독 가슴에 박힌다. 나의 할아버지,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의 말씀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세상을 움직이려거든 내 몸부터 움직여라!"
1932년 상해 홍커우공원에서 폭탄을 던진 청년 윤봉길. 그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하며 다음 세대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줘야 할지 늘 고민하고, 깨달은 바를 행동으로 실천했던 사람이었다.
미워하는 감정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새기며, 윤봉길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왜 사느냐 이상을 이루기 위해 산다. 보라. 풀은 꽃을 피우고 나무는 열매를 맺는다. 나도 이상의 꽃을 피우고 열매 맺기를 다짐하였다. 우리 청년시대에는 부모의 사랑보다 형제의 사랑보다 처자의 사랑보다도 더 한층 강의한 사랑이 있는 것을 깨달았다. 나라와 겨레에 바치는 뜨거운 사랑이다. 나의 우로와 나의 강산과 나의 부모를 버리더라도 그 강의한 사랑을 따르기로 결심하여 이 길을 택하였다."
일제가 1910년 8월 22일 강제로 늑결하고, 29일 공포한 소위 조약 원문을 읽으면 누구라도 화가 치밀 것이다.
제3조와 제4조 한국 황실과 황족에 대한 예우, 제5조 병합에 훈공이 있는 한인들에 대한 예우, 제6조와 제7조 식민 지배에 순응하는 한인의 예우와 관리채용에 관한 늑약 내용이 특히 분노를 일으킨다.
늑약 과정에서 반대하는 목소리 한마디 내지 않고 지켜보던 대신과 황족은 앞으로 후손들이 살아갈 세상을 한순간이라도 상상해봤을까?
그들은 국치 후에도 예우를 받을 거라는 꼬임에 넘어가 눈앞의 안락에 몰두했다.
미래 세대가 겪을 망국의 치욕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오로지 현실에 안주하며 나라를 잃는 순간에도 침묵했다.
반면 독립운동가와 민초들은 고통스러운 현실에서도 먼 미래를 바라보았다. 일본 제국주의는 쇠락할 것이며, 결국 우리는 독립을 쟁취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버티며 고난의 가시밭길을 걸었다.
8월이 뜨거운 건 잊고 싶은 치욕의 역사 때문만이 아니다. 발은 비록 현실에 딛고 있어도, 미래에 맞이할 해방의 순간을 바라본 선조들의 이글거렸던 눈빛 때문이다.
오늘을 살며 내일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우리에게 던져주는 희망의 불씨가 이 계절을 뜨겁게 한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끝이 안 보이는 긴 터널의 어디쯤 서 있는지 막막하고 답답하지만, 반드시 끝은 있고 극복하리라는 희망으로 서로를 뜨겁게 응원하는 오늘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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