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處暑(처서)](http://contents.dt.co.kr/images/202108/2021082002102369660001[1].jpg "[古典여담] 處暑(처서)")
<처서>머무를 처, 더울 서, 처서. 24절기 중 열네 번째 절기를 말한다. 매년 양력 8월 23일 무렵인데 올해도 글피 23일이 처서다. 절기상 입추(立秋)와 백로(白露) 사이에 온다. 천구(天球)상 태양이 황경(黃經) 150도에 위치한 때다. 처서(處暑)의 의미는 '더위에 처한다'는 게 아니라 '더위를 처분한다' 또는 '더위가 그친다'는 의미다.
처서는 가을 절기의 두 번째 절기다. 입추가 가을의 첫 절기지만, 보통은 더위가 절정일 때 오기 때문에 가을로 들어선다는 기분이 안 난다. 입춘이 2월 3일 경 떨어져 봄 기분이 잘 안 나는 것과 비슷하다. 따라서 본격 가을 절기는 처서에서 시작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본격적 봄의 절기가 입춘 다음 2월 18일 경의 우수(雨水)에서 시작하는 것과 같다.
실제로 처서를 앞두고 기온은 확연히 떨어진다. 아침저녁으로는 살에 와닿는 바람이 선선하다. 뙤약볕의 강도도 누그러지고 하늘은 더 맑고 높아 보인다. 또 습도가 내려가 쾌적해진다. 이때부터 약 두 달 간이 우리나라에서는 춥지도 덥지도 않고 공기가 맑은 골디락스 계절이다. 들녘은 황금빛 벼이삭으로 넘실대고 산하는 오색 과실과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그래서 천고마비(天高馬肥) 계절이라고 했다.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세시풍속사전에 따르면 예부터 처서가 지나면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伐草)한다고 했다. 한가위를 앞두고 벌초하며 성묘하는 풍습이 그래서 생겼다. 또 "부인들과 선비들은 여름 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음지에 말리는 음건(陰乾)이나 햇볕에 말리를 포쇄를 이 무렵에 했다"고 전한다.
처서 무렵의 날씨는 한해 농사를 마무리하는데 풍흉(豊凶)의 지표였다고 한다. '처서에 비가 오면 독의 곡식도 준다'는 속담처럼 처서에 오는 비를 처서우(處暑雨)라고 하여 흉년 징조로 보았다. 가을로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곡식과 과일은 여전히 햇볕의 힘이 필요하다. "마지막 과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십시오. 그들을 완숙케 하여 마지막 단맛이 진한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여 주십시오"라고 시인 릴케(1875~1926)는 읊었다. 북반구 사람들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 결실을 위한 마지막 스퍼트를 낼 때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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