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상품 하나만 팔아도 여러 상점 동시 매출… "밀키트 덕 봤어요"

대전 동구 가양동 '신도꼼지락시장'
70여개 점포 입점 강점 살려 불고기전골·안동찜닭 등 20종 선봬
자체 주문앱 '꼼지락배송' 개발… 전용차량으로 상품별 분리배송
전통시장 맞춤 '콜드체인' 구축… 상인들 모여 '협동조합' 신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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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상품 하나만 팔아도 여러 상점 동시 매출… "밀키트 덕 봤어요"
신도꼼지락시장 주문·배달앱 '꼼지락배송'을 통해 접수된 제품은 자체 배송시스템을 통해 고객에 전달된다. (신도꼼지락시장 상인회 제공)

"띵동"

'꼼지락배송' 애플리케이션(앱)에 밀키트 주문이 접수되자 신도꼼지락시장 점포 여러 곳은 동시에 분주해진다. 시장 한쪽의 어물전은 신선한 고등어를 먹기 쉽게 썰고, 청과전은 파와 쑥갓, 무 등 채소를 선별한다. 식품점에선 탕에 들어갈 두부를 손질한다. 이렇게 확보된 식자재는 개별 진공 포장돼 하나의 밀키트 꾸러미로 탄생한다.

대전의 한 전통시장 상인들이 머리를 맞대 출시한 '밀키트'가 소비자 편익과 상인들의 매출을 올리며 '윈-윈' 효과를 내고 있다.

밀키트는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자재와 그에 맞는 양념, 조리법 등을 한 번에 제공하는 간편식이다. 소비자는 빠른 시간 내 신선한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상인들은 하나의 상품 판매로 다수 점포가 동시에 매출을 올린다.

통상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밀키트는 냉동 식자재를 쓴다. 신선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장기 보관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대량 생산을 통해 폐기처분되는 재료를 줄이는 차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문량이 적은 소규모 생산자는 이러한 비용 문제가 부담이다.

대전 동구 가양동 신도꼼지락시장 상인들은 상권 내 각양각색의 점포가 입점한 점을 십분 활용했다.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당일 오전 각 상인이 확보한 신선한 식자재를 바탕으로 간편식을 제작하기 시작한 것이다. 포장 후 남은 식자재는 시장 내 음식점의 조리에도 활용해 효과를 극대화했다. 상품 생산에 참여하는 모든 상인은 밀키트 판매에 따른 일정 수입을 할당된 비율로 돌려받아 참여 점포의 만족도도 높다.

지난해 대전 동구청과 상인회, 시장 육성 사업단은 공동으로 20종의 밀키트를 개발했다. 현재 동태탕·고등어조림·불고기전골·제육볶음·안동찜닭·바지락칼국수 등 6종이 자체 주문앱 '꼼지락배송'과 대전지역화폐 '온통대전몰'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상인회장이자 시장 내에서 싱싱생선백화점을 운영 중인 백호진 대표는 "냉동 식자재를 쓰지 않고 만들어진 제품은 당일 배송이 원칙"이라며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차원을 넘어 시장 내 다수 점포가 협업해 매출도 높이고 공동체 의식을 끌어올리는 효과까지 얻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 배달·주문앱 '꼼지락배송' 개발= 70여개 점포에 불과한 작은 골목상권이 대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밀키트 생산에 뛰어든 건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사태였다.

가뜩이나 대형마트와 백화점, 온라인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사업자들과 경쟁이 치열해지던 와중에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는 골목상권에 직격탄을 날렸다. 접근성과 식품 관리 측면에서 불리함을 안고 있는 전통시장의 약점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골목 상권에 찾아온 때아닌 겨울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작년 1월 전통시장 상인들의 경기전망지수(BSI)는 71.7이었다. 통상 100을 기준으로 낮을수록 경기 전망이 안 좋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존에도 70대에 불과했던 지수는 코로나19 직후인 23.9까지 떨어졌고, 올해 6월에도 49.2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좀처럼 경기회복 기미가 없다는 얘기다.

신도꼼지락시장은 코로나19 이전까지 소위 '작지만 알찬 전통시장'이었다. 입점 점포가 70여개에 불과해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2018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전통시장 경영혁신 지원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지역문화와 관광자원을 연계한 '문화관광형' 특구로 2년동안 10억원가량을 지원받게 됐다.

시장 입구를 현대화하고, 거리 곳곳에 익숙한 동물 캐릭터가 그려진 휴식공간을 배치했다. 매주 토요일에는 꼼지락장터를 열어서 지역 주민에게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제공했다. 대전에서 10년째 살고 있는 30대 시민은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볼거리와 살거리가 많았던 곳"이라고 기억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이웃 같은 시장'이라는 강점은 고스란히 사라졌다.

신도꼼지락시장 문화관광형 시장 사업단과 상인회는 '비대면'에서 답을 찾았다. 중기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을 자체 '배송앱' 개발에 투자한 것이다.

앱 개발비와 인건비 등에 1억원상당의 고액을 지출하는 결단을 내렸고, 그렇게 나온 '꼼지락배송' 앱은 시장 재도약의 발판이 됐다.

백호진 상인회장은 "비대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전국의 전통시장은 다 찾아다녔다"며 앱 개발에 몰두하던 당시를 회상했다. 백 회장은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문경 중앙시장의 주문·배송 현황을 눈여겨봤고, 한 발 나아가 영상통화를 통해 실시간으로 상인과 소비자가 소통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뿌듯함을 표했다.

그의 말대로 '꼼지락배송'은 앱으로 주문을 받고 물품을 배송해주는 단순 주문 방식을 두세 단계 뛰어넘었다. 스마트폰을 통해 소비자와 판매자가 상품에 대해 실시간으로 대화하며 쇼핑할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 기능을 탑재한 것이다. 이른바 언택트 장보기다.

소비자는 꼼지락배송 앱 내 '실시간 영상장보기'를 활용해 고기와 과일 등의 신선도를 직접 확인하고 주문할 수 있다. 아울러 '라이브흥정'을 통해 상인에게 "가격을 깎아달라"는 요청도 가능하다. 대화가 오가는 전통시장 고유의 미덕을 살린 서비스다.

◇신선식품 전용 '콜드체인' 구축으로 흑자 달성= 최근 비대면 쇼핑의 또 다른 화두는 신선식품 배송이다. 이마트와 마켓컬리, 쿠팡 등 대형 사업자들은 누가 더 오래, 신선도를 유지해, 안전하게 상품을 배송할지 고민하고 있다. 신도꼼지락시장은 상인회에서 직접 맛과 품질을 엄선하고 전통시장 맞춤 '콜드체인'을 구축했다.

콜드체인 시스템이란 여름철 식재료 상품의 신선도 관리를 위해 상품 입고부터 배송까지 일정한 저온상태를 유지하는 유통체계를 말한다. 수확 직후 자연스레 부패과정을 겪는 농축수산물의 특성을 고려한 배송 시스템이다. 신선식품을 오랜 기간 유통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더 먼 곳까지 배송할 수 있게 돼 상권 확대 효과도 있다. 장기적으로 수출 등을 통해 새로운 활로도 개척 가능하다.

꼼지락 시장은 상온·냉장·냉동 3가지 온도관리가 가능한 배송차량과 보냉박스를 활용해 상품별 분리배송을 통해 배송을 실시한다. 특히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박스와 아이스팩 대신 얼린 생수병을 통해 친환경 효과도 극대화했다.

꼼지락배송 출시 후 비대면을 통해 발생한 매출은 1억2000여만원에 달한다. 자체 배송시스템을 구축한 곳 중 억단위의 매출을 내는 전통시장은 전국 단위로도 소수에 불과하다. 이 과정에서 상인회는 직접 수익사업을 할 수 없어 소상공인들이 모여 협동조합을 꾸렸고, 운영비는 온라인을 통해 마련한 매출로 충당하고 있다. 자체 수익을 통해 직원 월급을 주고 시스템을 운영하는 흑자모델을 구축한 셈이다.

신도꼼지락 시장의 유래는 길지 않은 편이다. 30~40여년 전 시장 인근에 신도맨션아파트가 생기면서 자연스레 상권이 형성됐고, 신도시장으로 불리게 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지역 내 대형마트인 '후생사'가 입점하면서 사람들이 모였고, '작은 것을 크게 펼쳐 이루다'라는 뜻의 꼼지락을 더해 하나의 점포와 각각의 상인들이 지금의 시장을 만들었다. 말 그대로 '꼼지락'을 일군 것이다.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보이는 신도꼼지락시장에도 고민거리가 있다. 도약의 전기가 된 '특성화시장 육성사업' 계약기간이 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말 육성사업에 재선정되지 못하면 지금까지 구축해 온 비대면 배송시스템과 밀키트 제품 등의 판로 확보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지난 연말 출시한 꼼지락배송 앱이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홍보·마케팅이 절실하다는 의미다.

"전국의 전통시장을 골고루 살린다는 사업 취지도 좋지만, 정부 지원으로 안정적으로 자생력을 키운 사업모델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이제 막 시민들에게 알려지는 상황에서 추가 지원을 받지 못해 사업 동력을 잃을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한 상인의 말이다.

대전=황두현기자 ausure@dt.co.kr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상품 하나만 팔아도 여러 상점 동시 매출… "밀키트 덕 봤어요"
70여개 점포 상인들은 '작지만 알찬 시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합심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신도꼼지락시장 상인회 제공)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상품 하나만 팔아도 여러 상점 동시 매출… "밀키트 덕 봤어요"
'꼼지락배송' 앱을 통해 주문받은 밀키트는 개별 진공 포장돼 배송된다. (신도꼼지락시장 상인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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