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引狼入室(인랑입실)](http://contents.dt.co.kr/images/202107/2021071602102369061001[1].jpg "[古典여담] 引狼入室(인랑입실)")
청나라 문학가 포송령(蒲松齡)의 소설집 '요재지이'(聊齋志異)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한 양치기가 있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산 비탈에 늑대 한 마리가 한가히 앉아있는 것을 보았다. 이 늑대는 매일 똑같은 장소에 나타나 유유자적 시간을 보냈다. 양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모습이었다. 양치기는 이 늑대가 해를 끼칠리 없다고 판단해 늑대를 불러 양떼를 지키게 했다. 어느날 양치기는 일이 있어 양떼를 늑대에게 맡기고 길을 떠났다. 그러자 늑대는 기다렸듯이 울음소리를 내어 다른 늑대들을 불러 모았다. 늑대들은 양들을 모두 잡아먹었다. 양치기는 "내가 늑대를 집으로 불러 들였구나"하면서 크게 후회했다. 남은 것은 자책 밖에 없었다.
사기꾼의 위선에 속으면 이런 일이 일어난다. 사기꾼은 친절하고 사교성이 좋다. 고급 자동차를 타고 명품으로 치장하고 허세를 부리기도 한다. 아일랜드에도 "A sly rogue is often in good dress(사기꾼은 옷도 잘 입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들은 온갖 감언이설(甘言利說)로 상대방의 호감을 얻은 후 결정적 순간이 왔을 때 등을 쳐버린다. 농간(弄奸)을 부리고 농락(籠絡)을 하면서 상대방을 제 마음대로 놀리거나 이용해 먹는다.
자칭 수산업자라고 하는 사기꾼 김모씨는 전방위적 로비 활동을 펼쳤다. 그의 로비 명단에는 고구마 줄기 캐듯 유력 인사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온다. 정치인, 검사, 경찰, 기자, 앵커 그리고 여자 연예인까지 모두가 그의 선물 공세를 받고 병풍(屛風) 역할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정검경언'(政檢警言) 네트워크다. 김 씨는 이런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투자 사기 행각을 벌였다. 사건은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할 조짐이다. 우리나라는 14세 이상 국민 100명당 1명이 사기를 당할 정도로 세계적인 '사기 공화국'이다. 도처에 늑대들이 득실거린다. 스스로 재난을 불러들이는 어리석음을 행하지 말아야 한다. 일단 과욕부터 버려야 할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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