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법률 AI번역서비스, 과학·의학으로 확장… 소통혁신 기여할 것"

유타대 인공심장에 영감 생체공학 공부
군병원서 의무장비 정비장교 복무 경험
코로나19 한파속 작년 3월 AI기업 창업
1년여간 '오트란' 완성… 고객확보 나서
속도 효율성 높이고 가격경쟁력도 갖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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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법률 AI번역서비스, 과학·의학으로 확장… 소통혁신 기여할 것"
이재욱 AI링고 대표. AI링고 제공

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이재욱 AI링고 대표


"언어의 장벽이 없어지고 오해가 줄어들면 지구촌에서 많은 문제가 사라질 겁니다. AI가 더 원활한 소통을 도와준다면 인문사회와 과학기술의 발전속도도 훨씬 빨라질 것입니다."

이재욱 AI링고 대표는 "뜻하는 바를 얘기해 누구나 이해시킬 수 있다면 더 좋은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법률에서 시작한 AI 번역 서비스 '오트란'을 과학, 의학 등으로 확장해 '소통혁신'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법률과 AI, 번역과 평생 인연을 맺어온 이 대표는 작년 3월 코로나19 상황에 법률 특화 AI번역 서비스 기업 AI링고를 창업했다. 1년여간 '오트란(Otran)' 서비스를 완성시킨 후 법률사무소, 기업 등을 대상으로 고객 확보에 나섰다.

이 대표는 대학에서 전자공학, 대학원에서 생체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로스쿨을 나와 외국변호사 자격을 얻은 융합형 인물이다. 미국에서 의료기기·분석장비 기업과 로펌, 한국에서 IT기업과 로펌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산업현장을 경험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율촌에서 IT기업들에 법률자문을 제공해온 그는 창업을 통해 직접 산업현장에 뛰어들었다.

그는 "AI는 번역사의 일을 빼앗는 게 아니라 생산성을 높여줘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이라며 "한국어뿐 아니라 아시아 언어로 번역 서비스를 확장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대담=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코로나19 정점을 뚫고 창업 도전= 1996년 미국 로펌에서 시작해 35년 간 기업의 법률 어드바이저 역할을 해온 이 대표는 작년 3월 코로나19 상황에 AI기업을 창업했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 20대 창업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도전에 나선 것. 그가 법률 특화 AI 번역을 창업 아이템으로 정한 것은 대학 시절부터 이어온 커리어와 관련이 깊다.

이 대표는 "공대에서 전자공학, 대학원에서 생체공학 석사를 전공했는데, 대학 1학년생이던 1977년부터 번역을 시작했다. 이후 석사과정, 로스쿨을 거치며 20년 이상 번역을 했다. AI는 미 유타대 대학원에서 생체공학을 전공할 당시 연구에 활용하면서 접했다"고 말했다.

유타대는 1980년에 세계 최초로 인공심장을 개발했다. 한국에서 TV로 그 뉴스를 접한 이 대표는 앞으로 세상은 저 분야로 가겠다는 생각에 생체공학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군대도 군 병원에서 의무장비 정비장교로 복무하면서 최신 의료장비를 익혔다.

유타대 대학원에서는 수술실에서 약물이 잘못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해, 약물의 스펙트럼을 스캔한 후 패턴을 인식해 특정 약물이 맞는지, 농도가 적합한 지 여부를 알아내는 장치를 연구했다. 이 때 패턴인식에 AI를 활용했다. 대학원을 마친 후 의료기기 기업에서 일하던 그는 미국 로스쿨을 나와 한·미 로펌과 IT기업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AI와 번역, 법률 세 가지를 다 경험한 것이다.

이 대표는 "수십년간의 경험이 쌓여 창업의 에너지가 모인 것 같다. 대학원생 시절 뉴럴 네트워크가 막 나와서 AI가 반짝 붐을 일으켰지만 컴퓨터 성능과 데이터가 따라주지 못해 AI 암흑기로 이어졌는데, 최근 급속한 기술발달에 힘입어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그 분야에서 창업에 도전하니 감회가 남다르다"고 밝혔다.

◇IT 전문 법률가에서 IT기업가로= 이 대표는 로스쿨을 졸업한 후 미국 로펌에서 특허변호사로 재직하다 1998년 한국오라클 법률고문으로 적을 옮겨 6년간 근무했다. 이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10년간 재직한 후 2013년부터 법무법인 율촌에서 일했다.

ICT 산업이 급성장하고 M&A, 프라이버시, 공정거래, 인터넷세금, 지식재산권, 법제도 이슈가 갈수록 커지면서 대형 로펌들은 전담조직을 꾸리고 법률·특허전략 지원과 분쟁대응, M&A 자문 활동 등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율촌의 ICT 조직에서 일하면서 전기전자·IT·블록체인·헬스케어 등에서 전문가 수준의 식견을 갖추고 산업계에 법률자문을 해 왔다. 김앤장에서는 컴퓨터에 대한 자료조사 작업인 포렌식을 처음 시도하기도 했다. IT기업 자문을 위해 IT 방법론을 활용해 온 것. 그는 창업 후에도 율촌 비상임 고문으로 지내면서 세계한인변호사회 회장도 맡고 있다.

◇4년 전 프로젝트 경험이 창업 도전으로 이어져= 이 대표는 2017년, 율촌에 있으면서 특정 프로젝트를 위해 AI 번역을 시도했다. 지금 호흡을 맞추는 개발자들과 그 때 만났다. 이후 한 대기업 IT회사와 AI를 법률 분야에 적용하는 공동 프로젝트를 했다. 이 대표는 "당시 어느 영역을 시도할 지 논의한 끝에 AI 활용 법률 번역으로 특화했다. 그들은 기술이 있고 우리는 데이터를 볼 수 있는 눈이 있었다. 하다 보니 되더라"고 말했다.

양쪽 모두 관심이 많았지만 율촌과 파트너 기업 모두 직접 서비스를 하진 않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이 대표와 호흡을 맞춘 엔지니어들은 직접 사업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이 대표는 "작년 3월 회사를 설립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개발에만 집중했다"면서 "2017년 만난 AI 엔지니어들과 4년간 호흡을 맞춰왔으니 실질적인 창업 준비는 4년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내부 엔지니어팀과 외부 협업 엔지니어를 두고, 프리랜서 번역사들과도 공조한다. 라이엇브릿지라는 세계적인 번역회사와도 협력한다.

이 대표는 "고객이 AI 번역에 더해 완전한 번역을 요구하면 전문 번역사들이 참여하는 방식이다. 법률에 전문화된 변호사 번역가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번역 속도·효율성 한꺼번에 높이다= 번역은 시간이 많이 드는 복잡한 작업인데 AI를 적용하면 속도와 효율이 훨씬 높아진다. 이 대표는 "먼저 AI로 작업을 한 후 사람이 수정하면 효율이 최소 2배 이상 향상된다. 특히 잘 훈련된 AI를 활용하면 효율이 5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 사람이 검토하는 시간도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번역 중에서도 법률 분야는 용어의 정확성 문제 때문에 구글이나 파파고 같은 일반적인 번역 서비스를 쓰기 힘들다. 엄격한 정확성을 요구하고 데이터에 대한 진입장벽도 높다. 이 대표는 "글로벌 번역회사들도 AI 번역을 일부 시도하지만 우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클라우드 기업도 번역서비스를 하지만 법률번역은 한계가 있다"면서 "그들은 사람의 번역을 돕는 보조수단으로 주로 쓰지만 그와 달리 우리는 AI에 더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보안성과 기밀성도 특화했다.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쌓여도 자체 개발한 암호화 기술을 적용한 덕분에 외부에서 가져갈 수 없고, 가져가도 푸는 게 불가능하다.

이 대표는 "오트란은 데이터를 소유한 고객만 그 데이터에 액세스하고 쓸 수 있다. 모든 데이터가 암호화된 상태로 저장되니 우리 엔지니어들도 보지 못한다. 고객이 아닌 사람은 그 파일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해킹에 성공한다고 해도 파일을 풀 수 없다. 암호화가 워낙 탄탄하게 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객별 맞춤 AI엔진 훈련= 오트란의 또 한가지 특징은 고객별 맞춤 AI 훈련과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번역사가 오랜 경험을 쌓으면서 노하우가 쌓이듯이, AI도 훈련과 번역을 하면서 갈수록 똑똑해지도록 맞춤 훈련방식을 도입한 것.

이 대표는 "고객 입장에서는 AI를 또 한명의 직원으로 데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직원의 실력을 계속 키워주며 일을 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마다 쓰는 용어가 다른 만큼 A회사가 쓰는 용어로 AI를 훈련시켜서 B기업에 주면 쓸 수 없다. 고객 맞춤 훈련을 받은 AI는 특유의 전문성과 이해를 토대로 법률문서를 번역하다 보니 번역 속도가 빨라지고 정확성도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원하는 법률문서를 넣으면 수십쪽 분량이 1~2분이면 끝나고 3600쪽 분량도 1시간 정도면 마무리된다. 특히 처음 AI가 한 번역결과에서 일부 문장과 용어를 수정해서 AI를 훈련시킨 후 다시 번역을 시킨 결과 손을 안대도 될 정도로 정확도가 높아지는 결과를 확인했다.

이 대표는 "번역은 스피드 싸움이다. 정보의 속도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번역엔진과 오픈소스 기반 자체 엔진을 수년간 검증한 끝에 속도와 보안성이 뛰어난 엔진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비스를 써본 이들의 반응은 매우 좋다. 특히 자기만의 AI를 만들어주니 품질이 확 올라간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법률 번역 비용 10분의 1 이하로= 속도뿐 아니라 비용경쟁력도 강점이다. AI 번역을 한 후 번역사 작업을 거쳐도 로펌의 10분의 1, 전문 번역업체의 3분의 1 비용에 번역이 가능하다. 이 대표는 "사람이 하는 법률번역에 1000만원이 들었다면 우리는 100만원 이하에 된다. 특히 대형 로펌은 번역팀을 두고 직접 번역을 하는데, 그들이 우리 서비스를 쓰면 시간과 비용이 크게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번역가들은 AI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이 있지만 AI로 번역해도 결국 번역사의 손을 거쳐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결국 번역사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더 필요하다는 것. 이 대표는 "AI 번역을 통해 속도와 비용 경쟁력이 높아지면 사람들의 수요가 더 커지고, 번역사는 AI의 도움을 받아 더 많은 양을 더 쉽게 처리할 수 있게 된다"면서 "100쪽 번역에 보통 2주 걸리는데 우리 서비스는 5분 만에 된다"고 설명했다.

자체 번역조직을 둔 기업들의 수요도 크다는 설명이다.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는 번역량에 따라 요금을 내는 방식으로, 원할 경우 월 구독 방식도 제공한다.

◇법률사무소·기업들 속속 서비스 도입= 회사는 4월말부터 법률사무소와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첫 고객인 율촌에 이어 피터앤킴, 리앤목 특허사무소, DLA 파이퍼, 법무법인 린 등이 서비스를 쓰고 있다.

이 대표는 "약 20곳이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고 고객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고객들이 가치를 인정해 주니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늦은 창업이지만 포부는 크다. 법률번역은 진입이 힘든 반면 수요가 매우 큰 만큼 한국어에 이어 아시아 언어 시장에서 강자로 자리잡겠다는 각오다.

이 대표는 "글로벌로 가야 성장기회가 있다. 세계 통·번역 시장은 70조 규모에 이르는데 한국어 번역시장은 연 3000억~4000억원 규모로 한계가 있다. 올 가을 일본어와 중국어 서비스를 추가해 아시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언어가 지원되면 영어와 유럽 언어는 확장이 쉽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올해 3억원, 내년 약 3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이후 연매출 300억원 규모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내년까지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가할 생각이다.

"AI 기술이 진화해도 법률번역 시장에서는 결국 데이터를 가진 이가 결국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기술발달은 번역시장을 더 키워줄 것"이라는 이 대표는 "데이터와 법률 전문성의 강점을 무기로, 우리만의 AI 성공 스토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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