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와 관련해 "청와대가 자유롭게 형식을 정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여야정협의체에 대해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 이미 의사를 전했다"면서 "지금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협의체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항상 논쟁의 핵심이었던 양당(민주당·국민의힘) 간이냐 원내 5당이냐 하는 것은 청와대가 자유롭게 정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의 지도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청하거나 비교섭단체를 배제한 협의체 구성을 요구해왔다. 최근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단 오찬 간담회를 가진 뒤에도 김기현 당시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독대를 계속 요청했고,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도 지속적으로 독대를 요구해왔다. 이 대표는 아예 형식과 대상 자체를 청와대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공을 넘긴 것이다.
이 대표는 송 대표와의 회동 자리에서도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소통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여야정협의체 같은 아주 공식적이고 딱딱한 담론을 만드는 기회일 뿐 아니라 송 대표님이 저보다 연배도 위고 앞으로 배울 점 많은 정치 선배이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식사 한 번 모시겠다"며 "어떻게 보면 값싸게 송 대표님의 정치 경륜과 경험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는데 응해달라"고 했다. 송 대표는 이에 "이 대표가 여야정 협의체에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참석하겠다는 말을 들어 저도 기분이 좋았다. 형식에 구애 없이 서로 소통하자"면서 "식사는 내가 모시겠다. 정치권에서는 현역이 밥을 산다"고 응했다. 송 대표는 또 이 대표와 22살이라는 나이 차가 소통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아들뻘이라고 한 것은 오보다. 삼촌뻘"이라면서 소통의 장애가 없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 대표도 "저는 원래 80세가 넘은 분들과도 소통을 잘 한다. 양당의 대표가 모두 전당대회에서 소신있게 이야기 하는 것으로 분류된 후보들이 당선된 것이니 격의없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국민의당이 이날 지역위원장 29명을 선정한 것에 대해 "그 또한 사전에 들은 바 없는 얘기"라며 "요즘 국민의당으로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17일 국회에서 송영길 민주당 대표를 예방해 송 대표의 저서 '둥근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를 선물받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