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국회의원, 개헌론 이전에 헌법이나 제대로 읽고 입법부터 해야"

시민단체, 권력 쪽으로 기울고 정부·지자체 의존도 높아 변질… 순수성 잃고 자격 상실
입법과 정책서 제한 없는 토론 거치고 공감대 얻어야… 갑작스런 탈원전 그래서 문제
SNS·인터넷 플랫폼들 가짜뉴스 차단장치 가동 필요… 언론·지식인들이 경각심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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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견을 듣는다] "국회의원, 개헌론 이전에 헌법이나 제대로 읽고 입법부터 해야"
정병석 한국기술교육대 명예교수(前노동부 차관) 고견 인터뷰.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정병석 한국기술교육대 명예교수(前노동부 차관)


정병석 교수는 우리 사회의 공정과 신뢰의 문제는 불투명한 데서 기인한다고 했다. 얼마 전 여당 국회의원들이 발의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폐기한 '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안' 같은 경우 처음부터 투명하게 시작됐다면 발의 자체도 안 됐을 거라고 단정했다. 정 교수는 무엇이든 투명하면 문제의 팔할은 사라진다고 했다. 정 교수는 "노동부 재직 시 많은 노사정 대화에 참여했는데,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타협에 이르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체험했다"며 경험을 들려줬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책에서도 예를 드셨듯이 시민참여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하버드대 로버트 퍼트남 교수가 만든 '사와로'(saguaro) 세미나 같은 운동이 한국에서도 많이 일어나면 좋을 텐데요.

"국내에서도 적잖이 있어요. 그동안 우리나라 시민단체가 얼마나 힘이 셌습니까? 이들이 너무 권력 쪽으로 기울고 정부와 지자체 지원을 받으면서 변질이 됐지요. 시민단체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독립이고 자립입니다. 정부 지원에 의존해서는 안 돼요. 사실은 제대로 시민운동을 하는 데는 그렇게 돈이 많이 들지 않아요. 정부에 건의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잘못하면 비판하면 되는 겁니다. 그런 다음에 청소년들한테 멘토링도 해주면 되는 거예요. 왜 정부의 지원에 그렇게 목메는지 모르겠어요."

-우리나라 시민단체는 그래서 순수성을 잃고 진영에 빠져 시민단체로서 자격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더 나쁜 것은 정부 지원을 계기로 정치권과 줄 대기를 하는 겁니다. 저는 책을 내면서 여러 사람들이 연락을 해 와서 만났는데, 여러 사례를 들었어요. '우리는 이렇게 한다, 여기에 참여해달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몰랐던 부분을 많이 알았어요. 정부 지원을 안 받고도 자발적으로 조금씩 내서 운영하는 데도 상당히 많이 있고, 또 서로 연계가 안 돼서 그렇지 점점 확대되고 있어요. 요새 더 많아지는 것 같고요. 청년들도 단체를 만들어서 정부가 재정을 대폭 확대하고 보조금 주고 그러면 결국은 미래세대에 부담이 되는 것 아니냐며 그런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있더라고요. 심지어 그런 정책을 낼 때는 우리도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도 펴요. 가령 최저임금에 대해서도 분명한 시각을 갖고 있어요. 최저임금이 올라서 좋으냐고 하면 그럽니다. 효과는 한두 달이라는 겁니다. 시간이 줄었다는 겁니다. 5시간 일하던 것이 줄더니 조금 지나니까 나오지 말라고 하더라는 겁니다."

-특히 청년층 시민운동이 건전하고 희망적이네요.

"청년들에게 보조금 주는 것이 좋으냐고 물으면 돈은 누가 내느냐고 되묻습니다. 경제학과 청년들은 상당히 보수적입니다. 지금 청년들이 공정의 가치를 추구하고 능력에 따른 대우를 요구합니다. 이게 제대로 되려면 이게 다 법치와 신뢰예요. 잘 하는 사람한테는 그에 맞는 대접을 해주고, 못 하는 사람한테는 그에 맞는 대우를 해야 하지만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자는 겁니다. 이게 바로 사회안전망입니다."

-요즘 공정에 대한 요구가 청년들에게 매우 강합니다.

"왜 불평등이 심해졌을까 보면,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거든요. 공정하지 않기 때문에 용납을 못 하는 거고요. 누구는 좋은 학교를 가고 좋은 직장을 가서 많은 연봉을 받는데, 진짜 자기 실력으로 그렇게 됐다면 수긍하겠다, 하지만 부모의 혜택 또 다른 어떠어떠한 기부금 등을 통해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 간다면 인정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제도의 불공정성 문제가 제기되고요. 그것을 고치자는 것이 요즘 청년층이 열독하는 스티글리츠 같은 사람들의 주장입니다."

-요즘 MZ세대는 불공정에 대해 직접 행동으로 저항한다는 점에 과거와 다른 것 같습니다. 과격해졌다고 할까요, 어찌 보면 이렇게 즉흥적으로 된 연유가 무엇입니까. '왜 분노해야 하는가'류의 책에 자극받은 건가요.

"스티글리츠가 몇 년 전에 쓴 책(불평등의 대가)를 보면 불평등의 근원을 따져 들어가면 정치에 문제가 있더라는 겁니다. 불평등을 심화하는 쪽으로 제도를 변조했다는 겁니다. 부자들에게 유리하게 조세제도를 바꾸고 일반 서민들이 혜택을 받는 대학교 학자금 제도를 축소한다든지, 증권소득세를 축소한다든지, 소득세율 누진율도 낮춘다든지, 큰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을 늘린다든지 하는 부자, 대기업에 유리하게끔 제도를 바꾸면서 심화됐더라는 겁니다. 이는 제도의 출발점부터 불평등했다는 겁니다. 그에 자각이 일어난 겁니다."

-얼마 전 그런 불평등 입법 추진 사례가 있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중심으로 73명이 공동발의한 '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안'인데요, 민주화운동을 한 운동권 출신들에 대해 금융, 주거, 복지 분야 등에서 혜택을 주는 것이거든요. '셀프입법'이라고 비난이 빗발치자 폐기된 적 있어요.

"자녀들 취업 시 가산점을 주고 은행 대출 때 금리도 낮춰주고 하는 내용이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자, 그러면 민주화 운동 공헌을 그 사람들만 한 것이냐 하는 물음이 생기고 그리고 그 기준은 무엇이냐는 겁니다. 일단 법안의 절차에서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몇 사람들이 또 자기들끼리,운동권 출신끼리 자기들한테 혜택이 돌아가는 법을 만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거지요. 그런데 이런 일이 이번에는 알려져서 다행이지 그동안 많은 경우 알려지지 않았고 말할 기회도 없었다는 겁니다. 또 얼마 전에 대법원 판결까지 나서 해직이 정당하다고 한 전교조 해직자들에 대해 몇 년이 지나서 새로운 법을 만들어서 그 사람들한테 소급해서 못 준 월급을 주자고 하는데 그게 공정한 겁니까? 이걸 공개해서 토론을 해서 공감을 얻을 수 있느냐는 겁니다."

-결국 투명하게 공개하고 제한 없는 토론을 거치는 것이 꼭 필요하군요.

"입법과 정책에서 문제는 충분한 토론을 거치는 겁니다. 탈원전? 갈 수도 있어요. 수많은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다각도로 검토에 검토를 거쳐서 내놓은 결론이라고 한다면 갈 수도 있다고 봐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탈원전으로 간다고 하면 수십 년 동안 형성된 생태계와 수 십 만 명의 관련 산업 사람들은 어쩌란 말입니까. 저는 노동부 재직 시 많은 노사정 대화에 참여했는데,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타협에 이르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체험했어요."

-중노위(중앙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을 하실 때 많은 협상을 하셨지요?

"지겹도록 했지요. 합의가 안 되더라도 토론을 오래 하고 나면 나중에 결국은 크게 반대를 안 합니다. 왜냐하면 자기 할 말은 다 했거든요. 자기들이 100을 얻으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80~90밖에 못 얻었어요. 그러면 하나도 얻은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도 수긍을 해요. 100가지를 요구하면 그럽니다, 이 중에서 목숨을 걸고 꼭 해야 할 것 10가지만 얘기해보라고요. 그러면 그걸 갖고 회사측에 이 10가지는 꼭 한다는데 당신들이 들어줄 수 있느냐고 물어요. 그럼 그 중 들어줄 것 들어주고 어떤 것은 절대 안 되고 그럽니다. 협상이라는 게 참 흥미로운 게 완전 타결은 공(○), 못 들어준다고 하면 가위표(×), 일부 들어준다고 하면 세모(△) 이렇게 표시를 해나갑니다. 또 세모도 큰 세모도 있고 작은 세모도 있어요. 수많은 선택지에서 양측이 밀고 당기는 선을 찾는 겁니다."

-신뢰 하락은 디지털 플랫폼시대에 자기 입맛에 맞는 정보에 빠져들기 쉬운 환경에서 확증편향적 주입현상도 배경이 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

"디지털 조작, 왜곡에 대해서는 예일대 티머시 스나이더 교수가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라는 책에서 잘 설명을 했어요. 원제가 'The Road to Unfreedom'이에요. 책 제목이 의미심장해요. 디지털시대 사이버 정보조작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결국 자유까지 해친다는 주장이거든요. 가령 작년 미국 대선 때 러시아 등 외국의 개입 여부가 논란이 됐잖아요. 잘못된 정보를 대중에게 계속 흘려보내면 노출 빈도가 높아질수록 대중이 세뇌될 수도 있는 거예요. 편향적으로 될 수밖에요. 미국까지 이렇게 사이버 침해를 받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우려를 한다는 말을 못 들어봤어요. 미국에 러시아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북한과 중국을 상정할 수 있겠지요. 내년에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가 없는 것인가 점검할 필요가 있어요."

-아닌 게 아니라 그런데 대해 문제를 상기시키는 지식인은 많지 않습니다.

"우선 SNS와 인터넷 플랫폼들이 가짜뉴스를 차단하고 걸러내는 장치를 가동해야 하고 언론, 지식인, 정부기관들이 경각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엄격한 개인정보보호 정책은 갖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미흡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우리사회는 진영간, 지역간, 세대간, 계층간 갈등이 심각합니다. 객관성과 이성을 무시하면서 그것이 무슨 사상적 근거가 있는 것처럼 과장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이젠 퇴조하고 있지만 '포스트모던적'사고방식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의미는 탈이성입니다. 그럼 탈이성이 뭐냐? 감성과 감정이 지배한다는 겁니다. 감성은 이성적 사고를 않고 못하게 만드는 것이란 말입니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시민들이 전체주의의 가장 중요한 연료가 된다는 것이 한나 아렌트의 주장이거든요.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동적 인간으로 휩쓸려 감으로써 전체주의의 자양분이 된다는 거지요. 디지털 매체에 따라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반복해서 접하면 확증편향이 되는 겁니다. 이게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하는 거지요. 저는 책을 쓰면서 왜 내가 전체주의까지 공부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20세기 초 등장한 전체주의가 여전히 현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가요.

"올브라이트(클린턴 대통령 시절 미국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파시즘'책을 쓴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그랬다고 합니다. '왜 이 시대에 파시즘이냐.' 제가 몇 년 전에 아는 사람으로부터 '이거 파시즘으로 가는 거 아니냐'라는 말을 듣고 '언제 적 파시즘이냐'고 했던 말과 같은 맥락이지요. 파시즘 별 거 아니에요. 늘 강조하는데, 정권을 획득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파시즘입니다. 지금 여러 나라에서 그러고 있잖아요. 중요한 것은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는 국민들을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나라같이 스마트폰 많이 보는 국민 없어요. 학교도 군대도 스마트폰을 보잖아요. 적어도 학교에 가서는 스마트폰을 못하게 하든지 해야지요. 왜냐하면 우리나라처럼 책을 안 보는 국민이 없기 때문이에요. 책을 안 본다는 것은 스스로 생각을 않는다는 겁니다. 거기서 전체주의가 싹트고 민주주의의 위기가 초래되는 겁니다. 왜 지금 한나 아렌트에 관심을 갖게 되고 왜 다시 '1984'를 읽게 되는지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이해가 되는 겁니다."

-그럼 어떤 시대정신으로 살아야 할까요.

"저는 고용전문가니까 왜 청년들이 고용절벽에 부딪혀 '헬조선'을 외칠까 수많은 학자들과 그에 대해 논의를 해봤습니다. 그런데 단연코 그게 아니라는 겁니다. 2017년 탄핵 정국 때 대통령이 탄핵 돼서 권한 행사를 못 하잖아요. 그 당시 정부가 새로운 일을 하기 어려우니까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관계없이 고용문제가 중요하니, 지금 대통령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중립적인 정부라 볼 수 있으니, 어느 대통령 어느 정부에도 관계없이 채택할 수 있는 고용정책을 개발하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 공무원들이 시간적 여유도 있었어요. 고용전문가, 산업전문가, 기업체 경영인 등이 포함돼서 상당히 큰 포럼을 만들었어요. 노동연구원이 주관했지요."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인데요,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기본 전제가 산업별로 분석을 해보자, 지금 왜 이 산업이 정체돼 있는가, 이 산업에서 질좋은(decent)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 있다면 어느 정도 가능한가, 이런 것을 선입견 없이 순수하게 논의를 한 거예요. 산업별로 스물 몇 개의 분과를 만들었어요. 브리핑도 하고요. 한 100명 쯤 참여했을 겁니다. 예컨대 자동차산업, 전자산업, 화학산업 등 산업。고용·기업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겁니다. 목표는 산업의 정체원인이 무엇이냐, 어떻게 풀어주면 얼마나 성장하고 고용창출이 가능할 수 있느냐 연구 분석한 겁니다. 그러니까 거창한 것도 없이 이러이러한 규제를 풀어주고 이러이러한 지원만 해주면 충분히 좋은 일자리가 나온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상당히 희망적인 분석인데요.

"섬유산업이 사양산업이라고 하는데 아니라는 겁니다, 연구분석 결과는. 중요한 것은 거기 참여한 기업인들이 몇 조, 몇 천억의 지원이 아니라 몇 백원으로 지원하면 할 수 있다는 매우 겸허한 제안을 했어요. 그런데 그후 들어선 지금 정부가 그걸 채택을 안 했어요."

-예? 그 좋은 리포트를요?

"트리클다운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 지배했잖아요. 그래서 소득주도성장이 나온 거 아닙니까. 제가 알기로는 그 보고서는 정부에 확실하게 전달했어요. 확실하게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소득주도성장과 컨셉이 안 맞은 거지요. 일자리수석이 일자리 전문가도 아니었으니까요."

-그 후 문재인 정부 출범한 후 고용전문가로서 정부 자문에 응한 적은 없었나요.

"민주당 정부 출범 전에도 민주당이 힘이 셌을 때 토론회 할 때 가면 '재정을 확 풀어서 몇 만개 일자리를 만들 방법은 없나요'하는 식으로 물어요, 그러면 '우리는 그런 안을 안 합니다' 그럽니다. 이코노미스트는 근본적으로 성장을 해서 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도록 해야지, '왜 재정을 확 풀어서 일자리를 만들려고 하나' 하는데 근본적인 회의를 갖고 있습니다."

-공직에 계실 때도 그런 생각으로 정책을 입안하셨습니까.

"제가 IMF 외환위기 때 실업대책을 총괄했습니다. 97년 12월 24일부터 시작했지요. 고용총괄심의관이었어요. 위기 초창기 때는 구호, 구직에 중점으로 두었고 경기가 회복되면서 제도개선으로 나갔어요. 처음에 긴급구호가 중요하니까 공공근로사업을 만들었지요. 청년들을 위해서는 인턴을 만들었어요. 청년 인턴이 그때 처음 만든 겁니다. 그때 제가 기자실 가서 그랬어요. '이런 사업은 임금 보조금 주는, 비상대책이지 오래 가서는 안 된다.' 맥시멈 2년이라고 했어요. 청년을 채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기업들까지 국가재정을 들여가며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한시적으로 만든 겁니다. 비상시에나 쓰는 대책을 지금도 계속 하고 있는 겁니다. 코로나 발생 전에 제가 왜 지금도 이런 정책을 하느냐고 해도 들은 척도 안 했습니다."

-코로나 극복하면 폐지해야 할 정책이 그뿐이 아니잖아요.

"우리나라가 지금 성장의 한계가 다다랐다고 하는데 아닙니다. 제도상의 장애가 있으면 제도를 개선하면 되는 거지, 최저임금 올리고 재정으로 일자리 만들고 하는 것은 경제이론에 없는 거예요. 그런 것은 불황기에 일시적으로 유효수요를 위해서 펌프질 역할에 그치는 거예요. 성장이라는 것은 기업의 능력이 커지는 거거든요. 제약을 풀어주면 되는데, 그 대상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것도 아닙니다. 이런 저런 제약 정도만 풀어줘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 많아요. 그런 노력도 안 하면서 재정으로 해결하려고 하니 되겠습니까."

-후배 공직자들이 좀 새겨들어야 하는데요.

"그런 결정은 그런데 고용노동부 국장이 하는 게 아닙니다. 그런 말을 하면 후배들이 그럽니다. '우리가 몰라서 안 합니까. 우리한테 얘기하지 말고 위에다 얘기하세요.' 더 이상 말하면 욕먹으니까 더 이상 얘기 안 하겠습니다.(웃음)"

-교수님은 여러 저서에서 한국인은 잠재력과 강점을 많이 가진 국민이어서 충분히 선진사회로 갈 수 있다고 하셨는데, 요즘 흔히 말하는 그냥 '국뽕'(자기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현상에 대한 속칭)이어서는 안 되잖아요.

"제가 책에서도 소개했지만 우리 국민이 제도를 잘 만나면 얼마나 우수한 민족인지 입증하는 사례가 있어요. 19세기 말 영국의 지리학자 이사벨라 비숍이 쓴 '조선과 그 이웃나라'라는 책이 있어요. 청일 전쟁 전후 무렵 조선 곳곳을 둘러보고 조선은 '구제불능의 나라'라고 했어요. 그런데 조선, 중국, 러시아 사람들이 섞여 사는 연해주를 여행하고 나서는 생각을 확 바꿔요. 조선인이 가장 부지런하고 가장 부자로 살고 있었던 거예요. 비숍 여사도 분석했지만 이건 제도의 영향입니다. 조선에서는 탐관오리들이 공정한 법 집행은 물론 갖은 명목으로 뜯어가거든요. 그러나 연해주 자치구는 그게 없었던 겁니다. 자기가 열심히 일하면 자기 것이 되는 거예요. 이러한 법제도의 엄정한 집행과 사회적 신뢰의 회복이 절실합니다."

-결국 정치가 문제입니다.

"정치인들이 책을 잘 안 읽는데, 제가 이 책에서 제일 문제로 지적한 게 특권입니다. 제가 스웨덴 얘기를 많이 했어요. 스웨덴 정치학자 최연혁 교수(스웨덴 쇠데르턴대 정치학과 교수)라는 분이 있어요. 스웨덴에서 몇 십년간 교수로 활동하고 있고 스웨덴 국적을 갖고 있는 분인데, 스웨덴에 대해 여러 권의 책을 썼어요.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같은 책을 쓴 분인데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고 책도 읽어보고 그랬어요. 스웨덴이 특권을 내려놓고 투명한 행정을 펼치는데 모범을 보이는 나라잖아요, 한국 사람도 많이 보고 있고. 특권을 내려놓으려면 먼저 무엇보다 중요한 게, 모든 것을 투명하게 하라는 겁니다. 돈 쓴 것, 회의 한 것 등 무슨 일을 한 것을 다 밝히면 부정부패가 있을 수 없다는 겁니다."

-입신양명하고 권력 행사 맛에 하려는 사람들은 정치를 하지 않겠습니다.

"최 교수의 얘기를 들어보면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두세 번 하면 '나 도저히 못 하겠다'고 그런다는 겁니다. 재미가 없는 거예요. 아무런 특권이 없고 죽으라고 일해야 하고 회에 참석해야 하고요. 회의 참석 안 하면 왜 안 하냐고 추궁 받고, 세비도 별로 안 되고요. 그러니까 투명한 게 가장 중요하다, 특권을 내려놓게 된다는 겁니다."

-스웨덴 국회의원들에 비하면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특권 덩어리네요.

"특권이라는 게 뭐냐는 겁니다. 특권의 법적 근거가 없어요. 헌법 11조에 일체의 사회적 특수계급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거든요. 국회의원은 면책특권하고 불체포특권이 있는데, 이건 특권이 아니에요. 법률로 세부 적용의 경우를 규정했단 말이에요. 그건 특권이 아니고 헌법이 인정하는 직무 수행을 위해 필요하니까 정한 겁니다. 자 그러면 나머지 특권들은 뭐냐는 겁니다. 무슨 근거가 있는 겁니다. 가령, 왜 비행기, KTX는 무료로 타야 하는 거지요? 이 부분에 대해 국민들이 헌법소원 제기하면 아마…."

-국회의원들이 특권 내려놓자는 말은 많이 했어요, 실행이 된 건 거의 없지만.

"정세균 의장 시절에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위원회를 만들었어요. 그때 점수를 땄어요. 참여연대, 경실련이 국회의원 특권 배제하라고 여러 가지 제안들을 냈던 적 있어요. 몇 달간 작업한 후에 국회의장에게 제출했지요. 그러고 나서 알았다고 해놓고 없어졌어요. 저는 몰라요. 그 후에 인터넷이든 어디를 찾아봐도 일체 그 후에 어떻게 됐는지 안 나와요. 지금은 그런 논의도 없어요. 최연혁 교수가 국회 가서 스웨덴 사례도 얘기하고 그래도 수용이 안 되더라고 하더라고요. 지도자들이 결단을 해야 합니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역할도 필요하지 않습니까.

"제가'조선은 왜 무너졌는가''대한민국은 왜 무너지는가'를 쓰고 나서 그룹의 회장 하시는 분들, 장관하신 분들, 총장 하신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 분들이 '우리는 누릴 만큼 누리지 않았냐, 이제 사회를 위해서 재정적으로 시간적으로 기여를 하고 봉사를 하자'는 얘기를 했어요.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하냐를 놓고 논의를 했어요. 실제로 그런 모임이 많이 있습니다. 제가 여러 모임을 알아요.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서 싱크탱크를 만든다든지, 정치지도자를 육성하기 위해서 일본의 마쓰시타정경숙 같은 청년들을 위한 아카데미를 만들자는 얘기를 했습니다. 한국판 사와로 세미나도 있습니다."

-그래요? 희망이 보이네요.

"안동대학교에 역동(易東)서원이라는 데가 있어요. 고려말 학자 우탁(禹倬)이 학문을 계승하기 위해 퇴계(退溪) 선생의 발의로 설립된 서원인데, 거기에 역동세미나가 있습니다. 제가 첫 번째 세미나에서 이 책 '대한민국은 왜 무너지는가'를 갖고 했어요. 공동체에서 지식인들이 기여할 역할에 대해서 죽 얘기를 했습니다. 세미나에 교수, 직원, 학생으로 시작해 지금은 안동시 일만 시민도 참여해 넓혀가고 있어요. 이런 사회운동 모임이 많이 있어요."

-앞으로 더 생기겠네요.

"그래야지요. 지식인으로부터 시작해 학생 직장인 주부 등으로 이런 시민의 모임이 많아지고 사회와 정부에 발언을 해야 합니다. 발언을 못 하게 하면 사회발전이 안 되는 겁니다. 더 많은 사람과 사회에 도움을 준다면 더 말을 하게 해야지요. 효종대왕이 대동법을 확대 시행하는 결정을 할 때 반대하던 김집에게 묻습니다. '대동법을 시행하면 이익 보는 사람과 손해 보는 사람, 어느 쪽이 많냐.' 김집이 소수 지주들이 손해를 보겠지만 많은 백성들이 도움을 받는다고 답해요. 효종은 그러면 해야지 하며 100년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충청도와 전라도까지 확대 시행합니다. 위정자는 이익 보는 사람이 많은 쪽으로 정책을 펴는 것이 정상 아닙니까?"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구조로부터 갈등과 부패가 연원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에 따라 권력 분점을 위한 개헌 논의가 있고요.

"헌법은 한 나라 법제도의 최상위 규범이잖아요. 많은 법제도에 헌법은 영향을 미치지요. 미국 헌법을 여러 번 들여다 본 적 있는데요, 결국은 가장 핵심적으로 지켜야 할 것이 무얼까 하는 점입니다. 어떤 권력 형태를 택할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자유민주주의의 국가체제를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것이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와 재산권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제도라고 한다면 그것을 위한 핵심장치로 만든 것이 권력분립이란 말입니다. 제도 개편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그 보다도 현재 있는 것도 안 지키면서 자꾸 개편을 얘기하는 것이 저는 문제라고 봐요."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고 법치와 신뢰를 먼저 회복하는데 힘써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하잖아요. 이 부분을 연구한 유명한 학자가 하버드대의 레비츠키 지블렛 교수인데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민주주의 위기가 헌법 같은 제도가 원인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보다는 헌법에 명시되지 않지만 오랫동안 사회에서 존중되고 정착돼온 두 가지 규범이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아까도 말씀했지만 그 두 가지는 첫째 관용의 규범이에요. 집권정당이 상대 정당을 적이 아닌 경쟁자로 인식해야 한다는 겁니다. 둘째가 절제입니다. 아무리 다수고 힘이 세도 제도적인 권한을 행사할 때는 절제해야 한다는 거예요. 현재 미국에서 그런 전통이 무너져 내리고 있고, 제가 보기에 현재 한국도 마찬가집니다."

-지금과 같은 정치 행태에서는 바꾼들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십니까.

"이게 전제되지 않는 상태에서 권력구조를 바꾼들 변화가 생길까 회의적인 거지요. 그동안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해봤잖아요. 가장 핵심은 대의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지키는 데에 가장 중요한 장치, 권력의 분산과 견제, 사법의 독립성이라든지 이런 게 지켜진다면 권력구조가 어떤 형태여야 한다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인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저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나 취임하면서 헌법을 준수한다고 선서하는데 과연 헌법을 제대로 읽어봤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헌법에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가 딱 명시가 돼 있는데, 어떻게 국민의 기본권, 표현의 자유, 재산권, 기업의 창의와 자율경영에 위배되는 법들을 만들어낼까.' 헌법 위반 논란이 있으면 위반되지 않으면서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거 아니에요? 그게 헌법의 정신이에요. 개헌론 이전에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헌법에 맞게끔 입법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건 법의 지배(Rule of Law)가 아니고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예요.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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