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석 한국기술교육대 명예교수에게 고견을 듣는다] "치열한 논의 끝에 최저임금법 제정… 年 1만건 넘는 법 생산 상상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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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석 한국기술교육대 명예교수에게 고견을 듣는다] "치열한 논의 끝에 최저임금법 제정… 年 1만건 넘는 법 생산 상상못해"
정병석 한국기술교육대 명예교수(前노동부 차관) 고견 인터뷰.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정병석 한국기술교육대 명예교수(前노동부 차관)




정병석 교수는 우리나라 최저임금법을 만든 실무 책임자였다. 1986년 노동부(현 고용노동부) 사무관으로서 초안부터 국회통과까지 산파역을 했다. 그 과정을 기록한 것이 '최저임금법'(공저)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정 교수로부터 최저임금법이 제정된 과정을 들었다. 험악한 발언까지 오간 격론의 장이었다고 한다. 그에 비해 요즘 연간 1만 건이 넘은 법을 대량 생산하는 국회를, 정 교수는 '입법공장'이 아니냐고 했다.

"1986년 최저임금법을 만들 때 노총, 경총, 노동부, 기획원, KDI 전문가들이 모여 초안부터 모든 논의를 다 같이 했습니다. 물론 노동부가 주도를 했지만요. 당시 한국노총 이정식 국장(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당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기획조정국장)이 처음부터 다 참여해서 내용을 속속들이 알아요. 자구 하나하나, 이건 이렇게 해야 하고 저건 저렇게 해야 하고 맨날 싸우고 그랬어요. 이정식 국장은 노총 대표로 참여했고 경총은 김영배 부장이 왔지요. 밤낮 싸우다 결국은 합의점에 이른 것이 이 법이란 말이에요. 노사간 합의로 만든 겁니다."

정 교수는 당정협의와 국회 논의과정에서도 수차례 진통을 겪었다고 했다.

"요새 당정협의는 협의도 아니에요. 당시는 정말 엄정했습니다. 김만제 경제부총리가 주재하고 각 장관들이 쭉 둘러앉아 논의를 합니다. 당시 최저임금법은 국회의원들에게 최대 이슈였어요. 초안 1조부터 온갖 격론이 오고 갔지요. 하루 종일 토론해도 결론이 안 나오면 2, 3차 당정협의를 계속했어요. 험악하리만치 치열한 당정협의를 거친 거였거든요. 심지어 '당신 사회주의자야?'라는 모욕적인 말도 나오고 그랬어요. 그 프로세스를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하고 책을 쓴 겁니다. 요즘은 무슨 사출기에서 그릇 찍어내듯 너무 쉽게 법을 만드는 것 같아요."

정 교수는 최근 '입법 남발' 사례로 중대재해처벌법, 대북전단금지법, 주택임대차보호법 제·개정 사례를 들었다. 정 교수는 "법과 제도는 항상 기본 전제가 공정하고 정당한 프로세스를 밟아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다듬어야 한다"며 "그렇게 사회적 합의 아래 만들어야 준법정신이 높아지고 혹 일어날 수 있는 저항에 대한 조치도 잘 할 수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고용보험법 제정과정의 일화도 들려줬다.

"고용보험제도를 1993년 만들었는데, 당시 최병렬 장관이 반대를 했어요. 법안을 올리면 '나는 반대야' 하며 집어던졌어요. 공무원들은 국가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물러서지 않습니다. 계속 올리는 겁니다. 그런 끈기와 신념이 있었어요. 관료들은 신뢰하고 권한을 주면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에요. 고용보험법은 결국 정부 입법으로 국회로 넘어가 법제화됐는데 당시 박재윤 청와대 경제수석이 보고는 '야, 어떻게 이렇게 중요한 법을 입안했느냐'며 너무너무 잘했다고 하더라고요. 요즘 극히 일부 공직자들이 투기 등 비리와 관련해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지만 절대 다수 공직자들은 애국심으로 무장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 교수는 최저임금의 산업별 지역별 차등에 대해서는 "산업별 차등은 해봤으니까 다시 도입돼도 큰 혼란은 없을 것이지만 지역별 차등은 정치적으로 민감해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차년도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 인상률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정치적으로 결정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최저임금 영향률(최저임금 변화에 직접 영향을 받는 임금근로자 추정 비율, 차년도 최저임금이 오르면 그에 따라 최저임금 선으로 임금이 오르는 임금근로자 비율)이라는 게 있어요. 어느 정도 임금을 올려야 하는가를 따지는 거에요. 근로자 절반 이상을 올려줘야 한다면 그건 최저임금이 아니고 중위임금이 되는 겁니다.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오고 저임금 비숙련 노동자들에게는 재앙이 닥칠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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