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8년 만에 알츠하이머병 신약을 승인했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을 공략하는 치료제로서는 처음이다. 난공불락의 영역으로 불리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소식은 환자나 가족들에게 기쁜 일이지만, 약의 효능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는 상태다.
7일(현지시각) FDA는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에드유헬름(아두카누맙)'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FDA가 알츠하이머병 관련 신약을 승인한 것은 2003년 이후 처음이며,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이는 물질 '베타 아밀로이드'를 감소시키는 치료제로는 최초다. 지금까지의 알츠하이머병 관련 약은 불안, 불면증 등 증상을 완화하는 것뿐이었다.
마이클 보나토스 바이오젠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약의 가격을 연간 5만6000달러(약 6230만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연 1만~2만5000달러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가격이다. 다만 그는 FDA 승인 직후 공식 발표문을 내고 "대신 약값을 4년간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일각에서는 효능에 대한 논란이 나온다. 이 약은 이번 허가를 받기까지 임상시험 중단과 재개, 추가 데이터 제출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바이오젠은 2019년 3월 아두카누맙 임상 3상 중단을 선언했다가 추가 임상에서 고용량 약물을 투여한 결과 위약을 받은 환자보다 사고 능력 저하가 23% 더 느리게 감소하는 등의 효능이 확인됐다고 같은 해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FDA 외부 전문가 자문위원회는 바이오젠이 제출한 신약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FDA에 승인을 권고하지 않은 바 있다.
FDA는 자문위 권고를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이번 에드유헬름 승인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FDA는 바이오젠에 시판 후 임상 4상을 실시하고, 효능을 입증하지 못할 시 승인 철회 조건을 달았다. FDA는 "바이오젠이 제출한 에드유헬름 임상시험 자료는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면서도 "에드유헬름은 베타 아밀로이드를 감소시킨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있고, 환자에게 중요한 효능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판단해 허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FDA가 독립 자문 위원회와 일부 알츠하이머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논쟁적인 결정을 승인했다"고 분석했다. 유선희기자 view@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