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감원-은행 가상화폐 송금 회의
은행, 고객과 해외송금 마찰 빈번 토로
당국 "타당한 거절 근거 있는지 추가 검토"
금융당국이 최근 은행 창구에서 가상화폐 관련 해외송금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데 대해 현장 혼란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검토한다. 해외송금을 보내려는 고객과 당국의 지침을 근거로 거래를 거절하는 은행 간 충돌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은 가상화폐의 법적 정체성이 불분명한 만큼 '가이드라인' 제시는 검토하지 않는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외환감독국은 지난 16일 시중은행 외환담당자들과 비대면으로 '가상화폐 외환 송금'을 주제로 회의를 열었다. 최근 은행권을 중심으로 해외 송금액이 급격하게 늘고 있고, 이 중 상당액이 가상화폐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외환감독국 관계자는 "해외송금이 늘어나면서 실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담당자들을 만난 자리"였다며 "대책 마련보다는 은행 측의 의견을 듣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고 말했다.
송금이 늘어난 주된 요인은 국내와 해외 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가격 차이를 활용해 이득을 보려는 이들 때문이다. 한국의 가상화폐 가격은 해외보다 10%이상 비싸게 거래된다. 이에 해외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한 뒤 국내에서 팔면 차익을 남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내·외국인의 해외송금이 급증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거래 동향을 주시하며 이달 초 시중은행에 "해외 송금액을 예의주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기존 거래가 없던 고객이 갑작스레 고액을 해외로 송금하겠다거나, 자금 출처가 증빙되지 않은 외국인이 갑작스레 고액 송금을 요청하는 경우 등의 거래를 거절하라는 내용이다. 시중은행 역시 지점에 이같은 방침을 전달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 지침에 따라 출처가 불분명한 송금 건에 대해 일단은 거절하고 있다"면서도 "관련법상 연간 5만달러 이하로는 해외송금 자체는 가능하기 때문에 보다 명확한 방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의견을 접수하고 현장 혼란을 최소화할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다만 가상화폐의 법적 근거가 미흡한만큼 '가이드라인'과 같은 정책 방침보다는 은행의 업무 편의를 높일 수 있는 고민을 하고 있다.
앞선 금감원 관계자는 "일선 창구에서 해외송금건과 관련해 은행과 고객 간 마찰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은행이 더욱 타당한 근거에서 해외송금을 거절할 방안이 있는지 금융당국 차원에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