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안보, 원칙갖고 대응해야 장기적 이익…원칙 굽히면 나라 대접 못받아"

"北은 핵인데, 우리는 평화? 군사적 불균형… 美 전술핵이라도 갖다놔야"
TPP 탈퇴한 美, 이름·간판 다 바꾸고 좌장 역할할 새 그룹 만들수도
연합군 제대로 작동되려면 훈련 필수인데, 美측 한미훈련 축소돼 아쉬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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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견을 듣는다] "안보, 원칙갖고 대응해야 장기적 이익…원칙 굽히면 나라 대접 못받아"
김종훈 前국회의원·前통상교섭본부장

이슬기기자 9904sul@


[]에게 고견을 듣는다

김종훈 前국회의원·前통상교섭본부장


김 전 의원은 TPP 복귀 가능성이 높은 미국이 EPN(경제번영네트워크)을 제안한 것은 TPP와 EPN을 연계해 미국 중심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구상이라고 했다. 한국이 TPP 초기 논의과정에서 소극적이었던 것은 중국을 의식했다기 보다 일본과의 FTA 효과 초래를 경계한 측면이 더 강하다고 했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이제 일본과의 통상 득실보다 더 큰 것을 봐야 하기 때문에 그 점은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북핵에 대응할 만한 지렛대로서 미국의 전술핵 상시 배치효과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미국이 복귀하게 되면 CPTTP에도 변화가 일어나지 않겠습니까.

"미국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민주당 행정부가 TPP에 복귀한다면 네 가지의 방법이 있지 않겠나 하는 여론이 있어요. 첫째는 무조건 복귀하는 방법, 그런데 이건 미국 입장에서는 페이스 세이빙(face-saving)이 안 됩니다. 둘째는 이름도 바꾸고 그룹도 바꾼다는 겁니다. 간판을 바꿔 미국이 다시 좌장 역할을 하면서 새로운 회원을 넣는 거지요. 그러면 그 새로운 멤버가 누구냐, 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이런 나라들이지요. 이 나라들은 아직 TPP에 안 들어가 있거든요. 그런데 경제규모가 다 커요. 거기에다가 UK(영국)까지 얘기되고 있거든요. 그럼 태평양이 아니라 대서양까지 확대되는 겁니다. 또 내용적으로도 미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디지털 이코노미, 테크 비즈니스에 관한 룰을 만들면서 내용, 이름, 그룹도 변경해 새롭게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겁니다. 저도 이 가능성을 높게 봅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요."

-미국이 아예 가입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세 번째 전략이 안 들어가는 건데,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네 번째 방법이 이건 그대로 두고 미국이 아쉽게 생각하는 섹터들을 따로 빼가지고, 섹터 바이 섹터로 협정을 맺는 겁니다. 저는 두 번째 방법으로 미국이 TPP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대아시아 전략이 중요하니까요."

-미국이 제안한 EPN(경제번영네트워크)은 어떤 차원에서 나온 건가요.

"하나의 진영적 개념이고 파트너십인데요, TPP에 미국이 복귀한다면 구체적인 정책을 실행해내는 그루핑이 필요하고 그 연장선의 개념으로 그 두 개가 따로 가는 것이 아니라고 봐요."

-우리는 TPP 논의 때부터 소극적이었고 가입을 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제일 큰 이유는 결국 일본을 의식해서입니다. 한일 FTA 얘기는 옛날부터 있었지만 우리가 일본과 FTA를 맺지 않았잖아요. 이번에 RCEP에 우리와 일본이 다 들어갔지만 좀 어려울 것 같은 품목은 거의 다 뺐습니다. 그래서 RCEP이 개방성이 높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거고요. TPP는 개방도가 높아요. 우리가 들어간다고 하면 농산물과 제조업에서 일본하고 FTA를 맺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에 그 경우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어떻게 되느냐를 계산해봐야 합니다. 우리가 대일 무역적자가 많은데 그게 과연 줄어들겠냐 하는 생각을 하는 겁니다. 그게 제일 큰 이유였던 거 같습니다. 앞으로 그건 극복해내야 할 겁니다."

-미국이 복귀하는 TPP에 우리가 가입하는 것과 동시에 그런 노력이 있어야 된다는 말씀인가요.

"그런 셈이지요. 더군다나 미국이 TPP를 새로운 형태로 해야겠다고 하면 우리가 그 곳에서 빠져나와 있어서는 그림이 안 나옵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무역뿐만 아니라 국제외교안보질서와 기술 분야 등으로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미국 새 행정부에서 미중 갈등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굉장히 확대될 것 같아요. 아까도 말씀했지만, 중국의 행태에 대한 미국 조야, 국민들 사이에서 여론이 굉장이 악화돼 있습니다. 중국이 저럴 줄 몰랐다는 겁니다. 닉슨이 핑퐁 외교를 통해 1971년 미중 수교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때는 미소간 냉전도 있었고 해서 중국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습니다. 중국을 키워놓으면 중국은 결국 민주화되면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런 기대를 하고 계속 잉게이지(관계유지)를 했어요.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까, '아니다'라는 겁니다. 그 직접적인 계기가 (중국이 제기하는) '새로운 신형 대국관계'라는 겁니다. '우리도 컸으니까 대우를 달리 해줘'라는 것이거든요. 미국에서는 경계를 하게 되는 거고요. 그럼 이게 풀린 방법이 있는가, 풀릴 수 있는 꼭지는 별로 안 보이고 더 불거질 꼭지는 많이 보이거든요. 홍콩, 대만 문제, 남지나해 문제, 신장 위구르 인권문제, WTO에서의 여러 가지 중국에 대한 대우(중국이 여전히 개도국이기 때문에 개도국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데, 좋은 쪽으로 잉게이지가 돼서 해결할 문제냐 하면, 그게 아니고 계속 각을 세워야 할 문제라는 거죠. 그래서 이젠 협력 분야는 찾아보기 어렵고 갈등과 경쟁의 분야가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그런 와중에 흔히 우리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현실성 있는 말입니까.

"그러다보니까 사드 사태를 당하잖아요. 사실은 경제는 전쟁 중에도 물품이 필요하면 서로 주고받고 합니다. 서로 필요하니까. 무역이라는 것은 서로 필요하면 사고팔고 하는 거지, 관계가 나빠졌다고 모든 무역이 끊어질 것이라는 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저는 안보 쪽에 우리가 원칙을 갖고 대응을 하는 게 장기적으로 옳다고 봅니다. 그것 때문에 경제가 조금 충격이 있을 순 있지요. 그런데 그건 장기적으로 보면 극복하고 나아가야 할 과제라고 봐요. 그게 무서워 우리 원칙을 굽히고 그러면 나라 대접을 못 받습니다."

-통상 문제를 다루실 때 안보적 고려를 어느 정도 하시나요.

"저는 안 했습니다. 통상이라는 게 경제문제를 다루면서 왜 통상이라는 이름을 붙였나 생각하면 이유가 있습니다. 분명히 관세를 줄인다, 시장을 개방한다는 것은 이코노믹 이슈인데 왜 영어로 트레이드(trade)라고 했는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문제인데 경제라 하지 않고 왜 통상이라고 했느냐면, 통상은 사실은 국경을 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외교나 정치적 색채가 많이 가미가 되거든요. 오바마 정부 때 한미FTA를 처음 고치지 않았습니까. 월스트리트에 금융위기가 닥쳐서 자동차산업이 무너진다고 해서 이 협정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해서 자동차 챕터를 고쳤지요. 트럼프 대통령 들어와서 또 고친 게 자동차 챕터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고쳐가지고 별로 달라진 거 없습니다. 한국에서 미국 자동차 조금 더 팔린 거 외에는. 사실은 정부의 국민들에 대한 메시지입니다. 대국민 선전효과지요. 그게 거의 반 이상은 차지한다고 봅니다."

-FTA가 대국민 메시지 효과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명박 정부 때 한미FTA 소고기 협상에서 이명박 정부가 언론이 잘못된 보도로 엄청난 위기를 맞은 적이 있는데요.

"한미FTA 하고 나서 광우병 사태가 터졌을 때도 국내적으로는 광우병 사태였지만 미국하고는 결국 미국산 소고기를 다시 수입을 재개하냐 마냐는 것으로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국이 '기술굴기'를 추진하고 있는데, 미국의 견제는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과연 중국의 기술굴기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중국의 기초과학이 막히면 새롭게 등장하는 테크 비즈니스를 계속 가져가기는 어렵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바이든은 동맹국과 뭉쳐서 대중국 압박을 하겠다고 하는데, 그건 차치하고 미중간 '원&원 대결'이 되면, 결국 누가 승자가 되고 누가 패자가 될 거냐는 것이 드러나요. 세 가지 정도는 확실한 거 같아요. 일단 중국이 식량이 자급이 안 되는 나라입니다, 인구는 14억인데. 미국은 남아돌거든요. 중국의 목줄을 쥘 수 있는 것이 일단 식량입니다. 둘째는, 중국이 에너지 자급이 안 돼요, 매장량이 좀 있지만. 셋째는 해양인데요, 아직 중국은 해양세력이라고 할 수 없어요. 반면 미국은 엄청난 함대를 통해 해양패권을 쥐고 있거든요. 만약 중국이 갈 데까지 가보자고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런데 중국의 한 가지 강점은 있어요. 공산당 일당 독재라서 국가 전체를 모빌라이즈하는 능력, '입 다물고 따라와'하는 결집력에서는 미국보다 조금 강점이 있지 않겠냐 하는 생각입니다. 미국이 베트남 전쟁 때도 엄청난 화력을 갖고 있었는데도 철수하지 않았습니까. 국내적으로 전쟁을 수행하는데 반대가 엄청났잖아요. 그래서 미국은 전쟁에서는 이겼지만 안방에서 졌다는 말이 나왔어요."

-민주주의체제와 전체주의 독재체재를 비교하게 되는 데까지 이르는 것 같습니다.

"미중간 끝까지 충돌 국면으로 간다면 미국 국민의 여론이 관건이에요. 여러 가지 여론조사를 볼 때 중국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경계감은 계속 오르고 있어요. 미국 조야에서 중국을 달래가면서 가자는 것보다는 손을 보고 강하게 맛을 보여줘야 한다는 쪽으로 힘을 받는 것 같아요. 지난 4년 동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자유세계 리더십에 좀 실망한 측면이 있었지요. 바이든 당선자가 한 말 중 와닿는 게, '아메리카 이즈 백'이라는 말이거든요. 요즘 소주도 '백'이라는 말을 하지만.(웃음) 미국의 합리주의, 도적적인 가치 등으로 리더십이 재무장된 미국이 돌아왔다고 들려요. 그런 점에서는 기대가 됩니다. 그래야 슈퍼파워로서 미국에 대한 기대와 리더십이 복원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일 외교관계가 1965년 외교정상화 이후 최악이라고 하는데요, 한일 외교는 단순히 한일관계로만 끝나지 않고 한미일 우방체제와 연계해 생각해야 하지 않습니까.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합니까.

"저는 사실 대일 외교는 잘 모릅니만, 제 개인적 의견으로는 얽힌 실타래가 풀릴려면 어떤 모멘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멘텀이라는 건 가만히 있는 물건을 움직이는 힘 즉 물리학 시간에 나오는 M이잖아요. 그러면 지금은 꽉 잠겨서 꼼짝도 안 하는데, 이걸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어디서 힘이 나와야 하느냐는 거거든요. 한일 양국 시민단체들은 시민단체들끼리 부딪히고 있어요. 일본은 일본대로 엄청난 혐한단체들이 있거든요. 우리도 과거사에 대해 새롭게 보자는 주의보다는 원한 맺힌 목소리가 더 많이 나오잖아요. 그걸 또 나쁘다고 할 수도 없고. 모멘텀이 나올 수 있는 곳은 정치지도자의 새로운 메시지입니다. 그러려면 이렇게 각이 서도록 만들었던 정치리더십에 대한 변화가 있어야 해요. 거기서 모멘텀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정권이 바뀐다는 것보다도 리더십 자체가 바뀌면 된다는 거지요. 저쪽은 아베에서 스가로 바뀌었지만, 스가도 아베 노선을 따라가니까 바뀌었다고 할 수 없고요. 결국은 리더십의 변화가 일어날 때 이 문제에 대한 모멘텀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느 정치인이나 한입으로 두 말 하기도 힘들거든요. 혹 오해가 있을 것 같아 말씀하지만 그 리더십의 변화라는 것은 꼭 정권이 뒤바뀌어야 한다는 것보다는 사람이 바뀌어도 된다는 겁니다."

-한미일 우방 협력체제에서 한일관계는 빠져서는 안 되는 고리 아닙니까.

"미국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공산세력 즉 중국과 마주하는 최전선이지요. 후방 기지가 일본이고. 그러다보니 린치핀(linchpin 핵심축)이라는 말도 나오는 겁니다. 저는 한미동맹이 강화되는 게 좋겠다는 뜻을 확산하는 NGO 한미동맹재단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거기에 주한미군사령관이 나와서 스피치도 하고 그럽니다. 제가 강하게 들었던 말 중 하나가 연합군사력이 발휘가 되려면, 다시 말해 각각 다른 지휘계통에 있는 연합군이 제대로 작동이 되려면 훈련이 필수불가결하다고 그럽디다. 그런데 연합훈련이 제대로 안 되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강한 표현들을 많이 하더라고요. 제가 군사전문가는 아니지만, 을지훈련도 취소됐다고 하고 여러 가지 형태의 훈련을 안 하고 그러는 것을 보며 '이거 보통 문제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군대라는 것은 내일이라도 전쟁이 일어날 것에 대비해 준비된 상태, 레디니스(readiness)가 필요한데, 그게 작동이 되려면 움직일 수 있는 매뉴얼이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탁상에 앉아 컴퓨터로 해서는 안 되잖아요. 그런데 한미군사훈련이 자꾸 축소되고 취소되고 하는 것이 아쉽다는 말을 합니다."

-장관님 말씀을 들으니 궁금한 것이, 문재인 정부는 말로는 어느 정부보다도 한미동맹은 굳건하다고 하는데, 행동에서는 그런 게 안보이거든요. 미국 일본 인도 호주 Quad(쿼드)체제에 플러스로 참여하는 것도 소극적이고 트럼프 정부의 무리한 증액요구가 있긴 하지만 주한미군방위비 분담 협상도 계속 질질 끌고 있어요.

"동맹은 말로만 하는 게 아닙니다. 린치핀이면 말만 할 게 아니라 서로 필요한 부분을 보충해주는 일을 해야 합니다."

-북한 비핵화는 우리의 문제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의 '처분'에 의존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북한 비핵화를 하겠다고 한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는데, 역대 정권은 반성해야 합니다, 보수 진보를 떠나. 국민에게 북한 비핵화하겠다고 한 지가 25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렇다면 뭐가 잘못됐는지 숙제를 한번 풀어보든지 해야 할 거 아닙니까. 처방이 나와야 새로운 방안을 찾을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돌이켜보는 것도 별로 않는 것 같아요. 국민들한테 햇볕정책을 펴겠다고 했지만 해보니까 아니잖아요. 그 다음 정책이 채찍과 당근 정책인데, 당근은 많이 줬지만 채찍은 언제 때려본 적 있나요? 채찍을 든 것은 우리가 아니고 국제사회입니다. 엄청난 제재를 하고 있지요. 그런데 이건 우리 문제인데, 문제의 주인인 우리는 오너십이 하나도 없고 국제사회가 나서서 한단 말입니다."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이 없다고 정부는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 문제를 누가 풀어야 합니까. 우리가 주인 행세를 안 하면 국제사회가 우리를 어떻게 보겠느냐는 물음이 생기는 겁니다. 북핵 문제는 정부도 국민도 '이건 우리 문제다'라는 자각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국민이 자각을 하면 정책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어쨌든 현실적으로 저쪽은 핵을 가졌고 우리는 대화로 평화를 만들겠다는 말만 계속 하는데, 이미 군사적인 균형은 무너져버린 겁니다. 얼마 전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우리도 핵무장 해야 하지 않냐고 말했는데, 미국의 전술핵이라도 국내에 갖다놔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도 안 되면 전략자산 전개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하도록 해야 합니다. 오산에 핵폭격기가 와서 격납고에 들어와 있으면 그 순간은 우리나라에 핵무기가 있는 겁니다. 그런데 그게 오키나와로 돌아가면 그때는 속수무책인 거예요. 핵항모가 동해에서 오랫동안 머무르고 있든지, 아니면 핵잠수함이 우리 바다에 잠행을 하고 있든지 전진 배치를 해야 합니다. 이것저것 안 되면 이런 것이라도 해놓고 북한에 비핵화 하라고 해야지 저쪽이 말을 듣지 않겠어요?"

-정치를 안 하시더라도 외교 통상 분야의 경륜을 나라를 위해 쓰셔야 할 텐데요.

"글쎄요, 능력 있는 분들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제가 케파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정부 각 부처마다 쥬리딕션(관할권)이 있잖아요. 외교부는 그게 국제법인데, 국제법은 우리 법은 아니지요. 외교부는 한 마디로 국내에 지역구가 없어요. 그래서 외교부 출신들이 국내 기반을 다지거나 국민들에게 어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가 실제로 (정치를) 해봤더니 그런 문제가 있더라고요. 물론 외교안보가 국가의 명운을 가르는 큰 어젠다이긴 하지요. 지역구에서 국민들 만날 때도 외교안보 얘기를 하면 그 분들은 지식에 보탬은 되지만, 당장 우리 집 앞에 아스팔트를 새로 깔아야 하고 우리 집 앞에 다리를 놔야 하고, 우리 지역의 용적률을 올려야 재산가치가 올라가는데, 저 네거리에 전철 들어오면 좋겠는데 이런 얘기를 합니다. 그러니까 현실과 괴리가 있는 거지요. 그리고 그 분야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 힘들어요. 외교만 하던 사람이 그런 걸 하기엔 좀 애로가 있지요."

-우리나라 정치 문화나 제도에 고칠 점이 많지요?

"나라마다 상원 하원, 참의원 중의원이 있잖아요. 외교안보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비례대표로서 전문가를 배치하는데, 그래서야 되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양원제에서는 상원에서 하는 것이 외교안보인데, 그러면 양원으로 가는 게 낫냐 하는 것도 의문이 듭니다. 우리나라같이 국회가 이렇게 비생산적이면 하나 가지고도 저런데 두 개씩이나 두면 더 큰 문제가 되지 않겠냐 하는 말이 안 나오겠어요.(웃음) 그리고 그 전에 대통령제를 계속 가져가야 하는지도 논의를 해야 할 것 같아요. 포퓰리즘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결국 내각제라고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쪽에 많은 전문가들의 논의와 국민적 각성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무슨 감투를 안 써도 필요하다면 기여할 방법이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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