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상권 살려내자] "테마 잡으니 상권 뜨네요"… 기피 대상서 `맛집 투어`로 부활

작년 9월 기준 103개국 8만7000여명 외국인 거주 … 코로나 확진자 없지만 왜곡 탓 피해 커
단체손님 못 받는 등 매출 확 줄었지만 경기관광公 '테마골목 육성사업' 덕에 분위기 반전
中·베트남·우즈벡 등 동남아 식당 성업 … 정통 현지식 한곳서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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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상권 살려내자] "테마 잡으니 상권 뜨네요"… 기피 대상서 `맛집 투어`로 부활
안산 다문화 음식거리가 코로나19 확산에 4월 들어 거리가 한산했지만 지난 5일 찾은 거리에는 다시 손님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테마 잡으니 상권 뜨네요"… 기피 대상서 `맛집 투어`로 부활


안산 다문화 음식거리

"선머?(뭐라고요?) 저거? 오케이."

지난 5일 찾은 경기 안산시 다문화 음식거리는 생각보다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식사 시간대보다 이른 오전 10시임을 고려하더라도 식당이나 식료품점을 드나드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거리 끄트머리에 위치한 '란주면관'에도 먼저 온 손님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음식을 주문하려 하자 종업원은 당연하다는 듯 중국어로 응대했으나, 이내 손님이 한국인이라는 걸 알아차리고는 서툰 한국말로 주문을 받았다.

거리가 있는 안산시 단원구 일대는 2009년 '다문화 특구'로 지정됐다. 1998년 몰아닥친 외환위기 이후 반월공단과 시화공단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른바 '3D 업종'을 도맡으면서 자연스레 이주민 거리가 조성됐다고 한다. 현재 안산시에는 103개국에서 온 외국인 8만7000여명(2019년 9월 기준)이 거주하고 있다.

이처럼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거리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올해 초 발생한 코로나19다. 특히 코로나19 최초 발생지가 중국으로 지목되면서 거리는 '외국인이 많이 산다'는 이유만으로 기피 대상이 됐다고 한다.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 등 여러 식료품을 취급하는 조선족 도매상 박훈(40대·남) 씨는 "3월에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4월 들어서는 거리가 말 그대로 한산했었다. 참 암담했다"며 애써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코로나 때문에… 지금은 많이 나아졌어요"= 거리에는 중국,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태국, 인도네시아 등 사실상 '한국 속의 아시아'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다양한 나라의 식당이 영업 중이다.

일반적으로 찾기 힘든 정통 현지식을 한 곳에서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거리가 가진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코를 자극하는 향신료와 이국적인 분위기 이면에는 일반적인 골목상권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에 신음하는 자영업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코로나19 확산에 매출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이 곳에서 2005년부터 영업 중인 우즈베키스탄 음식점 '사마르칸트' 매니저 베크조드(26세·남) 씨는 "찾아오는 손님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며 "매출도 10%에서 많게는 2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탈 만큼 널리 알려진 식당임에도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는 피할 수 없었던 셈이다. 다만 "요즘은 나아진 편"이라며 최근 들어서 다시 손님이 늘고 있다고도 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해 정육점에서 일하는 김송철(남·28) 씨도 "주로 소매판매 위주로 장사를 하고 있는데, 가게 매출이 한 3분의 1까지 줄어든 것으로 안다"며 "다행인 것은 매출이 다시 오르고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슈퍼마켓과 식당을 같이 운영하는 김넬야(Kim Nelya·여·60대) 씨는 "슈퍼마켓에는 빵이나 식료품을 사러 오는 사람이 적잖게 있는데, 식당은 사정이 영 안 좋다"며 "예전에는 단체손님이라도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강화된 방역조치로) 받지 말라는 지침을 따르다 보니…"라고 말을 줄였다. 그는 "너무너무 장사가 안 된다"며 "그렇다고 월세를 깎아주는 것도 아니고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거리에 사는 이주민들로부터는 단 한 번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외국인이 많은 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왜곡된 시선 탓에 다른 골목상권보다 더 피해가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천응 안산이주민센터 대표는 "코로나는 어디서나 다 똑같다"며 "그나마 있었다고 한다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과 편견에서 비롯된 이주민들에 대한 피해의식뿐"이라고 짚었다. 거리에서 장사하고 있는 대다수 상인들은 코로나19 종식과 함께 많은 한국인들이 다시 거리를 찾아주기를 기원하고 있다.

베트남 커피집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주문한 음료를 두고 "맛있느냐"고 연신 물었다. "지금은 손님이 없지만, 앞으로는 다시 사람들이 많이 와줬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위기를 기회로'… 테마골목 육성사업 추진= 이처럼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거리를 되살리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경기관광공사가 추진하는 '경기도 구석구석 관광테마골목 육성사업'이 대표적이다. 올해 4월부터 시작한 사업은 이미 시·군과 지역협의체 등을 통해 사업대상지 7곳을 선정해 지역경제 활성화 작업에 착수했다. 7곳 중 한 곳이 바로 안산시의 다문화 음식거리다.

공사는 다문화 음식거리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테면 세계 음식을 주제로 '미식 투어 관광상품'을 구성한다거나, 쿠킹클래스 등 다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안이다.

특히 약 3시간 동안 거리에 있는 주요 맛집들을 찾아다니는 투어 상품의 경우 관광객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투어 상품을 개발해 현재는 가이드까지 겸하고 있는 강태안 서울 가스트로 투어 대표는 "이미 외국의 주요 관광지에서는 '테이스팅 투어'가 마련돼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다문화 음식거리 투어 상품의 경우 SNS 통해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소개했다. 강 대표는 "투어 상품은 골목상권을 살려내는 데 제격"이라며 "다른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나서 이 같은 투어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산/글·사진=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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