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칼럼] `두 나라` 된 미국… 대선은 내전이었다

박영서 논설위원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박영서 칼럼] `두 나라` 된 미국… 대선은 내전이었다
박영서 논설위원
이번 미국 대선은 '기묘한' 선거였다. 11월 3일 대선 직전까지만 해도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의 압승이 예상됐었다. 더욱이 민주당이 상·하원까지 가져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민주당이 백악관과 상·하 양원 모두를 장악하면 이는 오바마 행정부 첫 2년(2009~2010년) 이후 다시 한번 '트리플 블루'가 실현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낙승 무드는 날아가고 대격전이 됐다. 뚜껑을 열어보니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을 깨고 격전주인 플로리다, 오하이오, 텍사스에서 승리했다. 특히 트럼프의 7000만표 이상의 득표는 공화당 후보자로서는 역대 사상 최다였다. 바이든 당선자와의 득표율 차이는 2.9%포인트에 불과했다.

선거 결과를 보면 놀라움이 느껴진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 때보다 지지자들을 약 700만명이나 더 얻었다. 그에게 표를 던진 히스패닉계 유권자는 2016년 28%에서 이번에 35%로 늘었다. 흑인 표도 6%에서 8%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유권자의 절반 가까이가 그에게 투표했다.

인종차별 문제, 코로나19 대책, 사회보장 등을 중시한 유권자는 바이든에게 투표했고, 경제나 치안을 중시한 유권자는 트럼프에게 투표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치열한 접전이 됐다. 특히 출구조사 결과는 이번 대선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뉴욕타임스(NYT)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중시한 것은 경제(35%)였다. 인종차별 해소(20%), 코로나19(17%), 범죄 대책(11%)보다도 경제가 앞섰다.

경제가 유권자 관심의 핵심이 된 것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백인 경찰의 무릎에 눌려 한 흑인이 사망한 사건 이후 항의운동이 고조되는 와중에 인종차별 해소 문제가 20% 밖에 되지않은 것은 의외였다. 이를 보면 자유, 민주주의, 정의, 인권 등 미국이 중시해 추구해온, 때로는 다른 나라에도 강요해온 가치관에 대한 미국인의 관심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약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신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깊이 공감하는 미국인이 많아지고 있음이 느껴진다. 확실히 미국은 완전히 2개의 나라로 양분됐다. 이번 대선 지도를 보면 더욱 확연해진다. 트럼프를 뽑은 지역은 붉은색, 바이든을 뽑은 지역은 푸른색으로 각각 표시한 대선 지도를 보면 미국이 기본적으로 2개의 나라로 분열됐음을 쉽게 알 수 있다.

하나는 서부 해안 지역, 동북부 및 대서양 연안 지역으로 이루어진 '글로벌 미국'이라는 나라다. 이들 지역의 경제는 글로벌 시장과 긴밀한 관계이고, 이민 유입을 필요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다른 하나는 중부와 남부, 그리고 북부의 '러스트 벨트'라고 불리는 지대까지 펼쳐져 있는 '미국 우선주의' 나라다. 이들 지역은 순수 인종으로 구성된 미국의 이익을 추구한다. 일부 주에는 이 '두 개의 나라'가 혼재돼 있다. 이른바 경합주다. 이제 이런 주들이 미국 대선의 승패를 결정짓고 있다. 이 두 나라는 서로가 서로를 경멸한다. 두 나라는 이념이나 정치적 의견뿐 아니라 세계관의 차이도 상당하다. 냉전 당시에는 바깥세상 적과의 싸움이었지만 이번에는 안쪽 적과의 싸움이라 더 어렵다. 트럼프는 이 싸움의 골이 더 깊게 패이도록 선거 캠페인을 펼쳤다.

문제는 이런 분열과 혼란이 앞으로도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패배했을지 몰라도 '트럼피즘'(Trumpism·트럼프의 정치행태)은 화려한 막을 올렸다. 그는 트위터 상의 존재감을 이용해 미국인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계속 미칠 것이다. '트럼프 TV'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시작할 지도 모른다. 2024년 미 대선의 후보자가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예측 불가능한 단계로 접어들었다.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트럼피즘'의 만연을 봉쇄하겠다는 희망이, 미국이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한 것 만큼이나 처참하게 무너졌다는 점이다. 초강대국 미국의 쇠락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결국 이번 대선의 패배자는 미국 그 자신이었다.

박영서 논설위원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