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신범철 칼럼] 다가올 태풍에 대비하라](http://contents.dt.co.kr/images/202011/2020110502152269660001[1].jpg "[신범철 칼럼] 다가올 태풍에 대비하라")
우리 정부가 미국 대선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아쉬웠던 점은 예방외교가 없었다는 점이다. 먼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온 '쿼드'(Quad)에 대한 대응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 호주 일본 등과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쿼드는 트럼프 재선 여부에 따라 운명을 달리할 가능성이 큰 문제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한국은 쿼드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동맹이냐 중국이냐를 선택하도록 요구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탄생할 경우 쿼드는 사라질 운명에 놓였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쿼드 가입에 신중했다면 직접적인 참여를 뒤로 미루더라도 외교적 수사(rhetoric)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발신한 후, 트럼프 재선 여부에 따라 대응해 나갔어야 했다.
그런데 강경화 외교장관은 지난 9월 아시아소사이어티가 주관한 세미나에서 쿼드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을 했다. 스스로 선택지를 좁혀 놓은 아쉬운 결정이었다. 이제 트럼프 2기의 출범과 함께 우리는 강도 높은 참여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미중 사이의 균형을 말하지만 동맹 문제에 중립을 택하면, 그것은 중국 편을 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쿼드에 참여하고 그 속에서 중국 관련 문제는 우리의 역할을 조정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했다. 그래야 동맹으로부터 신뢰받고 중국도 한국의 입장을 존중하게 된다. 쿼드에 가입하면 중국이 적대시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이는 국제관계의 현실을 모르는 말이다. 중국이 인도와 호주, 그리고 일본을 동시에 적대시할 수 있겠는가. 중국만 더욱 고립될 일인데도 말이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아쉽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게 지나친 방위비 분담을 요구해 왔고, 초강대국의 행보로서는 부적절했다. 그렇기에 정부가 협상을 지연할 이유는 충분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마지막 단계에서의 협상은 13-50% 사이의 인상 논의였다고 전해지는데, 그 사이의 적정수준에서 합의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타결 시 이를 자신의 선거 캠페인에 활용했을 것이고 한국의 기여로 생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재선에 따른 자신감을 바탕으로 더욱 큰 폭의 인상 요구가 예상된다. 우리의 대응에 따라 주한미군의 감축과도 연계될 수 있고, 한반도의 안보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다.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제적 대응이 아쉬운 이유다.
하지만 지나간 일은 이미 지나간 일이다. 이제라도 트럼프 행정부와의 공조를 강화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이뤄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미동맹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도 정부는 한미동맹이 굳건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동맹의 모든 이슈에 있어 양국간 이견이 누적돼왔다. 북핵과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의 제재완화나 종전선언 언급에 미국은 반대의견을 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8월 완전운용능력 검증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무리하게 조기 전환을 시사하고 있다.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는 늘 포함되던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관련 내용이 빠졌다. 동맹정책의 변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쿼드의 경우 참여를 하되, 공동행동은 우리의 국익을 고려하며 판단한다는 입장을 전해야 한다. 방위비 분담은 현재 논의 범위 내에서 합의하되, 한국의 인상분에 대해 무역이나 관세 등 경제적 분야에서 보상을 받는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 북핵 문제는 비핵화 협상을 재가동하기 위해 북한에 어떤 비핵화 조치들을 요구하고 어떠한 보상을 해줄지 의견조율이 필요하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역시 임기에 집착하기보다는 실질적인 전환 조건을 갖춘다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그러면 주한미군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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