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 10㎞ 밖 풍력 터빈 20기 무인 가동
생태계 파괴 우려 불식
총60㎿ 용량… 안전 시스템 갖춰
기초 구조물 되레 인공어초 역할
업계선 "내수시장 확대 급선무"
생태계 파괴 우려 불식
총60㎿ 용량… 안전 시스템 갖춰
기초 구조물 되레 인공어초 역할
업계선 "내수시장 확대 급선무"
![[르포] 서남해 해상풍력단지 가보니…](http://contents.dt.co.kr/images/202010/2020102602100958063001[1].jpg "[르포] 서남해 해상풍력단지 가보니…")
사진=은진기자 jineun@
해무가 자욱했던 지난 21일 전라북도 고창군 상하면 구시포항. 어선을 타고 10분 정도 달리자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육지에서 10㎞ 가량 떨어진 바다 위에 해상변전소와 풍력 터빈 20기가 설치돼 있었다. 터빈 1기당 용량은 3㎿로, 총 60㎿ 규모의 설비 용량을 갖추고 있다. 서남해 해상풍력 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은 해저케이블을 통해 전북 고창군과 부안군으로 보내져 이 곳 전기 사용량의 약 15%를 책임진다.
20기의 풍력 터빈은 800m 간격으로 띄엄띄엄 놓여있었다. 블레이드(날개)의 길이와 회전 지름을 고려한 간격이다. 특히 이곳 실증단지에는 신기술로 만든 기초 구조물인 석션버킷 1기가 포함돼 있다. 재킷 방식인 나머지 19기와 달리 굵은 원형관이 있어 외관으로도 차이가 뚜렷했다. 석션버킷은 육지에서 조립해 바다 아래 갯벌에 심는 방식이어서 해상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그만큼 공사비용도 재킷보다 10억원 가까이 줄일 수 있다. 재킷은 암반층까지 파일을 박아 넣어야 하기 때문에 해상 공사만 약 43일이 걸린다.
이 곳에 국내 최초로 건설된 해상변전소는 바다에서 육지로 전기를 보낼 때 송전 손실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풍력 터빈 20기에서 생산된 전력의 전압을 높여 더 가느다란 해저케이블로 송전할 수 있도록 한다. 바다에 위치한 특성을 고려해 담수화 설비, 오염유출 방지설비, 비상 해상탈출 설비 등을 갖추고 있고, 원격감시·제어시스템도 구축해 무인 운영이 가능하다.
풍력 터빈 1기에 가까이 다가가 배 시동을 잠시 멈췄다. 주변은 파도 치는 소리만 들릴 뿐 고요했다. 평소보다 바람이 세지 않기도 했지만, 지름 134m의 거대한 블레이드가 바람을 가르며 돌아가고 있는데도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르포] 서남해 해상풍력단지 가보니…](http://contents.dt.co.kr/images/202010/2020102602100958063001[2].jpg "[르포] 서남해 해상풍력단지 가보니…")
<한국해상풍력 제공>
소음 외에 지역 주민들이 가장 우려했던 해양 생태계 파괴 문제는 전혀 정반대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기초 구조물을 해저면에 박으면 인근 어장이 파괴되는 것 아니냐는 게 어민들의 우려였는데, 오히려 기초 구조물이 '인공 어초' 역할을 해 더 많은 종류의 물고기를 불러 들이고 있었다.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사업을 주관하는 한국해상풍력 관계자는 "기초구조물에 틈이 많다 보니 해초나 따개비 같은 어패류가 달라붙고, 그걸 먹고 사는 작은 어류가 살기 시작했다"며 "작은 물고기를 먹는 큰 물고기도 이곳으로 찾아오고, 결과적으로 생태계 파괴가 아니라 더 큰 어장이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 부지는 얼마 전부터 국내 최초로 단지 내 어선 통항이 허용됐다. 실증단지 면적의 14㎢ 중 터빈 반경 100m를 제외한 모든 구역에서 통항할 수 있도록 바뀐다. 한국해상풍력은 해양수산부가 요구한 일정 요건을 갖추면 사전 등록한 고창군과 부안군의 어민을 대상으로 조업을 허용할 예정이다.
이 곳은 지역 특성상 제주도보다 풍속이 느리다. 그래서 블레이드도 제주 탐라 해상풍력 단지 것보다 더 크게 제작됐다. 문제는 무게였다. 블레이드 길이는 늘리면서 무게를 줄일 수 있도록 보다 가벼운 탄소섬유로 만든 블레이드를 사용했다. 서남해 해상풍력 단지에는 유리섬유 블레이드 터빈 3기, 탄소섬유 블레이드 터빈 17기가 있다.
해상풍력 후발주자인 만큼, 아직 열세인 기술력을 높이는 것은 숙제다. 일례로 바다에 설치된 풍력 터빈 설비를 점검하려면 유지보수 선박을 타고 진입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기술력으로는 파도 높이가 1.5m 이상일 때는 선박이 터빈에 접근하는 게 불가능하다. 독일·영국 등 해상풍력 선도국의 경우 파고가 2m가 돼도 유지보수 선박이 터빈에 안전하게 진입할 수 있다.
해상풍력 업계는 내수시장이 더 커지지 않으면 기술력뿐 아니라 가격경쟁력에서도 선도국을 따라잡기가 힘들다고 토로한다. 현재 세계 해상풍력발전기 시장은 독일·스페인의 지멘스-가멘사, 덴마크 베스타스, 중국 세윈드 등 3개사가 전체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 해상풍력 업체들은 자국 내 풍력발전 사업을 전부 자국산으로 대체하며 세계 점유율을 바짝 끌어올리고 있다.
반면 국내 업계는 소수 터빈 기업과 중소 부품기업으로 구성돼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로 밀어붙이는 외국 기업을 추격하기 위해서는 중소업체부터 대기업까지 국내 해상풍력 생태계가 더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창=은진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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