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만45세 나이로 회장 취임
취임 5주년 '딥체인지' 혁신 주도
2007년 50억대 비자금 내부폭로
경영쇄신안 내놓고 퇴진 시련도
취임 5주년 '딥체인지' 혁신 주도
2007년 50억대 비자금 내부폭로
경영쇄신안 내놓고 퇴진 시련도
연합뉴스
25일 별세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1987년 선친인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에 이어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올랐다.취임 당시 이 회장의 나이는 만45세.
이 회장은 1942년 1월 9일 대구에서 삼성그룹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회장과 박두을 여사의 3남 5녀 중 일곱째이자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형으로는 제일비료 회장을 지낸 맹희 씨와 고인이 된 창희 씨, 누나로는 인희(한솔그룹 고문), 숙희, 순희, 덕희 씨가 있다. 신세계그룹 회장인 명희 씨가 유일한 동생(여동생)이다.
삼성상회 경영에 바빴던 이병철 선대 회장은 어린 이건희를 고향인 경남 의령 할머니에게 보낸다. 이 회장은 여섯살이 돼서야 온 가족이 서울에 모여 살게 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전쟁 이후 부산사범초등학교를 다니던 5학년 때 부친의 권유로 이 회장은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유년시절 이 회장은 끊임없이 바뀌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스스로 해법을 찾는 방식을 배웠다.
이후 이 회장은 일본 와세다대학에 진학했고, 졸업 후에는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일본 도쿄에서 이 회장은 서울대 응용미술과에 재학 중이던 홍라희 여사를 만나 맞선을 본다. 1967년 1월 약혼을 하고 홍 여사가 대학을 졸업한 후인 그해 4월 결혼한다. 결혼 후 삼성 비서실에서 2년간 근무하면서 삼성그룹의 큰 그림을 그리게 된다. 1970년대 이 회장은 미국 실리콘밸리를 누볐고, 1973년 오일쇼크 이후 첨단 하이테크 산업 진출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1977년 한국 재계는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의 삼성 후계 구상으로 술렁인다. 이병철 선대 회장은 당시 "아들 셋 가운데 막내(이건희 회장)를 후계자로 결정했다"고 공식화했다. 이어 이듬해 이건희 회장은 삼성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해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28층에서 일을 시작했다.
1979년 부회장에 올랐지만 그는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사업실패를 경험하며 견제를 받기도 했다. 1980년 선경이 최종인수자로 선정된 유공(현 SK이노베이션) 인수전에서 쓴잔을 마셨고, 알래스카 석탄사업을 비롯해 의욕적으로 뛰어든 대규모 개발사업에서 잇따라 실패했다. 자동차 조립을 즐기던 부회장 이건희는 1982년 가을에는 대형 교통사고를 당한다. 푸조를 몰고 양재대로를 달리던 그는 덤프트럭을 피하다 차 밖으로 튕겨 나가며 하반신을 크게 다쳤다.
우여곡절을 딛고 1987년 삼성그룹 회장에 오른 그는 1988년 순전히 자기 돈으로 한국반도체 지분 50%를 인수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통신을 흡수합병하며, 256메가 D램의 신화는 이때부터 싹을 틔웠다. 이건희 회장은 취임 5주년인 1993년 사장단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불러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2류 근성'을 뿌리째 뽑아내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건희 회장은 '신경영'으로 삼성왕국을 일궈냈지만, 경영 기간 동안 일선에서 퇴진했다 복귀한 평탄치 않은 길을 걸은 총수다. 2007년 10월에는 삼성그룹 옛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가 이 회장의 지시로 50억원대의 삼성 비자금이 관리됐다고 폭로했다. 이 회장은 기소 직후인 2008년 4월 자신의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 지배구조 개선방안 등이 포함된 경영쇄신안을 내놓고 그 해 4월 22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입사 후 42년의 절반인 21년간 그룹 회장을 맡아온 그의 퇴진은 그룹 안팎에 큰 충격을 줬다.
이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재계·체육계 건의로 단독사면된 이 회장은 2010년 경영일선에 복귀했고, 조직 재정비와 삼성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헌신했다. 별세한 그의 유족으로는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이 있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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