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부정적 기류에 '우회' 지적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020년도 정부 제4회 추가경정예산안 제출 자료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도착해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취임 첫 성과물이라 할 수 있는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 정책이 조금씩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이 전부 반대하고 나선 데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도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면서 4차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심사를 앞두고 민주당이 우회 노선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13일 비공개 고위당정청협의회를 진행하기에 앞서 민주당 최고위원들과의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통신비 2만원 지원책을 비롯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군복무 특혜 병가 논란, 윤영찬 민주당 의원이 카카오 압박 논란 등이 의제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허영 대변인은 이날 디지털타임스와의 통화에서 "일부에서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한 것으로 알려지긴 했으나 고위당정청협의회를 열기 전에 원래 해오던 정례적인 간담회 성격"이라며 "이해찬 전 대표부터 가져오던 모임"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허 대변인은 다만 통신비 2만원 재논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간담회와 고위당정청에서 포괄적인 논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그 의제를 논의하려고 소집된 모임은 아니다. 여러가지로 고려해서 14일 예정된 최고위원회의를 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을 반대하는 목소리들이 이어지면서 민주당으로서는 고민이 커지고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이 이날 논평을 내고 "우리가 원하는 것은 2만원 짜리 평등이 아니다"라며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 정책을 반대했다. 배 대변인은 "정부는 4차 추경에서 피해가 심한 분들에게 집중 지원한다는 원칙을 세웠을 것"이라며 "그런데, 2만원 통신비 전국민 지원이란다. 다 합치면 무려 1조원"이라고 문제 삼았다. 선별적 지원을 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보편적 지원인 전 국민 통신비 2만원을 끼워넣기 했다는 비판이다. 그는 1조원의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는 선별적 복지를 예로 들어 정부 방침의 비효율성을 짚었다. 1조원으로 가능한 선별적 복지는 비대면 수업으로 질 낮은 교육을 받는 국내 모든 대학생 199만 명에게 1인당 50만원씩 장학금 지급, 아이돌봄 서비스 지원금(2503억원) 4배 상향, 출생아 30만명(2019년 기준)에게 330만원씩 보조, 실업급여비 1개월치 추가지원, 연매출 4억 이하 소상공인 290만명에게 전기료를 2개월분(월평균 12만5000원) 지원 등이다.
배 대변인은 "2만원은 결국 대기업 통신사 계좌로 쏴주는 것"이라며 "1조원이 손에 잡히기도 전에 기체같이 증발할 것"이라고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앞서 전 국민 독감예방 접종을 지원하는 게 낫다면서 4차 추경 심사 과정에서 전 국민 통신비 지원 정책을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승수효과(정부가 지출을 늘릴 경우 지출한 금액보다 많은 수요가 창출되는 현상)가 없다'고 비판한데 이어 김경수 경남지사 역시 자신의 SNS에 "통신비 2만원 지급 예산으로 '무료 와이파이망 확대'에 투자할 것을 제안한다"면서 "야당에서 이렇게 반대하고, 국민들 일부에서도 비판적인 여론이 있다면 '통신비 부담 완화'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다른 대안도 함께 검토해보면 어떨까 싶다"고 했다.
여야가 합의한 대로 4차 추경을 서둘러 처리하고 추석 전 집행이 가능하도록 하려면 오는 18일까지는 추경안 심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민주당은 18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 의결까지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야당이 전부 반대로 돌아선 상황에서 추경 심사를 계획대로 진행하려면 민주당으로서는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책을 양보하거나 의석수의 논리에 따라 밀어붙이는 수밖에 없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민주당에는 부담이다. 양보한다고 해도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주도했던 이 대표의 정치적 역량에 상처가 생길 수 있고, 밀어붙인다면 민주당 독주 프레임에 다시 갇힐 가능성도 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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