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장우진 기자] 산업계에서 정부의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기업의 경영 정보가 외국기업이나 투기자본으로 새나갈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정당한 내부거래도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이익 공여보다 회사손실 여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지배구조·내부화관련 규제정책과 기업성과'를 주제로 열린 제5회 산업 발전포럼 개회사에서 "상법 개정안은 대주주 등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해 주주들의 일반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상황에서 감사위원 분리 선임을 통해 이사를 선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사는 주주 의사를 대표하기 위해 주총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으로 선임한다는 원칙에 어긋날 수 있고 감사위원 분리선임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학자들도 있다"며 "미국, 독일, 일본 등에 입법사례가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주주는 감사위원 이사 결정 참여가 제한되는데 책임은 지분율 만큼 지는 것은 부당하다"며 덧붙였다.
정 회장은 특히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외국인 주주가 경영에 참여해 자칫 기업 정보가 새어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새로운 감사나 이사 선임 제도를 통해 외국의 경쟁기업이나 투기자본이 추천한 인사가 감사와 이사로 선임될 경우 우리 기업의 일상 경영관련 비밀정보가 외국 경쟁 기업이나 투기자본으로 새나갈 우려가 있다"며 "우리는 적군 작전회의에 참여할 수 없는 반면 적군은 우리 군 작전회의에 참여해 기밀을 빼가는 것과 같은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 추진 시점이 적절한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입법 취지는 살리면서 부작용은 막는 좋은 법을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부당내부거래를 억제한다는 취지에도 개정안은 정당한 내부거래도 위축시킬 수 있어 지혜로운 입법이 필요하다"며 "사익편취 대상 기업을 상장기업 기준 특수관계인 등의 지분율을 30%에서 20%로 낮추는 것은 거래비용 최소화를 위한 정당한 내부화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행 사익편취 개념도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 대한 이익 공여 여부보다 회사에 손실을 발생시킨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며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확대, 전속고발권 폐지 등의 부작용이나 단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발표를 맡은 송원근 연세대 송원근 객원교수는 "감사위원 분리선임은 편법적 이사 선임제도를 만드는 것이어서 대주주 의결권 제한에 따른 재산권 침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도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도는 주주의 이사선임권을 제한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로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기관투자자의 행동주의 수단으로 이용되면 장기성장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장우진기자 jwj17@dt.co.kr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이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5회 산업 발전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