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술 수준, 美와 2.6년 差
"원천기술 연구 병행·상용화 필요"
"원천기술 연구 병행·상용화 필요"
![[`디지털-뉴노멀`의 미래를 묻다] 뒤처지면 `양자 종속국`… 글로벌 주도권 경쟁](http://contents.dt.co.kr/images/202009/2020090802100551650002[1].jpg "[`디지털-뉴노멀`의 미래를 묻다] 뒤처지면 `양자 종속국`… 글로벌 주도권 경쟁")
'수십년간 이어져 온 컴퓨팅 산업과 기술 구도를 일거에 뒤집을 파괴적 기술'.
전문가들이 양자정보기술에 대해 내리는 평가다. 양자정보기술은 양자 얽힘, 압착, 중첩, 결맞음 등 특이한 양자역학 현상을 이용해 정보를 전송·저장·처리·측정·분석하는 기술로, 지금보다 100배 정밀한 MRI(자기공명영상), 초신뢰 물리보안, 초고속 정보 처리 등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0과 1로 표현되는 비트로 작동했던 디지털 세계가 훨씬 복잡한 특성의 큐비트 세계로 바뀌면 ICT 기술의 정의부터 역할, 작동방식이 재정의 될 전망이다. 양자정보기술이 디지털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주목 받으면서, 세계 각국은 '양자 종속국'이 되지 않기 위해 20~30년 후를 내다보고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미 정부는 지난달말 AI와 양자기술 연구에 집중할 연구기관 12곳을 선정했는데, AI보다 양자 분야 투자규모가 크다는 점이 주목된다. 미 에너지부는 5개 양자정보과학연구센터를 설립하고 6억25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연구센터에는 하버드대, 코넬대, 인텔, 록히드마틴, 마이크로소프트 등 국립연구소와 대학, 기업이 참여한다.
이 같은 투자는 양자패권을 중국에 내주지 않기 위해서다. 이에 앞서 지난달 초 미 의회조사국은 중국의 AI와 양자컴퓨팅 기술이 미군을 위협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 참여한 일부 전문가는 중국이 양자컴퓨터와 AI 분야에서 이미 미국을 능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5년간 12억75000만달러를 투자하고 양자 이니셔티브 법을 제정하는 등 기술과 산업 육성에 집중해 왔다. 양자 분야의 내년도 정부 예산요구안은 5억700만달러로, 올해보다 55% 늘어난 규모다. 미국과학재단이 2억3000만달러, 에너지부가 2억3700만달러를 각각 편성했다. 미국표준기술연구소는 장기 연구와 기업간 컨소시엄 지원에 4000만달러를 지원한다.
중국은 양자를 국가 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양자과학기술혁신연구소를 설립하는 한편 지난양자밸리 조성을 추진 중이다. EU(유럽연합)도 2018년부터 10년간 10억 유로 규모의 양자기술 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AI, 바이오, 양자를 3대 국가 전략기술로 꼽고 국제 기술허브 설치, 글로벌 양자암호통신망 구축, 재료 연구 등을 새로 추진한다. 올해 양자기술 분야 예산은 340억엔이다.
산업계의 주도권 경쟁도 치열하다. 구글이 지난해 10월 53큐비트 양자컴퓨터로 양자우월성 구현에 성공한 것을 비롯, IBM·MS·인텔·리게티·이온큐·D웨이브 등이 경쟁 중이다. 현대자동차·벤츠·폭스바겐·에어버스 등은 교통·항공 분야에 양자컴퓨팅 활용을 모색하고 있다. SK텔레콤·브리티시텔레콤·AT&T 등 통신기업들은 양자통신 선점에 뛰어들었다. 양자센싱·계측 분야에서는 록히드마틴·보쉬 등이 원자시계·광학센서·관성센서·자기센서 시제품 개발과 사업화 준비에 나섰다.
시장도 연평균 20%대의 성장이 기대된다. 전문기관들은 세계 양자컴퓨팅, 양자센싱·계측, 양자통신 시장이 작년부터 2027년까지 각각 연평균 50.5%, 10.4%, 42.6%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 국내 시장도 같은 기간 각각 57%, 12.6%, 51%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기술 수준은 선진국과 격차가 있다. 기술 수준은 미국의 73.6%로 기간으로는 2.6년 뒤져 있다. 수년전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대규모 연구를 하려다 무산되고 양자컴퓨팅, 양자통신, 양자 디바이스 연구가 각각 진행되고 있다. 연간 투자규모는 300억~400억원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양자통신·센서·컴퓨팅 3대 영역의 난제 해결 고리인 '양자얽힘'을 이해하고 활용하려면 국내 가능한 모든 인력과 자원을 모아야 한다는 게 오윤제 과기정통부·IITP 디바이스·반도체 PM의 신념이다. 또 장기 원천기술 연구와 병행해, 이미 성숙된 기술은 공학자들이 뛰어들어 빠르게 상용화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오 PM은 "한국은 ICT 인프라와 5G 상용화, 반도체 산업 경쟁력, 광기술력 등에서 확실한 강점을 갖췄다"면서 "기술분야별로 단편적으로 해오던 연구를 범부처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추진하고, 전체 투자규모를 대폭 늘리는 동시에 부족한 연구인력을 키워 양자시대를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오늘날의 컴퓨터가 1946년 미국에서 개발된 빌딩 크기의 진공관 컴퓨터 '에니악'에서 출발해, 집적화를 통해 오늘날의 모습으로 발전했다면, 양자컴퓨터는 에니악 단계도 못 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기술이 현실화되면 신약, 인공지능 등 기존 컴퓨터가 풀지 못한 문제가 풀리고, 양자기술을 쥔 국가가 세계 패권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 PM은 "삼성은 노키아라는 큰 벽이 있었지만 굴하지 않고 2005년부터 스마트폰 선행기술에 투자한 끝에 글로벌 1위까지 올라섰다. TV도 반도체도 처음 시작할 때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끝내 성공신화를 이뤄냈다"면서 "양자기술도 지금 분명한 국가적 그랜드 플랜을 세우고 사람과 자원을 투입해 전략적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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