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깨끗한 옷차림이 불러온 오해에서 출발한 논란이었지만, 정치인들의 '인증샷' 관행을 바라보는 국민의 차가운 시선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심 대표는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수해복구 현장에서 찍은 사진과 소회를 올렸다. 심 대표는 글에서 "정의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산사태 피해 농가에서 수해복구 지원작업을 했다"며 "늘 재해 현장 방문은 조심스럽다. 다급한 긴급복구 현장에 실질적 도움도 못 되면서 민폐만 끼치게 되지 않을까 해서다. 망연자실한 피해 주민들께 작은 위로라도 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열심히 일했다"고 전했다. 논란은 엉뚱하게 사진에서 터졌다. 심 대표는 사진에서 정의당을 뜻하는 노란색 모자를 쓰고, 노란색 상의를 입고, 장화를 신고 산사태로 엉망이 된 농가의 도구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지나치게 깨끗한 옷과 장화였다. 일부 누리꾼들은 심 대표의 옷이 깨끗하다는 이유로 의도한 연출 사진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심 대표가 글만 남긴 채 사진을 삭제하자 언론에서는 '심 대표가 연출 의혹을 받고 사진을 삭제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정의당은 즉각 유감을 표명하면서 억울함을 토로했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11일 '보도 유감'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다수 시민께서 재해지원 관련 사진을 올리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댓글로 남겨 사진을 삭제한 것"이라며 "옷과 장화가 깨끗하다는 지적에 삭제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동떨어진 기사로서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심 대표가 옷에 진흙을 묻히면서 봉사활동에 여념이 없는 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 대변인은 "심 대표의 사진은 복구 활동 초기에 잠깐 찍은 사진을 올린 것이고, 실제 복구지원 활동에 참가한 당직자들은 복구활동에 경황이 없어서 심 대표의 이후 복구 지원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하였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이 언급한 대로 실제 심 대표의 SNS 댓글을 보면 '재난 현장에 가서 인증사진을 찍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사진을 찍는 행위가 봉사활동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논란의 주인공은 비록 심 대표였지만 정치권 모두에게 해당하는 비판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지도부 역시 수해복구 봉사활동을 다녀왔고, 다량의 사진을 찍었다. 민주당은 봉사활동이 끝난 뒤 단체로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심상정 대표가 지난 7일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산사태 피해 현장에서 복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왼쪽은 논란이 된 깨끗한 옷차림의 심 대표 사진, 오른쪽은 정의당에서 제시한 흙투성이가 된 심 대표의 사진
민주당 의원들이 11일 충북 음성군 삼성면 대야리를 찾아 수해 복구 자원봉사를 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