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장우진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 측의 면담 제안에 응하면서 막판 대반전의 가능성이 열렸다. 하지만 지금까지 양측이 계약파기에 대한 책임공방을 하는 등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역시 명분 쌓기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아직은 더 우세하다.
현산은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와 세계적인 항공사로의 도약을 위해 인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대표이사 간의 재실사를 위한 대면협상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앞서 금호산업 측은 지난 7일 "현산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인수 의지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보도자료나 공문을 통해 일방적 입장만을 전달하고 있다"며 대면 협의를 촉구했다. 현산의 이번 입장은 금호산업 측의 요구한 대면 만남 요구를 받아들인 셈이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오는 11일을 현산과 아시아나 인수 계약 이행의 '데드라인'으로 정했다.
다만 현산은 "금호산업이 인수상황 재점검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선을 그어 재실사에 대한 입장을 고수했다. 금호산업 측은 현산이 요구한 12주간 재실사 요구에 대해 '인수 의지'를 문제 삼으며 반대했고 현산은 다시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재실사 없이는 아시아나항공 계획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런 정황을 감안하면 이번 만남이 극적 타결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이미 양측은 거래 파기에 대한 책임이 서로에게 있다며 선을 그어 놓은 만큼 이번 협상도 '할 만큼 했다'는 식의 명분쌓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산 측은 총 인수대금 2조5000억원 중 2500억원을 계약금으로 지급한 상태여서 계약이 파기될 경우 계약금 반환 등의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금호산업의 경우 계약이 파기되면 구주매각 대금으로 그룹 재건에 나서려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미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매각 무산에 대비해 플랜B를 준비하고 있다. 금호산업은 매각 무산에 대비해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하고 구주 매각대금을 이용한 자금운용 계획 수정 및 자금조달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채권단 주도의 경영관리 방안 및 재매각 추진 등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2분기 115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6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깜짝 실적'이 화물 호조에 따른 일회성 효과라는 점에서 인수·합병(M&A) 흐름을 뒤바꾸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중론이다.
현산 측은 "원만히 인수절차 진행을 위해 일정과 장소 등 협상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에 관해 금호산업의 제안을 최대한 받아들일 입장"이라며 "효율적이고 투명한 협의를 통해 인수거래를 종결하고자 하는 의지는 변함없다"고 밝혔다.장우진기자 jwj17@dt.co.kr
HDC현대산업개발이 금호산업 측에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과 관련해 대표이사 간 대면협상은 제안했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 소재 아시아나항공 본사.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