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하이트진로 테라 열풍에 국내 맥주 시장 주도권을 내준 오비맥주가 반격에 나선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올 여름 카스와 필굿 등 주요 맥주 브랜드의 리뉴얼과 신제품 출시를 단행한다. 필굿은 도수를 7도로 높인 '필굿 세븐'을 출시하고 카스 후레쉬는 패키지 리뉴얼에 나섰다. 쌀을 넣은 신제품 맥주 '한맥'도 선보일 예정이다. 주력 수입 맥주인 호가든은 그린 그레이프맛을 새로 선보였다.
오비맥주가 오랜만에 내놓는 맥주 신제품 '한맥'은 국내산 햅쌀을 이용했다는 점이 가장 큰 마케팅 포인트다. 제품 슬로건에도 '이제 라거를 음~米할 시간'이라며 쌀을 강조했다. 쌀을 10% 첨가해 가벼운 탄산감과 부드러운 목넘김을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발포주 필굿은 국내 맥주 시장에서 보기 드문 '7도'로 도수를 높여 차별화를 시도한다. 반면 호가든 신제품은 도수를 1도가량 낮춘 3.5도로 선보였다. 달고 가볍게 마시는 호가든 그린그레이프는 도수를 낮춰 부담을 낮추고 '소맥용'으로 많이 쓰이는 필굿은 도수를 높여 진한 맛을 낸다는 전략이다.
주력 제품인 카스는 패키지 디자인을 리뉴얼하고 백종원을 모델로 삼아 유튜브 등 다양한 활동에 나섰다.
다만 일각에서는 테라 돌풍을 누를 '묵직한 한 방'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제품을 약간 리뉴얼하는 정도로는 테라가 이끌고 있는 맥주 시장의 트렌드를 가져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제품 '한맥' 역시 지난 2009년 출시한 'OB'와 마케팅 포인트가 그대로 겹친다. 오비맥주는 지난 2009년 하이트에 밀린 OB라거를 대신해 파란색 라벨을 단 'OB'를 출시하며 "쌀을 사용한 맥주"라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오비맥주 측은 "국산 쌀을 배합해 목에서 넘어가는 부드러운 느낌이 탁월하다"며 쌀 맥주 마케팅에 나선 바 있다. 이미 10년 전에 시도했던 마케팅을 재활용했다는 지적이다. 한맥에 채택한 녹색 병 역시 테라를 벤치마킹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에 대해 오비맥주 측은 "한맥은 일부 지역에서 시장 테스트용으로 판매할 제품인 만큼 소비자 반응에 따라 제품 컨셉트도 변화할 수 있다"며 "병 색깔의 경우 수입맥주 중 인기 상위권인 칭따오, 하얼빈, 하이네켄, 스텔라 등이 모두 녹색"이라고 말했다.
국산 맥주 시장에서는 보기 드문 7도짜리 고도수 필굿의 반응도 미지수다. 오비맥주는 앞서 카스 브랜드를 통해 6.9도짜리 고도수 '카스 레드'를 출시한 바 있지만 현재는 일부 소형 마트 등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고도수 맥주 수요가 많지 않다는 방증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필굿 세븐은 처음부터 틈새 시장을 잡기 위해 기획한 제품"이라며 "주력 상품으로 밀고 있는 제품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