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관절염치료제 '인보사' 개발을 진두지휘해 온 이웅렬 전 코오롱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인보사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는 지난해 3월 실제 의약품 성분이 허가받은 내용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품목허가가 취소되고 미국에서 진행 중이던 임상 3상도 중단됐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인보사 사태의 최종 책임자라고 보고 1년여 간 수사를 진행해 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일 새벽, 약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이 전 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다툼의 여지가 있고, 다른 임직원들에 대한 재판 경과와 신병관계를 종합해 보면 구속 필요성과 상당성에 소명이 부족하다는 게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다. 검찰은 보강 수사 뒤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인보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이 전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검찰의 수사에도 동력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선, 인보사 관련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와중에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신청돼 바짝 긴장했던 코오롱생명과학은 한숨 돌리게 됐다.
이 회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면서 "남은 법적 절차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 프레임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바이오제약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장 기각은 이 전 회장이 2017년 7월 인보사에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 유래세포가 포함된 사실을 알고도 숨겼다는 검찰 수사의 프레임에 무리가 있다는 방증으로 인식될 수 있다"면서 "인보사 수사가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장에서는 추가로 진행중인 행정소송의 결과에도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인보사는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으로 판매·유통이 금지된 상태인데, 코오롱생명과학은 식약처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진행 중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앞서 지난해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대규모 민사소송도 대기 중이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 사태 이후 인보사 시술을 받은 환자와 주주들로부터 총 1000억원 내외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한 상태다. 민사소송은 현재 본안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형사소송의 판결이 나온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재판이 진행될 전망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 재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중단됐던 인보사 임상시험 3상 재개를 허가했다. 회사는 이를 반전의 기회로 삼으려는 모습이다. 미국에서의 임상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코오롱으로서는 "성분을 잘못 표시한 것일 뿐 인보사의 안전성ㆍ유효성과는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올해 말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을 재개하는 것을 목표로 현지에서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며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현지 병원에서의 환자 모집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