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전통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출점제한 등의 규제로 힘을 쓰지 못하는 사이 유통업계의 중심으로 떠오른 편의점이 IT(정보기술)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매장 상주 직원 없이 운영할 수 있는 무인형 편의점이나 QR코드 인증, 드론 배송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로 신기술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CU와 GS25는 지난주부터 이동통신 3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담배와 술 등을 구매할 때 필요한 성인인증을 모바일 운전면허증으로 대체하는 서비스를 적용했다. 이는 지난해 9월 과기부가 규제 샌드박스 심의를 통해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임시 허용한 이후 처음으로 실생활에 적용된 사례다.
이에 담배나 술 등 성인 인증이 필요한 상품을 구매할 때 실물 신분증 없이도 모바일 QR코드나 바코드 스캔만으로 신분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편의점이 신기술의 테스트베드로 활약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GS리테일은 이달 초 제주도에서 산업부와 함께 드론 물류 배송을 시연했다. GS리테일의 앱을 이용해 상품을 주문하면 드론이 물건을 싣고 배송지로 옮기는 시스템을 테스트한 것이다. 드론 배송이 상용화되면 그간 상품 배송이 원활치 않았던 도서산간 지역에도 신속하게 상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은 일반화된 모바일 간편결제 역시 편의점이 가장 빨리 도입한 최첨단 서비스 중 하나다. 지난 2017년 세븐일레븐이 국내 첫 무인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선보인 후 GS25와 이마트24, CU 등이 잇따라 무인 점포를 열었다.
입장에 이용되는 정맥·안면 인증 시스템을 시작으로 제품을 집어들 때마다 실시간으로 무게를 계산해 어떤 상품을 집어들었는지 파악하는 센서, 입장부터 퇴장까지 고객을 따라다니는 수십 개의 카메라까지 그 어떤 업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최신 기술이 접목됐다.
업계에서는 편의점이 새로운 기술을 테스트하는 데 최적의 장소라고 말한다. 대형마트나 백화점보다 규모가 작아 최신 기술을 부담 없이 시험해 볼 수 있고 다양한 생활권역에 수만개 점포가 촘촘히 포진해 있어 다양한 환경에서의 테스트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기술에 관심이 많은 10~30대 젊은 층이 주력 소비층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편의점들로서도 다양한 신기술을 접목해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가 반갑다. 실제 유통업계 최초로 상용화된 모바일 성인인증 시스템은 그간 편의점 근무자들이 불편하게 여겼던 신분증 확인 절차를 대폭 간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 역시 실물카드 없이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의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고 성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신기술을 선제 도입하면 소비자들의 쇼핑 편의성과 관심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며 "이커머스,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한 생존 전략"이라고 말했다.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편의점업계가 신기술 테스트베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GS25 매장에서 PASS 앱을 이용해 성인인증을 하고 있는 소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