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민주 기자] 한동안 브레이크가 걸렸던 삼성 인수·합병(M&A)이 다시 추진될 수 있을지 재계 관심이 쏠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 합병 및 승계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불기소 권고로 '총수 부재' 부담을 덜면서 M&A 등 전략적 투자에 시동을 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까지 터지면서 대외 변수가 커진 점은 M&A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28일 삼성그룹 및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 2017년 전장기업 '하만' 인수 이후 대규모 M&A를 추진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 2017년 2월 말 당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기소로 구속된 이후 M&A 등 삼성 전략적 투자는 사실상 멈췄었고, 주요 경영진 인사도 이뤄지지 못했다.
이는 지난 4년 간 글로벌 경쟁업체들이 미래사업을 대비해 M&A에 적극 뛰어든 모습과 대조적인 행보다. 최근 몇 년 새 중국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공격적인 M&A를 단행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M&A를 통해 반도체 해외기업을 인수한 기업(Buyer) 통계'에 따르면 2014년까지만 해도 누적 인수기업이 4개에 그쳤던 중국은 2015년~2018년간 무려 29개의 기업이 외국 반도체기업 M&A에 뛰어들었다. 미국 5대 IT업체인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마이크로소프트(GAFAM) 또한 꾸준히 M&A를 추진 중이다. 올 들어서만 애플은 4개 업체 이상을, 마이크로소프트는 3개 업체를 사들였다.
이에 재계 안팎에서는 총수 부재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된 이 부회장이 그동안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하만 인수 이후 잠잠했던 해외 업체와의 M&A 전략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M&A를 위한 실탄도 넉넉하다. 올해 3월 말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액은 113조원을 넘어섰으며, 순현금만 98조원에 달했다.
삼성이 M&A에 나설 경우 가장 먼저 거론되는 분야는 시스템반도체 시장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년 뒤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만큼, 합리적인 가격이라면 수십조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한 삼성이 뛰어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가 1위 자리를 굳혀놓은 상태고, 경쟁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약한 시스템반도체에 투자할 가능성이 더 크다.
이 부회장의 최근 행보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이 부회장은 최근 한 달 새 평택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라인 조성에 10조원을,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증설에 8조원을 각각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코로나19로 M&A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점은 향후 삼성의 M&A 등 투자 전략에 방해 요소다. 올해 1분기 전 세계 M&A 거래 규모는 5637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1%나 감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로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된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 또한 경영 행보를 확대하면서 M&A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코로나19로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보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전했다.김민주기자 stella2515@dt.co.kr
지난 19일 이재용(앞줄 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미래전략과 사업장 환경안전 로드맵을 점검하기 위해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반도체 연구소를 방문한 모습. <삼성전자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