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단통법 위반으로 제재"
유통업계, 700억 규모 부과 전망
이통사 "경영상 부담 가중" 토로
일각선 "단통법 개편" 요구 커져
유통업계, 700억 규모 부과 전망
이통사 "경영상 부담 가중" 토로
일각선 "단통법 개편" 요구 커져
지난해 세계 최초의 5G 상용화 이후,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전개했던 과열 마케팅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폭탄'을 부과할 전망이다. 방통위는 이통 3사가 5G 단말기 보조금을 뿌려대면서 이른바 '공짜폰' 경쟁을 펼친 만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위반에 따른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5G 보조금 경쟁이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따른 마케팅전의 성격이 강한데다, 코로나19 한파로 유통시장이 황폐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제재하려 한다는 비난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1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지난해 5G 가입자 유치를 위해 불법보조금을 살포한 이통 3사에 대한 사실조사를 마쳤으며, 이를 지난주 해당 사업자에 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사별로 아직 명확한 제재수위나 제재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이들 이통 3사에 7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방통위는 해당 사업자에 대한 소명자료 등을 검토한 뒤 최종적으로 전체회의에서 징계 수위를 확정한다는 방침인데, 실제 이같은 규모가 확정될 경우, 단통법 위반 징계 규모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 될 전망이다.
방통위가 단말기 불법보조금 위반을 이유로 통신3사에 부과한 최대 과징금은 지난 2018년, 506억원 규모가 최고였다. 업계에서는 방통위의 사전통지서에 나타난 조사범위와 위반 건수, 위반빈도 등을 고려했을 때 과징금 총액이 7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하는 분위기다.
방통위는 불법행위 제재 시 기업에 시정조치안을 보내고 의견서를 2주 내에 받아 구체적인 제재 규모를 결정하게 된다. 방통위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에 시정조치안을 보냄에 따라 7월 초 이와 관련한 제재가 이뤄질 전망이다. 전체회의 일정이 앞당겨질 경우에는 6월 말에 제재 내용이 확정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단말기 및 유통시장이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더 큰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당장, 이통 3사는 코로나 사태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위기를 맞고 있는데, 여기에 역대급의 과징금 폭탄까지 맞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정확한 과징금 예상 규모는 모르지만 700억원 규모 설이 일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별도의 입장은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각사별로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여기에 막대한 규모의 과징금까지 더해질 경우, 경영상의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단말기 업체 및 유통시장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여파로 삼성전자의 올해 최대 기대작인 '갤럭시 S20'은 1분기 판매량이 820만대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전작인 '갤럭시S 10'이 지난해 동기 1250만대가 팔린 것과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에 불과한 실적이다.
특히 유통업계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보급형 5G 단말기 출시로 일부 대리점들이 모처럼 활기를 찾아가고 있는 상황인데, 방통위의 과징금 폭탄이 다시 시장을 움츠러들게 할 것이라는 반응이다.
이번 제재가 단통법 개편 움직임과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방통위는 올해 초부터 단통법 개정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회를 운영중에 있다. 단통법 위반이 반복되면서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일각에서는 단통법이 사업자간 자율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편익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 계속되면서 이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도 21대 국회 주요 정책 현안 중 하나로 단통법 개정을 꼽기도 했다.
업계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대외적으로는 5G 시장활성화를 주문하면서도, 뒤편에서는 규제수단을 앞세워 과징금을 부과하고 기업활동을 옥죄고 있다는 것이다.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정부는 코로나 경제난 해소를 위해 5G 투자확대와 시장활성화를 종용해 왔다"면서 "그러나 바로 뒤편에서는 단통법을 앞세워 5G 마케팅활동에 역대급의 제재를 내리려 하고있다. 최악의 경제상황, 침체된 유통시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지기자 ke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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