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부동산PF 유동화증권
차환발행 안돼 증권사 유동성 압박
하나금융·메리츠·신한·유진 등
증권사 일부 유동성 리스크 직면
차환발행 안돼 증권사 유동성 압박
하나금융·메리츠·신한·유진 등
증권사 일부 유동성 리스크 직면
④ 자본시장 리스크분석
지난 3월25일 300억원 규모의 '인베스트에이치제일차'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만기가 돌아왔다. 이 ABSTB는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을 위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채권을 증권화한 단기사채다. 대출채권 상환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한화투자증권이 책임을 진다는 전제로 신용평가회사는 적기상환능력 최고 등급인 A1 등급을 부여했다.
해당 ABSTB는 2019년 6월28일 최초 발행 이후 3개월마다 순조롭게 만기연장이 이뤄졌다. 그렇지만 코로나19로 자본시장이 요동쳤던 3월 만기 시점에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50억원만 차환발행됐다. 나머지 250억원은 한화투자증권이 매입확약 의무에 따라 인수했다. 대출채권 상환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증권사가 부동산 대출의 리스크를 지게 된 셈이다.
비슷한 시점에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부동산PF ABSTB의 차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유동성 리스크에 노출됐다. IBK투자증권이 대출채권의 신용위험을 보장하는 ABSTB인 아이비케이에이원제일차와 유안타증권이 인수확약을 체결한 와이케이스톤제일차는 3월19일 만기시점에 91일짜리 ABSTB를 4일짜리로 차환발행했다. 이들 ABSTB는 3월23일 차환발행에 실패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회사가 부동산PF 대출채무를 보증하는 규모는 2019년 9월말 기준 25.6조원에 달한다. 증권사 자기자본의 약 47.9%에 이른다. 채무보증 유형을 보면 대출채권의 부실위험까지 부담하는 신용공여형 채무보증이 전체 채무보증의 85.5%나 된다. ABSTB가 일시적으로 만기연장되지 않는 것 뿐만 아니라 부동산 사업의 실패에 대해서도 증권사가 책임을 진다는 말이다.
부동산 사업장의 부실로 촉발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사태는 부동산 채무보증으로 인해 증권사가 유동성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만약 경기침체에 따른 투자수요 감소와 맞물렸다면 부실사업장이 연쇄적으로 증가하는 실물경제 위기로 전이됐을 수 있다. 결국 부동산PF 대출과 채무보증이 증권사의 건전성은 물론이고 유동성에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3년짜리 부동산 PF 대출을 3개월짜리 전자단기사채로 유동화한 증권사의 금융기법이 위기상황에서 뇌관으로 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증권사가 부동산PF ABSTB 차환을 위해 자체 기업어음(CP)를 급히 발행하고 보유 중인 다른 기관의 CP를 내다팔면서 단기자금시장에 혼란이 벌어지는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증권사의 회사채를 담보로 직접대출을 실행하지 않았다면 유동성 리스크에 직면한 증권사가 속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증권사의 3개월 원화 유동성비율은 규제수준(100%)을 뛰어넘고 있다. 그렇지만 채무보증을 포함하는 조정유동성비율(유동성자산/{유동성부채+채무보증})은 다수 증권사가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와 메리츠증권의 2019년 12월말 기준 조정유동성비율은 각각 84.4%, 85.4%에 불과하다. 신한금융투자(94.2%) 유진투자증권(96.3%) 교보증권(96.6%) 한국투자증권(97.0%) KTB투자증권(97.9%) 등도 10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증권사는 모두 채무보증이 크게 늘어난 곳이다. 하나금융투자의 채무보증은 2013년 350억원에 불과했지만 2019년말 기준 채무보증은 4조4016억원으로 100배 이상 폭증했다. 특히 매입확약은 2015년 4041억원에서 2019년 4조3794억원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메리츠증권의 채무보증도 같은 기간 2조9955억원에서 8조5327억원으로 불어났다. 메리츠증권 채무보증 증가의 대부분은 매입확약을 통해 이뤄졌다. 삼성증권의 매입확약은 2017년 9010억원에 불과했으나 2019년에는 3조266억원으로 2년 사이에 3배 이상 늘어났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부동산PF 건전화 방안에서 PF 채무보증을 자기자본의 100%로 한도를 설정하고, 증권사 부동산PF 채무보증에 대한 신용위험액 산정시 위험값을 12%에서 18%로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또 조정유동성비율 100% 미만 증권사에 대해서는 리스크 관리 실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김현동기자 citize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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