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심화영 기자] 외국계 주류사들의 '초고배당 잔치'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맥주 시장이 커지면서 이를 수입해 판매하는 외국 주류사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지만, 국내시장에 대한 재투자를 하거나 사회공헌을 하기보다는 이익 대부분을 본사로 배당하고 있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벨기에의 '안호이저-부시 인베브'(AB인베브)를 모회사로 두고 있는 오비맥주는 지난해 매출액 1조5421억원, 영업이익 4090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오비맥주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AB인베브는 4390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카스를 생산하고 있는 오비맥주는 국내 맥주시장 1위를 2012년부터 수성해 왔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기부금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국내 기업들은 전자공시 시스템에 사업보고서를 제공하며 기부금을 공개한다.
또 네덜란드 맥주 업체인 하이네켄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하이네켄 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천228억원에 영업이익 287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하이네켄 네덜란드 본사가 받은 배당은 296억원이다. 그러나 하이네켄 코리아 역시 감사보고서를 공개하며 기부금 항목을 넣지 않았다.
롯데칠성과 일본 주류업체인 아사히그룹 홀딩스의 합작법인 롯데아사히는 지난해 623억원 매출에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97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롯데아사히의 대주주인 롯데칠성과 아사히가 받은 배당은 33억원이다. 롯데아사히가 낸 기부금은 481만원으로 집계됐다.
세계 1위 주류 회사인 디아지오의 한국 법인인 디아지오코리아는 2015~2018 회계연도까지 평균 배당성향이 160%에 달했다.
이 같은 외국계 주류업체의 영업은 국내 주류업체와 대조적이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주류를 포함해 연결기준으로 2조4295억원 매출에, 107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주주들이 받은 배당은 221억원이고, 43억여원의 기부금을 냈다고 롯데칠성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개했다.
또 하이트진로는 2조350억원 매출에 88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로 인해 주주들이 받은 배당은 489억원이고, 16억8000만원을 기부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류기업들만 유리알 공시를 하고 있다"면서 "외국 주류사들은 출고량도 미공개로 하고 있어 점유율을 알기 힘든 상황에서,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는 가격조정도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업소들의 재고관리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맥주 시장은 판매처별로 크게 식당·주점으로 대표되는 유흥시장과 마트·편의점 위주의 가정용 시장으로 양분돼 통상 55대45 비율이 유지돼왔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