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눈을 실명한 김복동 할머니를 끌고 다니며 돈을 모았습니다. … 할머니를 이용한 행위는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 7일에 이어 25일 이용수(92) 할머니의 목소리가 다시 나왔다. 짙은 아픔에 떨리는 목소리로 논리 정연한 비판이 아니었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듣는 이의 가슴을 울렸다.
이용수 할머니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또 한 번 높였다.
사실 정의연의 의혹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자고 나면 커진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정의연은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고 있고 여권에서는 "사건 조사가 먼저"라며 윤미향 당선인과 정의연을 감싸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 자금집행의 부정 = 지난 7일 이용수 할머니의 고발성 기자회견 직후 정의연·정대협 회계와 관련한 의혹이 연일 쏟아졌다. 이들 단체의 국세청 공시자료에서 총액 오류나 누락 등 사례가 다수 확인됐기 때문이다. 정의연은 회계담당 인력 부족 등을 거론하며 사과하고, 일부 지적에는 사실관계를 적극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를 다녀본 이들이라면 회계 부정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일반 회사의 경우 회계부정은 분명한 목적 하에 발생한다. 대부분의 경우 부실을 숨기고 수익을 부풀리거나, 비자금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정의연은 2018년 여러 건의 기부금 지출내역을 공시하면서 총액 3300여만원과 함께 대표 지급처로 호프집 운영사 하나만 기재하는 바람에 '어떻게 맥줏집의 일일 매출보다 많은 액수를 하루에 지출할 수 있느냐'는 의혹을 샀다.
2019년 결산서류에서는 전년도에서 넘어왔어야 할 기부금 이월액 22억7000여만 원이 공시에서 누락돼 '거액이 증발했다'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정의연은 "회계공시상 실수"라며 "구체적인 지출 증빙내역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기부금 지출 수혜자 항목이 '99명', '999명' 등으로 부정확하게 기재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 입금 누락 부정 = 회계 부정은 비용 처리와 수익 처리에서 주로 발생한다. 정의연 역시 비용은 물론 수입금 처리에서도 회계부정이 있었다. 무엇보다 정의연·정대협이 받은 정부 보조금도 공시에서 빠졌다.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실이 서울시, 여성가족부, 교육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두 단체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13억4300여만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았다.이 중 정의연은 2018년 1억원, 2019년 7억1700여만원의 보조금을 받았으나 공시상 '보조금' 항목에는 2018년 0원, 2019년 5억3800만원으로 기재했다. 정대협도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해 정부 보조금을 받았으나 결산 서류상 '보조금' 항목에는 연달아 0원으로 기재했다. 이 역시 회계처리상 판단 착오였다는 것이 정의연 해명이다. 국세청은 정의연의 결산서류에서 오류가 확인됐다며 수정 후 재공시를 요구하기로 했다. 정대협이 2018년 7월 정의연으로 통합된 뒤에도 존속하면서 별도로 정부나 자치단체의 보조금도 받은 것은 '중복수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 당선인이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는 '개인계좌 모금'도 문제다. 윤 당선인은 2018년 안점순 할머니, 2019년 김복동 할머니 별세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본인 명의 계좌를 올려 장례비용을 모금했다. 길원옥 할머니의 유럽 캠페인 비용도 같은 방식으로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적인 입출금이 뒤섞이는 개인계좌는 법인계좌만큼 엄격히 관리되지 않을 우려가 있고, 1000만 원 이상 기부금을 모으려면 모집 전 행정관청 등록 절차도 거쳐야 한다.
윤 당선인은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지만, 아직 개인계좌 모금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 계획은 계획일 뿐? = 정의연이 부정부패 혐의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사업 계획서 때문이다. 정의연의 사업계획서는 제대로 이행된 적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의연은 사업계획을 가지고 성금을 해 운영되는 단체다. 이런 단체가 사업계획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단체의 존립 근거를 자체가 부정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안성 쉼터' 조성·운영이다. 정의연이 2013년 경기도 안성에 조성한 위안부 피해자 쉼터를 둘러싸고도 의혹이 줄을 이었다. 정의연은 정대협 시절이던 2012년 현대중공업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정기부한 10억원으로 안성에 있는 7억5000만 원짜리 주택을 매입해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을 만들었다. 정의연은 당초 사업계획서에서 밝힌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치유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하지도 않을 사업계획서로 성금을 받은 셈이다.
여기에 안성 쉼터로 활용한 주택의 구매와 판매 과정 역시 일상적이지 않다. 7억5000만 원에 구입을 했고 1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한 뒤 절반 가량인 4억2000만 원에 팔았다. 정의연은 구매 당시나 매각 당시 모두 "주변 시세가 그랬다"고 밝히고 있다.
정의연 측은 "결과적으로 사업 판단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일부 비판을 수용하면서도 쉼터 조성과 관련한 개인 비리나 기부금 남용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양혁기자 mj@dt.co.kr
지난 7일에 이어 25일 이용수(92) 할머니의 목소리가 다시 나왔다. 짙은 아픔에 떨리는 목소리로 논리 정연한 비판이 아니었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듣는 이의 가슴을 울렸다.
이용수 할머니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또 한 번 높였다.
사실 정의연의 의혹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자고 나면 커진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정의연은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고 있고 여권에서는 "사건 조사가 먼저"라며 윤미향 당선인과 정의연을 감싸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 자금집행의 부정 = 지난 7일 이용수 할머니의 고발성 기자회견 직후 정의연·정대협 회계와 관련한 의혹이 연일 쏟아졌다. 이들 단체의 국세청 공시자료에서 총액 오류나 누락 등 사례가 다수 확인됐기 때문이다. 정의연은 회계담당 인력 부족 등을 거론하며 사과하고, 일부 지적에는 사실관계를 적극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를 다녀본 이들이라면 회계 부정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일반 회사의 경우 회계부정은 분명한 목적 하에 발생한다. 대부분의 경우 부실을 숨기고 수익을 부풀리거나, 비자금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정의연은 2018년 여러 건의 기부금 지출내역을 공시하면서 총액 3300여만원과 함께 대표 지급처로 호프집 운영사 하나만 기재하는 바람에 '어떻게 맥줏집의 일일 매출보다 많은 액수를 하루에 지출할 수 있느냐'는 의혹을 샀다.
2019년 결산서류에서는 전년도에서 넘어왔어야 할 기부금 이월액 22억7000여만 원이 공시에서 누락돼 '거액이 증발했다'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정의연은 "회계공시상 실수"라며 "구체적인 지출 증빙내역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기부금 지출 수혜자 항목이 '99명', '999명' 등으로 부정확하게 기재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 입금 누락 부정 = 회계 부정은 비용 처리와 수익 처리에서 주로 발생한다. 정의연 역시 비용은 물론 수입금 처리에서도 회계부정이 있었다. 무엇보다 정의연·정대협이 받은 정부 보조금도 공시에서 빠졌다.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실이 서울시, 여성가족부, 교육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두 단체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13억4300여만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았다.이 중 정의연은 2018년 1억원, 2019년 7억1700여만원의 보조금을 받았으나 공시상 '보조금' 항목에는 2018년 0원, 2019년 5억3800만원으로 기재했다. 정대협도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해 정부 보조금을 받았으나 결산 서류상 '보조금' 항목에는 연달아 0원으로 기재했다. 이 역시 회계처리상 판단 착오였다는 것이 정의연 해명이다. 국세청은 정의연의 결산서류에서 오류가 확인됐다며 수정 후 재공시를 요구하기로 했다. 정대협이 2018년 7월 정의연으로 통합된 뒤에도 존속하면서 별도로 정부나 자치단체의 보조금도 받은 것은 '중복수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 당선인이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는 '개인계좌 모금'도 문제다. 윤 당선인은 2018년 안점순 할머니, 2019년 김복동 할머니 별세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본인 명의 계좌를 올려 장례비용을 모금했다. 길원옥 할머니의 유럽 캠페인 비용도 같은 방식으로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적인 입출금이 뒤섞이는 개인계좌는 법인계좌만큼 엄격히 관리되지 않을 우려가 있고, 1000만 원 이상 기부금을 모으려면 모집 전 행정관청 등록 절차도 거쳐야 한다.
윤 당선인은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지만, 아직 개인계좌 모금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 계획은 계획일 뿐? = 정의연이 부정부패 혐의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사업 계획서 때문이다. 정의연의 사업계획서는 제대로 이행된 적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의연은 사업계획을 가지고 성금을 해 운영되는 단체다. 이런 단체가 사업계획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단체의 존립 근거를 자체가 부정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안성 쉼터' 조성·운영이다. 정의연이 2013년 경기도 안성에 조성한 위안부 피해자 쉼터를 둘러싸고도 의혹이 줄을 이었다. 정의연은 정대협 시절이던 2012년 현대중공업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정기부한 10억원으로 안성에 있는 7억5000만 원짜리 주택을 매입해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을 만들었다. 정의연은 당초 사업계획서에서 밝힌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치유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하지도 않을 사업계획서로 성금을 받은 셈이다.
여기에 안성 쉼터로 활용한 주택의 구매와 판매 과정 역시 일상적이지 않다. 7억5000만 원에 구입을 했고 1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한 뒤 절반 가량인 4억2000만 원에 팔았다. 정의연은 구매 당시나 매각 당시 모두 "주변 시세가 그랬다"고 밝히고 있다.
정의연 측은 "결과적으로 사업 판단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일부 비판을 수용하면서도 쉼터 조성과 관련한 개인 비리나 기부금 남용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양혁기자 mj@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