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의 1호 법안을 '신(新) 일하는 국회법'으로 하기로 했다. 20대 국회의 '일하는 국회법'이 무용지물로 끝난 터라, 국회 운영 규정을 더 강화한 새로운 법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25일 '일하는 국회 추진단'을 1차 회의를 갖고 20대 국회에서 발의돼 있는 일하는 국회 관련 국회법 개정안을 참고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일하는 국회법'을 만들기로 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추진단 전체회의에서 "20대 국회에서 겪었던 좌절과 실망이 21대 국회에서 되풀이 돼선 안된다"면서 "추진단이 만든 '일하는 국회법'으로 여야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20대 국회에 발의돼 있는 일하는 국회 관련법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과 민주당이 당론으로 발표해 4·15 총선 공약에도 포함돼 있는 국회법 개정안 등 여러 법안이 있다. 법안에는 국회의원들의 회의 불출석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회기 중 법률안 심사를 위한 본회의를 개의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제도를 개선하는 규정도 있다. 민주당 당론 법안도 비슷하다. 상시 국회 운영 체제를 구축하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제도) 개선과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제도 폐지, 국민입법청구제도 도입, 국회의원윤리조사위원회 설치, 윤리특별위원회 상설화, 국회의원의 심사·표결권의 제약 규정 등이 담겼다. 그러나 법만 만든다고 일하는 국회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4월 여야는 상임위원회 소위원회를 매월 2회 이상 개최하도록 일명 '일하는 국회법'을 만들었다. 하지만 전혀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과 국회사무처로부터 제출받은 '20대 국회 상임위별 소위 개최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소위 개최 회수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일하는 국회법이 시행된 이후인 지난해 8월~12월 동안 매월 2회 이상 소위를 개최한 상임위는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가 유일하다. 조세소위는 5개월 동안 총 12회 회의를 열어 월 평균 2.4회를 기록했다. 그 외에는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소위가 각각 월 평균 1.8회, 1.6회로 뒤를 이었다. 전체 25개 소위 중 대다수가 평균 1회를 넘지 못했고,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와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 등은 1차례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 올해는 상황이 더 악화했다. 4·15 총선이라는 '빅 이벤트'를 치른 여야 정치권은 단 1곳도 1회 이상 소위를 열지 못했다. 소위 심사대에 오르지 못한 법안도 상당수다. 지난 20일 20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기 전인 5월18일을 기준으로 발의된 법안 2만4055건 중 소위에 회부된 법안은 1만9733건(소위 직접회부는 제외), 소위에 상정된 법안은 1만1697건, 상정조차 되지 않은 법안은 8036건(33.4%)에 달했다. 19대 국회에서 소위 미상정 법안이 4276건(24.2%)이라는 것에 견주면 40%나 비중이 높다. 일하는 국회법이 제대로 효과를 내려면 실효성 있는 제재 또는 처벌 조항이 필요하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공통된 생각이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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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일하는 국회 추진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