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지난 총선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집값 책임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서울 핵심 노른자위 땅에서 촉발된 줍줍(줍고줍는다는 의미) 청약 열풍이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인다.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3년 전 고분양가 논란 때문에 서울숲 한강변 알짜 입지를 갖추고도 일부 미분양 굴욕을 겪었던 아크로서울포레스트에서 전세 역전 상황이 펼쳐졌다. 최근 진행한 무순위청약 단 3가구 모집에 서울 지역 1순위 청약자 80%에 육박하는 26만4625명이 달려들었다. 3가구 중 분양가가 17억원대로 그나마 저렴한 전용면적 97㎡는 1가구 모집에 무려 21만5085명이나 지원했다.
이 단지는 3년 전 분양가가 너무 비싸 평균 경쟁률이 2대1 수준에 그쳤으며 일부 물량은 미달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3년간 아파트값이 무섭게 뛰자 갑자기 '귀하신 몸'이 됐다. 성북구 일대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2017년 5월 1421만원에서 올해 5월 현재 2125만원으로 50% 급등해 서울 전체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다. 아크로서울포레스트의 3년 전 분양가 기준이 됐던 트리마제 전용 84㎡가 3년 만에 15억원대에서 3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어,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청약에 당첨되면 최소 5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게 되어서다.
정부가 앞서 지난달 선제적으로 청약 시장 규제를 한층 더 강화했지만 시장에 전혀 먹지 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주택공급규칙을 개정하고서 서울에 2년 연속 거주해야 우선 공급대상이 되고 당첨되면 10년간 서울 아파트 청약에 재당첨될 수 없도록 제한했다. 그러나 깐깐해진 규제에도 강서구 일대에 분양된 새 아파트 150가구 모집에 무려 1만명의 청약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부동산 업계는 정부의 강력한 집값 원상회복 의지와는 달리 실제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한발 늦은 두더지 잡기식 규제 때문에 집값 안정의 약발이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것을 시장이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현 본부장은 "다만 정부가 집값 책임론을 막기 위한 최후의 카드로 전매제한 카드를 꺼 내들어 환금성이 떨어지도록 한 만큼, 향후 집값은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코로나19가 다소 봉합되는 상황이고 추가 금리 인하도 논의가 부각되고 있다"며 "큰 폭의 가격 조정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보유세 과세 기준일이 임박하고 10년 이상 보유 주택에 대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종료가 다음달 말로 다가오면서 서울 강남 아파트값 하락을 주도한 급매물이 대부분 소진됐다. 시민들이 서울의 한 부동산공인중개업소의 매물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