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法·검경수사권 조정, 노루 피하려다 범 만나는 꼴" [이영란 숙명여대 명예교수·법학에게 고견을 듣는다]

'정치 검찰'보다 '정치 경찰' 나올 확률이 더 높아… 기소는 반드시 법률 전문가인 검찰서 맡아야
집권 연장을 목적으로 권력구조개편과 같은 개헌에 반대, '되돌릴 수 없는 개혁'은 오만한 생각
국회 진출한 대통령 주변인들, 자신의 책무 숙고해야… 주권의식 높아진 국민, 21대 국회 지켜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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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法·검경수사권 조정, 노루 피하려다 범 만나는 꼴" [이영란 숙명여대 명예교수·법학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영란 숙명여대 명예교수·법학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영란 숙명여대 명예교수·법학


이영란 교수는 최근 의혹이 해명되지 않고 있는 정의연(정의기억연대)의 행태는 합법을 가장한 탈법이라고 규정했다. 개인적 양심의 문제로 접근하면 단순할 수 있으나, 우리사회에 그만큼 빈틈이 많다는 점을 깨우친 사건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절대적 정의는 오간데 없고 '내편, 네편'으로 갈려 대립하는 상황을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팽배해가는 현상이고 기득권층의 권력욕이 초래한 비극"이라며 "사회정의와 사회도덕도 개인적 정의와 양심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결국 자기 손해를 감수하는 개인의 양심적 판단의 문제"라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곧 개원하는 21대 국회에 대해 "돈이나 권력이나 명예를 위해서 국회에 들어간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기득권에 매몰되지 말고 국민을 대표하는 책무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숙고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다는 정의연(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정 의혹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모금액 중 정작 할머니들에게 돌아간 금액은 아주 소액에 그친다고 합니다. 겉과 속이 다른 이런 위선에 대해 공동체는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어쩔 수 없는 현상인 측면도 있습니다. 견물생심이란 심리도 있고요. 합법을 가장한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개인적 양심의 문제로 접근하면 도덕이고 제도적 측면으로 접근하면 우리 사회가 빈틈이 그만큼 많다는 것입니다. 기부금 내역에 대해 기부자의 프라이버시 문제 때문에 밝힐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하는데, 일반 국민은 납득이 안 가는 거지요. 기부가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자랑스러운 일인데 못 밝힐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제가 시민단체 연구비나 활동비를 배분하는 심사를 한 적 있어요. 여기서 잠시 제 경우를 말씀을 하자면, 저는 무슨 보수를 많이 주거나 명예가 높은 사외이사같은 자리를 맡은 적이 없습니다. 맨날 무슨 심사하고 재심하고 하는 욕먹는 자리였죠, 교원재심위원회, 변호사징계위원회 이런 데서만 부탁이 들어와요.(웃음) 그래서 시민단체 자금 지원하는데 가서 심사를 해보면 돈이 생각보다 흥청망청인 겁니다. '이게 다 국민 세금인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지원금이 몰려가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법의 기본원칙 중에 '이중위험금지' '이중이익금지'원칙이 있어요. 저는 이런 점을 철저히 봤습니다. "

-개헌 여론이 다시 일어나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개헌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십니까. 개헌을 해야 한다면 어떤 개헌이 돼야 하는지요.

"현재 개헌논의가 진행되고 있는지 아닌지 또는 어떤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지 저는 전혀 모르기 때문에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개헌시도로 또다시 사회분열을 촉진하는 것 역시 또 다른 진영논리가 될 것입니다. 우리 헌법 자체는 상당히 좋은 헌법입니다. 진영논리가 지금 온 나라를 뒤덮고 있는데, 그건 다 밥그릇 싸움이에요. 이념으로 한 번 나를 설득을 해보라고 해보고 싶어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면서 무슨 이념논리, 진영논리를 내세우나요? 왜냐하면 권력의 맛을 봤거든요. 권력을 더 오래 갖고, 더 큰 권력을 갖고 싶어 그러는 겁니다. 누구든 안 그렇겠습니까. 여권이든 야권이든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개헌을 해야 한다면 어떤 개헌이 돼야 하는지요.

"우리나라 역사의 특성, 예를 들어 4·19의 피와 눈물, 함성이 깃든 헌법입니다. 제 개인적으로 5·16도 봐왔거요. 어리고 젊은 나이에 봐왔기 때문에 당시에는 제대로 인식을 못했을 수도 있지만, 돌이켜보고 헌법을 지금도 가끔 들여다보면, 큰 문제가 없어요. 다만 세상이 바뀌면 구체적 타당성을 갖기 위해 법도 바뀌어야 하거든요. 옷이 몸에 안 맞으면 옷을 바꿔입는 것처럼. 헌법에서 혹시 그런 것이 발견되면 바꿔야겠지요. 인구가 늘면서 국회의원 수를 늘린다든가 문화의식의 변화에도 맞춰야겠지요. 사람들의 문화의식이 그동안 얼마나 많이 변화왔습니까? 따라서 옛날의 법만 고수하긴 힘듭니다. 단 바꾸는 것은 좋은데, 개헌의 구체적인 추진 상황은 제가 잘 모르니까 원칙적인 점만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 개정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 개헌 여론의 핵심은 권력구조에 대한 것이거든요.

"아, 그건 절대로 안 됩니다. 지금 시기적으로도 국민 다수가 관심을 갖고 이건 꼭 바꿉시다 이렬 경우는 모를까, 대다수 국민들이 관심이 없잖아요. 지금 개헌논의는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코로나 위기에 무슨 개헌입니까? 또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그런 문제는 다 어디에 두고 무슨 개헌을 들고 나옵니까. 개헌은 국가 전체의 틀, 나라의 기조를 바꾸는 것인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아홉 차례에 걸친 우리 개헌의 역사가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어요. 개헌의 악몽이랄까, 유신개헌을 위시해서 주로 재집권, 집권연장을 위한 개헌이었거나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이었습니다. 저는 개헌 자체를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국민들이 원하고 필요하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잘 맞는 옷으로 갈아입을 수도 있지요. 그러나 집권연장을 목적으로 권력구조개편과 같은 개헌에는 반대합니다. 어쨌든 개헌은 절대 다수의 국민이 원하지 않는 한 험난할 것이기 때문에 국민 다수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절차적으로 적법하게 이루어진다면, 지금 우리사회의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한 일부 개헌은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현 정부도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충문히 검토하고 논의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 경제적 변화가 예상됩니다. 법과 제도 등 사회의 운영원리는 어떻게 변하리라 보시는지요.

"우선 가장 중요한 경제에 관해서, 경제회복은 상당기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실업난이나 생활난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코로나19 때문에 그동안의 경제실정이 묻혀버린 겁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경제운영은 미래를 보고 중장기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국가적 차원의 과학과 산업 변화에도 눈을 돌려 돌파구를 찾아야 합니다. 지금 어렵더라도 참을 수 있는 한 참고, 경제가 나락에 빠지지 않도록 현재보다는 후대를 생각하는 경제운용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적으로는 지역주의와 편 가르기를 완화하기 위한 비상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부에서는 공권력의 강화를 우려하는데 공권력이 필요 최소한으로 강력하게 사용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비유적으로, 약이 면역력증강이나 자연치유력에 쓰이지 않고 국부치료에만 사용되듯이 말입니다. 신천지교회나 이태원사태에는 공권력의 사용이 불가피하지만 학교나 가정, 지역공동체에는 자율적인 행동을 주지시키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한국인은 의외로 성숙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국민의 협조로 방역이 성공적이었고 사재기도 없었습니다. 한국인의 시민적 교양이 성숙된 것으로 봐도 될까요.

"예,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만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과거에도 위기 때마다 국민들이 각성하고 단합하던 사례는 여러 번 있었습니다. IMF 외환위기 때 같은 경우지요. 이번에는 특히 의료진과 의료시스템이 다른 나라에 비해 잘 구비되어 있던 점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덧붙여 서구 사회에 비해 아직은 전통적인 공동체 의식이 조금 더 강한 점과 학교교육의 효과 등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진 결과라고 봅니다. 다만 시민적 교양이 성숙됐다고 보려면 다른 면에서도 그런 현상이 나타나야 하는데, 그 점은 아직 검증이 안 됐기 때문에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사회 정의의 판단 기준이 옳고 그름이 아니라 '내편, 네편'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올바른 도덕관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팽배해가는 현상이고 기득권층의 권력욕이 초래한 비극입니다. 사회정의와 사회도덕도 개인적 정의와 양심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결국 자기 손해를 감수하는 개인의 양심적 판단의 문제이겠지요."

-31일 21대 국회가 개원합니다. 새 국회와 국회의원에 당부하시고 싶은 말씀은.

"주권의식이 높아진 국민들이 국회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국민에 대한 예의를 지켜주기 바랍니다. 이번 국회에는 대통령 주변인들이 대거 진출했습니다. 참신함은 있겠지만 반면, 지식과 경험이 부족해 미숙해 보이고 시행착오가 염려됩니다. 의원 각자는 돈이나 권력이나 명예를 위해서 국회에 들어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득권에 매몰되지 말고 국민을 대표하는 자신이 국회에서 해야 할 일, 책무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숙고해주기 바랍니다."

-인권과 자유의 신장은 영원히 추구해야 할 가치입니다. 큰 정부와 국가개입 기조를 선호하는 좌파정권에서 자유·인권과 국가권력은 어떻게 균형을 찾아가야 할까요.

"아까도 언급했지만, 원칙적으로 자유·인권에 대한 국가나 정부의 개입은 위기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최소화해야 합니다. 위기상황을 이유로 국가개입을 지속하는 것은 코로나19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바라는 국민의 의사를 왜곡하는 것입니다. 되돌아보면 과거의 인권침해 사례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국가가 개인의 인권을, 남자가 여자의 인권을, 어른이 어린이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었습니다. 국가권력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수많은 사람의 피와 눈물이 있었습니다. 국가권력의 남용과 횡포를 막는 데는 큰 희생이 필요합니다. 남성의 여성인권침해는 국가가 나서서 가해자를 처벌하거나 가해자 스스로 그만두는 방법이 있었고, 어른들의 어린이 인권침해는 힘없는 어린이들을 대신해서 다른 어른들의 어린이보호를 위해 법과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자유와 인권신장의 방법 중 가장 지혜롭고 평화적인 해결책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겸손과 각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쟁과 희생을 피하기 위해서는 결국은 힘 있는 사람이 스스로 힘을 조금씩 내려놓는 방법 밖에는 해결책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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