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설립 일원화 지시에도
협의조차 없어 첫단추부터 삐걱
보이지 않는 신경전에 우려 목소리
"통합조직으로 시너지 발휘 논의해야"
협의조차 없어 첫단추부터 삐걱
보이지 않는 신경전에 우려 목소리
"통합조직으로 시너지 발휘 논의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가 감염병 R&D(연구개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국가 바이러스·감염병 연구소(가칭)' 설립이 정부 부처별로 제각각 추진되면서 혼선을 주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이 달 초 바이러스 감염병 연구소 설립 일원화를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질병관리본부 간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으면서 첫 단추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범 국가 차원에서 신변종 감염병에 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 및 연구를 위해 과기정통부와 질본이 각각 '바이러스·감염병 연구소' 설립과 운영 등을 수립하기 위한 정책연구를 발주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주요 업무계획에 '국가 바이러스 연구소' 설립을 추진키로 함에 따라, 연구소 설립 타당성과 필요성, 운영 및 역할 등을 담은 기획연구를 민간 연구기관에 맡겨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연구결과는 오는 6월 최종적으로 나올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부처 차원에서 바이러스 연구소 설립을 위한 타당성과 필요성 등을 살펴보기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했다"면서 "과기정통부 내 바이러스 관련 연구 수행기관과 조직, 인력 등의 현황과 역할, 향후 계획 등을 보다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시각에서 살펴본 후 내부 논의와 부처협의 등을 거쳐 바이러스 연구소 설립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과기정통부 내 바이러스 연구기관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와 한국화학연구원 신종 바이러스 융합연구단, 한국파스퇴르연구소 등이 있으며, 이들 기관에서 약물재창출 연구를 통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후보물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과기정통부는 바이러스 연구소 설립 시 방역과 임상 연구 중심의 R&D와 달리 감염병 관련 기초·원천연구와 R&D 인프라 지원 및 연계 등에 비중을 두고 질본과 역할을 차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질본도 과기정통부와 별개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바이러스·감염병 연구소 설립 준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달 초 '국가 바이러스·감염병 연구소 설립·운영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긴급 발주했지만, 수행기관을 정하지 못해 지난 20일 재발주한 상황이다.
질본은 지난 1차 추경에서 바이러스 연구소 설립 추진을 위해 40억원의 예산을 확보하는 등 과기정통부와 달리 예산확보 등을 통해 관련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구용역에는 연구소 설립에 관한 법제개정 방안과 설립 계획안, 국내외 공조·협력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며, 연구소 조직 구성과 운영방안, 소요예산 등 구체적인 안도 마련한다는 게 질본 측의 계획이다. 여기에 정부 여당이 질본 주도의 바이러스 연구소 설립에 힘을 실어 주는 등 무게 중심이 과기정통부에서 질본으로 옮겨지고 있는 양상이다.
질본은 바이러스 연구소 설립을 계기로 국가 감염병 R&D 정책과 투자 방향, 예산편성, 부처별 연계, 민관 협업 확대 등 명실상부한 R&D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처럼 바이러스 연구소 설립을 놓고 두 부처 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지속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기정통부와 질본은 물론 농식품부, 환경부, 복지부 등 관련 부처 간 원만한 협의와 함께 통합된 조직으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연구소 설립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바이러스 연구소 설립 추진과 관련 질본 측과 내부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 조만간 각 부처 간 역할 정립을 확정해 (바이러스 연구소 설립을) 차질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협업하고, 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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