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대선 '종로대첩' 희비 교차
李 58.3% 득표 여유롭게 당선
대권 청신호…친문관계 과제로
黃, 막판 읍소전략 불구 패배
통합당 비대위 과도체제 전망
李 58.3% 득표 여유롭게 당선
대권 청신호…친문관계 과제로
黃, 막판 읍소전략 불구 패배
통합당 비대위 과도체제 전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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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최고의 격전지 중 하나인 서울 종로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를 상대로 사실상 승리하면서 대선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됐다. 반면, 황 후보는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정치 인생의 최대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이 후보는 16일 오전 2시 40분 기준 99.9%가 개표된 서울 종로구 선거에서 58.3%를 득표해 40.8%를 얻은 황 후보를 여유롭게 따돌리고 사실상 당선을 확정 지었다.
이 후보는 "부족한 저에게 국회의원의 일을 맡겨주신 종로 구민께 감사드린다"며 "최선을 다해 애쓰신 황 후보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저와 저희 당을 지지하지 않으신 국민 여러분의 뜻도 헤아리며 일하겠다"고 했다.
황 후보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나라가 잘 못 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며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황 후보는 "저는 이전에 약속한 대로 총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다"며 "일선에서 물러나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저의 역할이 무엇인지 성찰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번 선거에서 두 후보의 대결은 일찌감치 4·15 총선 최고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여야의 유력 대선후보이자 차기 대선 지지도 1, 2위인 두 후보가 '정치 1번지'에서 맞붙으면서 '미니 대선'으로 불렸다. 이기는 사람이 대선 고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에, 두 사람 모두 승리가 절실한 선거로 흘렀다. 이 후보는 민주당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민주당의 전체 지역구의 총선을 이끌었고, 황 후보는 당 대표직을 수행하면서도 종로를 꾸준히 챙겼다.
특히 이 후보는 선거기간 종로에 묶이지 않고 전국 각지로 지원유세를 다녔고, 여러 후보들의 후원회장을 맡기도 하면서 '자기 사람'을 만드는 데 애썼다. 종로에 발이 묶인 황 후보보다 여유 있게 선거운동을 치르면서도 선거 승리까지 두 마리 토끼를 가져간 셈이다. 전국적인 인지도가 있는 이 후보의 등장이 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 후보의 대선 가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이 위원장이 움직이는 표심이 오는 8월 열리는 민주당의 전당대회에서도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더욱 대선에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후보는 당의 강성 지지층인 친문 세력과 관계설정이 과제로 남아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총리로 낙점되기 전까지는 호남의 맹주이면서도 손학규계 비문(非文)에 속했다. 총리직을 수행하며 대선주자 선호도 1위까지 올랐지만 이 후보 스스로도 "사람이 부족한 것이 내 약점"이라고 말할 정도로 당내 지지기반이 넓지 않다. 차기 대선으로 움직이면서 '준 정권교체'의 성격을 띠려면 어느 정도 친문과 마찰이 불가피한데, 이를 이겨내는 과정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황 후보는 본인이 원내에 진입하는 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총선 전체에서 패배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지면서 정치인생 최대 위기에 놓였다. 황 후보는 막판 판세가 불리함을 깨닫고 큰절에 나서는 등 몸을 낮췄으나 이미 기운 판세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황 후보의 경우 '정계 은퇴'를 언급하지는 않은 만큼 일단 2선에 물러선 뒤 다시 전면에 나설 기회를 볼 것으로 보이지만, 확장성이 부족한 후보의 이미지를 얻으면서 대권으로 가는 길이 상당히 험해졌다.
나아가 황 후보가 사퇴를 결정한 만큼, 통합당 또한 비대위 구성 등 과도체제로 전환되고 패배수습을 위한 시간을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내로 들어온 차기 주자들에게 눈길이 쏠리지만 차기 당권에 가능성이 있는 서울 광진을 지역의 오세훈 후보, 대구 수성을의 홍준표 후보,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의 김태호 후보 등도 지지기반이 확고하지 않아, 총선 이후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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