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인호 칼럼] 정치인의 `진정성`과 `오까네`

우인호 디지털전략부장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우인호 칼럼] 정치인의 `진정성`과 `오까네`
우인호 디지털전략부장
정치 분야에 어떤 식으로든 발을 내딛고 나면 생소한 단어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 중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단어 2가지를 고르라면 '진정성'과 '오까네'라는 말일 것이다. '진성성'의 사전적 의미는 '진실되고 참된 성질', '오까네'는 '범죄자들이 사용하는 은어(隱語)로 돈을 일컫는 말'이다. 일본말로 돈을 뜻하는 오카네(おかね)에서 왔다. 왜 이런 말들이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가 되었을까. 여러 견해들이 있겠지만, 이 두 가지가 정치에서는 없기 때문에 그렇다라는 반어법적인 가설이 가장 그럴 듯하다.

진정성부터 보자. 선출직들은 속마음을, 자신의 진심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어도 보여줄 수가 없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유권자들도 선출직의 속마음을 알 수 없다. 미디어 등을 통해서 보이는 이미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획이 나온다. 인식시키고 싶은 이미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각인시키기 위해 기획적으로 움직인다. 선출직이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가는 곳, 그 곳에서의 행동과 말 모두 일정 수준의 기획 속에서 나온다.

기획을 사람이 하다 보니 실수가 나온다. 서민과 함께 호흡을 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지하철을 탔는데 개찰구를 어떻게 빠져 나오는지 모른다든가 하는 실수 말이다. 기사 딸린 차를 타는 사람이 지하철 개찰구 빠져 나오는 방법을 모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TV토론을 앞두고 쌀값 묻는 질문에 대비하고자 쌀값 외우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간혹 본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을 했는데, 디테일이 완벽하지 못해 본 모습이 들통 나는 참담한 경우도 발생한다. 서울 면목동 시장의 한 건어물 점포 한 켠에 남겨진 꿀 8~9통이 그러하다.

그렇다면 정치인의 진정성은 어떻게 담보될까.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별 관심이 없던 정치인이 30·40대 학부모가 많이 사는 동네에 공천되어 선거 캐치프레이즈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일하는 일꾼"을 내세웠다. 그는 후보 시절 지역구 내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녹색 어머니들과 함께 보행 지킴이 역할을 했다. "쇼 하지 말라"는 비난도 많았다. '바람'을 타고 국회의원이 되고 난 뒤에 그는 매주 한 차례는 꼭 아침마다 보행 지킴이를 자임했다. 4년 동안 쭉. 이른바 '험지'에서 그는 재선을 했고, 횡단보도 앞에 또 4년 간 서 있었다. 3선도 했다.

그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일하는 일꾼'일까. 그는 국회의원으로서 아이들의 통학 안전을 위한 그 어떤 법률 제정안, 개정안을 발의한 바도 없다. 그래도 아이들 안전에 대한 그의 '진정성'이 유권자들에게 통했다고 정치권은 해석한다. 결과론적인 해석이지만, '험지'에서 재선, 3선을 하는 의원들은 "매주 민원 청취를 신실하게 했다", "매일 아침 목욕탕에서 지역구민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등의 꾸준함과 일관성을 갖춘 사람들이 많다. 정치인의 진정성은 '꾸준함'에서 오는가 보다.

이제 '오까네'라는 단어를 한번 보자. 은어를 사용해 부담을 덜어 보려는 마음에서 이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정치에서 '돈, 돈, 돈'한다면 어느 국민이 표를 주겠는가. 그런데 우리의 실제 생활과 마찬가지로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대다수 일의 근원에도 돈이 놓여있다. 당을 이합집산 할 때도, '정치 낭인'이 선출직이 되려고 할 때도, 출판기념회를 할 때도 가장 큰 동기 중의 하나가 '오까네'다. 여기까진 그래도 양반이다.

권력과 결탁한 '정치 낭인'들이 정부 정책을 움직이면서 '오까네'를 만든다면 이건 게이트가 된다. 탈원전-태양광 정책, 수소 경제, 신남방정책, 신북방정책 등 정부 정책이 '오까네'와 엮여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대통령의 동선, 말씀의 행간에 '오까네'와 연관된 자들이 숨어들 틈을 줘서는 안 된다. '거룩한'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오까네'와 연관된 자들이 그 정책 뒤에 숨어서 활개를 친다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진정성과 오까네는 코비드(COVID)19를 잡는데 절실하다.

우인호 디지털전략부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