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준 한국생물교육학회 회장·경인교대 교수
![[기고] 度넘는 학교 동물해부실습 규제](http://contents.dt.co.kr/images/202002/2020021802152369650001[1].jpg "[기고] 度넘는 학교 동물해부실습 규제")
생물 수업 시간에 해부되는 개구리, 차갑고 날카로운 메스. 주인공의 잠재의식 속에 이따금 소환되는 그 기억은 그 시대의 사람들만 공감하는 일이다. 그저 '나 때는 말이야'(이를 요즘 젊은이들은 라떼라고 말한다) 수준이다. 더 이상 표본실에서 청개구리를 볼 수 없는 상황은 실체적 제약으로 작동하는 관련 법률이 있고, 많은 국민들이 정서적으로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물은 우리에게 자원의 가치를 넘어서 지구의 또 다른 주인으로서 마땅히 대접받아야 한다.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동물을 기르는 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생명존중과 반려동물에 대한 배려에 관해 배우고 있다. 동물보호법이 제정되어 있고, 학교 생명과학 수업에서 실시하는 동물 실험도 이러한 동물보호법의 기본 원칙 하에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일상으로 돌아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는 이중적인 잣대로 세상을 살아간다. 한편으로는 동물을 보호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식육을 하고 있다. 어떤 이는 식육으로서 동물과 반려자로서의 동물은 그 출발이 다르다고 항변하기도 한다. 여기에 더 나아가 연구와 교육적 가치로서의 동물도 도매금으로 잔인성의 범주로 치부되기도 한다. 교육적 가치로서 동물을 한 번 생각해보자.
생명과학 교육과정에서 동물의 조직과 기능을 이해하지 않고 학습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특히 인체의 조직과 기능, 동물생리, 생식과 발생, 동물의 다양성 등의 분야를 학습함에 있어서 동물의 조직구조와 기능의 이해가 필수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생명과학은 이론적으로 만들어진 학문이 아니라 실험실습을 기반으로 형성된 학문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동물해부실험을 통해서 조직과 기능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불가결하다.
학교 현장에서의 동물해부실험은 현재의 법 테두리 안에서도 충분히 제약을 받고 있다. 소설 속 개구리와 같은 척추동물 이상의 살아있는 생물에 대한 해부는 더 이상 학교에서 찾아볼 수 없다. 또 생명성이 없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해부실험에서 동물보호와 기존에 실시되고 있는 생명윤리 교육을 통해 교육의 목적과 기존의 생물윤리에 관한 법 취지를 이미 달성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에는 유감스럽게도 학교교육에서의 실험교육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학교에 각종 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학교 업무량의 과다를 불러일으킴에도 또 다시 위원회 설치를 강제하려고 한다. 학교에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설치를 강제하려고 하는 이 안은 학교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로 작용할 것이며, 그 위원회가 다루는 내용도 교육과정과 무관한 피상적인 윤리를 다루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학교 운영위원회를 통한 해부 실습의 심의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해부 실습 심의는 학교운영위원회의 권한 밖일 뿐만 아니라 해당 위원회에 수의사 등을 포함하도록 하는 것도 많은 문제점을 포함하고 있다. 수의사의 경우 학교 교육과정의 운영과는 거리가 멀어 수의사의 판단에 따라 교육과정을 운영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더 나아가 전국 1만1657개 학교 수를 감안하면 수의사의 참여는 현실성이 매우 떨어지는 안이라고 할 수 있다. 수의사가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석하려면 내야 하는 시간의 문제도 적잖은 애로다. 그에 상응한 비용 문제도 발생할 것이다. 해부실습 대상이 주로 작은 파충류나 곤충류인데, 우리 사회의 수의사들은 주로 포유류 가축이나 가금류의 질병을 관리하는 직업인들인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결국 선의에서 비롯된 개정안이라고 하더라도 이 안은 학교에서의 동물해부 실험을 원천적으로 가로막을 또 다른 규제일 따름이다. 따라서 불필요한 규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현실적으로 실행되기 어려운 동물실험윤리위원회나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은 재고해야 한다. 진정한 동물 보호는 동물에 대해 잘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과학교육도 충분히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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