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민 ETRI 경제사회연구실 책임연구원
![[기고] AI가 모든 것을 바꾼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002/2020021702152269607001[1].jpg "[기고] AI가 모든 것을 바꾼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열어갈 미래는 인식지능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간처럼 인식하는 인공지능을 넘어서 인간과 다른 방식으로 분석하고 창작하며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는 AI 능력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인간과 자연스러운 소통이 가능한 인식지능의 발전과 함께 분석·창작·연구지능 등으로 확장되는 AI 기술은 새로운 경제 성장모델을 만든다. 세계적 컨설팅 조직인 맥킨지는 2030년까지 인공지능이 세계 경제를 매년 평균 1.2% 성장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제3차 산업혁명을 주도했던 ICT 영향력의 두 배 수준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유지되어 온 미국의 일극 체제가 흔들리며, AI 기술이 세계 정치질서의 새로운 패권 경쟁의 도구로 인식된다.
최근 ETRI는 이 같은 시대 흐름에 주목하고 '2020년 AI 7대 트렌드'를 발간했다. 인식지능을 넘어선 주요 트렌드를 정치, 경제, 기술 등 세 가지 관점에서 압축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공지능은 군사력과 경제력 못지않은 패권 경쟁의 도구가 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철저한 기술 실리주의적 접근을 택한 중국이 있다. 중국은 단기간에 미국에 근접한 AI 초강국이 되었다. 주목할 점은 이들 두 나라에 집중된 AI 제국기업과 강력한 정부개입을 전제로 한 중국식 모델이 새로운 AI 민족주의를 낳고 있다는 데 있다. AI 기술은 과거 원자력, 석유 등과 유사하게 새로운 종류의 지정학적 요소가 된다는 얘기다. AI 제국기업의 확장에 맞서기 위한 디지털 국경이 세워지고 있다. 프랑스, 독일, 중국, 미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이 만들고 있는 새로운 조세 제도, 데이터 주권, 혁신적 AI 신무기 등이 대표적이다.
둘째, AI 시대에는 생산의 방식이 바뀐다. 의사결정, 창작활동, R&D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먼저, 분석지능의 진화다. AI 기술은 증강분석이라는 새로운 분석 기법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높인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의사결정을 돕고 통찰력과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편, AI가 만든 그림, 소설, 영화 등은 기계가 인간 고유의 영역이었던 창작 부문까지 넘보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창작지능의 진화는 단순히 인간을 모방하는 수준이 아니라 인간을 넘어서는 설계와 전략 도출 가능성에 있다. 무엇보다 기대되는 부분은 AI 기술이 연구 방식 즉,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는 과정을 바꿀 수 있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 연구자들이 의지해 온 경험과 직관이라는 연구 방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셋째, 현실 세계와 공진화하는 인식지능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먼저 인간의 지능과 마찬가지로 AI 또한 자신이 깃든 몸체에 따라 알고리즘(SW) 진화의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AI와 현실 세계의 또 다른 접점은 AI를 작동하게 하는 새로운 연산장치(HW)다. 클라우드와 엣지라는 매우 다른 지점에서 등장하고 있는 AI 반도체는 거대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로 시장 내 승자가 생각보다 빨리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과 정부는 시장 내에서 각자 어떠한 역할을 하며 미래 구도를 만들어나갈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얼마나 바꿀 것인가에 대한 시각 차이가 크다. 그러나 몇 년 안에 사람을 넘어서는 인공지능이 등장할 것이라는 과도한 기대는 경계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
AI의 진정한 가치는 인식지능을 갖춘 아마존의 알렉사와 IBM 왓슨 등의 제품과 서비스보다 우리가 일하는 방식과 연구하는 과정을 바꾸는 데 있다. 알파고에서 보았듯이 AI 기술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것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인식 과정을 넘어서 또 다른 가능성의 미래를 그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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