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호 정경부장
![[박선호 칼럼] ‘新사색당파’를 개탄한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12/2019121602102269058001[1].jpg "[박선호 칼럼] ‘新사색당파’를 개탄한다")
'4+1 협의체' 본질 자체가 비민주적이다. 다수결의 도그마에 빠져 '협치'를 배척한다. 실제 전적으로 여당인 민주당이 제일 야당인 한국당을 배척하고 국정을 주도하기 위해 만든 비공식 기구다. 비공식이지만 위력은 막강하다. 힘의 원천은 의석수다. 민주당 129석, 바른미래당 9석, 정의당 6석, 민주평화당 4석, 대안신당 9석을 더하면 과반이 된다.
협의체 존재의 토대는 당리당략이다. 당리당략을 떠나 국회의원 스스로가 오직 국민과 국익만을 생각하고 의정활동을 한다면 이런 협의체가 어찌 존재할 수 있을까?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의원들이 당이 정한 그대로 표를 던지면서 이런 협의체 존재가 가능해졌다. 그래서 협의체에는 '협치' 대신 소위 '협잡'의 싹수가 엿보인다. 무엇이든 협의체가 결정하면 국민들이 뽑은 한국당의 108명의 국회의원들이 무용지물이 된다. 자칫 '다수의 압제'(Tyranny of the majority)를 낳아 민주의 근간마저 위협할 공산이 크다.
실제 협의체는 그렇게 시도를 했다. 지난 12일 만해도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 연동률 50%'의 선거제 개편안에 합의하면서 손쉽게 선거법 단일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였다. 한국당이 질색하는 듯 했지만 묘한 반전이 전개됐다. '연동률 캡'(cap·상한선)이 협의체 협상의 막판 쟁점이 된 것이다. 연동률 캡은 비례대표 의석(50석) 가운데 일부에만 50% 연동률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민주당이 주장하니, 가장 먼저 정의당이 반대했고, 이어 바른미래당 당권파와 평화당이 속속 반대했다.
정의당은 이번 선거제 개편의 최대 수혜당으로 꼽히는 정당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캡을 씌우는 건) 사실상 연동률을 30% 이하로 낮추자는 얘기인데, (민주당이) 대기업이 중소기업 단가 후려치듯 협상을 진행한다"고 반대했고, 김관영 바른미래당 최고위원도 "30석에 대해 캡을 씌우는 안을 받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소기업 단가 후려치듯 한다." 현 정국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었다. 다만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각 정당의 협의 자체가 문제다.
선거법은 민주주의 제도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그 법이 제대로 돼야 선거를 통해 민의가 제대로 반영된다. 그런 법을 이렇게 여당과 일부 정당들끼리 '기업납품단가' 결정하듯 해야만 하는 것일까? 선거법 개편에 따른 득실 계산은 각 당의 당리(黨利)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보여준다. 최근 여론 조사 그대로 민주당 지지율은 40.0%, 한국당 31.4%, 정의당 7.0%, 바른미래당 4.9%의 지지율을 보인다는 것을 전제로 지난 2016년 20대 국회 결과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캡을 씌우지 않을 경우(연동율 50%를 비례대표 50석 전체에 적용) 민주당 비례의석은 20석, 한국당은 14석, 정의당은 13석, 바른미래당은 3석으로 추산됐다.
반면 총 비례 의석 중 25석에 캡을 씌우면 민주당 비례의석은 24석, 한국당 19석, 정의당 4석, 바른미래당 3석이었다. '4+1 협의'는 당리 측면에서 보면 결국 '의석 나눠먹기' 협의에 다름 아니다. 이처럼 국민을 가벼이 여기니 소위 '민생법안'들을 볼모로 잡고, 기술혁신에 발맞춘 법 개정, 제도혁신은 나 몰라라 하는 것이다. 현 국회가 조선 왕조 사림의 '사색당파'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갈수록 조선의 당쟁을 닮아가고 있다. 정말 우리는 역사를 '중도부철'(重蹈覆轍)하기만 하려는가. 나라의 미래가 갈수록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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