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증시 반등세에 개인의 신용공여가 늘면서 관련 서비스에 나선 증권사들이 이자수익을 짭짤하게 챙기고 있다. 하지만 적게는 4%, 많게는 11%에 달하는 들쭉날쭉 수수료는 각사별 희비를 가른다. 신용공여 이자율에 대한 금융당국의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없어서다. 정부도 이자율 개선에 착수하고 연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방침이지만 지지부진하다. 최근 시장에 터진 여러 악재 탓에 논의가 뒤로 밀리고 있어서다.
12일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코스피 시장에서 4조,720 코스닥 시장에서 5조1901억원을 합쳐 9조262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8월 2일(9조2425억 원) 이후 처음으로 9조2000억 원대를 넘어선 것이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으로, 보통 주식 시장이 활황일 때 늘어난다. 늘어난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증권사들의 배를 불리는 절대 수익원이 되고 있다. 28개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대출 기간 한 달)이 평균 7%를 웃돌고 있어서다. 거래수수료의 경우 온라인 기준 0.015%로 거의 제로에 가까운 것과 대조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30개 증권사의 신용공여 이자수익은 8415억 원을 기록했다.회사별로 보면 미래에셋대우(1343억원)가 가장 많았으며 키움증권(855억원)이 뒤를 이었다. 이밖에 NH투자증권(844억원). 한국투자증권(837억원), 삼성증권(823억원), KB증권(768억원) 등의 순이다.
적용기간과 방식, 고객 등급에 따라 천차만별인 이자율이 주목된다.
금융투자협회 공시를 보면 대출 기간 한 달 이내를 기준으로 이자율이 가장 높은 곳은 키움증권으로 9.0%에 달했다. 이어 이베스트투자증권(8.8%), 케이프투자증권(8.5%), 유안타증권(8.3%) 등이 뒤를 이었다. DB금융투자와 SK증권, 현대차증권의 경우 대출 기간이 6개월이 넘어서면 무려 11%의 이자율이 적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도 이와 관련 증권사별 신용공여 이자율 개선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 기존규제정비위원회를 열고 신용공여 이자율 산정기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조달금리와 신용프리미엄 등을 감안한 이자율 산정과 공시근거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도 무료 주식거래 수수료 등을 내세워 비대면 가입 고객을 유치한 뒤 높은 신용공여 이자율을 적용하는 영업행태를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
다만 연내 가이드라인이 윤곽을 드러내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 관계자는 "DLF 사태를 비롯해 최근 자본시장에 번진 일련의 사건으로 업무가 밀린 감이 있다"며 "현재 각 사에 자료를 뿌리고 받는 중인데 분석 후 업계 의견을 취합해 최종 판단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이자율 가격은 시장자율화한 만큼 부당한 부분이 있는지 여부부터 볼 예정"이라며 "문제삼을 점이 없다면 가이드라인이 추가로 제시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신용공여 이자율에 대한 증권사들의 금리 정책을 정부가 손보는 것이 타당치 않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고객에 매겨진 신용등급별로 대출금리를 산정하는 평가기준이 다르듯 증권사들도 자체 리스크 정책에 의해 이자율을 매기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역량만으로 이 복잡한 매커니즘을 파악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차현정기자 hjcha@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