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식물이 만든 `욕망의 세계사`](http://contents.dt.co.kr/images/201911/2019111102102269061001[1].jpg "[논설실의 서가] 식물이 만든 `욕망의 세계사`")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 사람과나무사이 펴냄
후추는 인도 남부가 원산지다. 기온과 습도가 높은 인도 남부에는 병균과 해충이 많았다. 후추의 향미 성분은 본래 식물이 병균과 해충으로부터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축적하는 물질이다. 중세 이슬람권에선 후추 등 향신료를 사용한 요리가 발달했었다. 십자군 전쟁 이후 유럽에 이슬람권의 후추가 전해졌다. 15세기 후추는 순금 가격과 맞먹었다. 유럽인들은 후추를 인도에서 직접 뱃길로 들여오면 큰 수익을 얻겠다고 생각했다. 후추로 인해 대항해 시대가 개막됐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역시 후추를 찾으러 바다로 나갔다. 하지만 후추를 발견하지 못했고, 대신 카리브해의 온난한 기후에 주목했다. 콜럼버스는 포르투갈 연안의 마데이라 제도에서 재배하던 사탕수수를 이 곳에 심었다. 아프리카 흑인들이 노예로 끌려와 사탕수수 농사에 동원됐다. 사탕수수는 후추를 대신해 막대한 이윤을 낳았다.
이 책은 모두 13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자극해 세계사의 큰 흐름을 만들어낸 '위대한 식물'에 대한 이야기다. 후추, 사탕수수를 비롯해 감자, 토마토, 고추, 양파, 차, 목화, 벼, 콩, 옥수수, 튤립 등이다. 지금은 밥상이나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식물이지만, 과거엔 세계사를 근본적으로 바꿀 정도로 가치가 있었다는 것이 이채롭다. 결국 세계사란 부(富)를 향한 '욕망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일본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농학 박사이자 식물학자다. 자신의 전공분야인 식물학에 세계사 지식을 접목하여 책을 썼다. 인간의 욕망을 자극·추동한 식물들을 통해 인류 역사에 관한 새로운 관점과 통찰을 제공한다. 저자는 "평범한 식물들이 인류 역사의 큰 흐름을 만들고 바꿀 수 있던 까닭은 특정 시대마다 특정 식물에 인간의 욕망이 모이고 강하게 투영됐기 때문이다"고 설명한다.
박영서 논설위원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