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초상화에 감춰진 옛 이야기](http://contents.dt.co.kr/images/201910/2019100802102269061001[1].jpg "[논설실의 서가] 초상화에 감춰진 옛 이야기")
배한철 지음/ 생각정거장 펴냄
조선시대 초상화는 사실 그대로의 묘사에 충실했다. 얼굴의 곰보 자국까지 가감 없이 드러냈다. 채제공의 초상화를 보면 그의 양 눈은 서로 다른 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가 '사시'(斜視)였기 때문이다. 김정희, 서유구,김육의 초상화에는 천연두로 인한 곰보 자국이 선명하다. 터럭 한 오라기라도 다르면 그 사람이 아니었다. 인물의 결점을 감추거나 미화하는 경우가 많았던 서양 문화권의 초상화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초상화가 마치 사진같은 세밀했던 것은 유교 경전 중 하나인 '대학'(大學)의 영향이 컸다. '대학'에 '성어중 형어외'(誠於中 形於外)라는 구절이 있다. 마음에 성실함을 쌓다보면 그것은 반드시 밖으로 드러난다는 뜻이다. 그래서 초상화를 그릴 때 내면의 정신을 외면에 반영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따라서 초상화 한 장은 열 마디 말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윤두서가 자신을 그린 '윤두서 자화상'이 대표적이다. 매섭게 올라간 눈꼬리, 굳게 다문 입술, 세밀하게 그려진 수염에는 유학자의 날카로운 풍모가 느껴진다.
조선시대 초상화는 생전에 공신으로 봉해졌을 때 이를 기념해 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임금은 어진화사(御眞畵師·왕의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에게 공신의 초상화를 그리도록 한 후 이를 하사했다. 공신에게는 벼슬, 토지, 노비 등도 내려지지만 초상화 하사도 큰 명예였다. 생전이 아니라 사망한 후 추모하기 위해 초상화를 그린 경우도 많았다. 후손들은 조상의 영정을 실제 조상과 동일했기 때문에 지극 정성으로 간수했다. 때문에 무수한 전란을 거치면서도 많은 수의 초상화가 보존될 수 있었다. 이 책은 초상화를 통해 교과서에는 없는 흥미로운 역사를 살펴본다. 또한 초상화가 현존하지 않는 인물들의 얼굴도 추적해본다. 초상화에는 무수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화폭에 담긴 얼굴을 통해 지적 여행길을 떠나보자.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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