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산업현장 행보 반도체기업 방문
지능형반도체 기업 텔레칩스에서
차량용 반도체 제품 참관·시연
전문가들과 육성방안 집중논의
지능형반도체 기업 텔레칩스에서
차량용 반도체 제품 참관·시연
전문가들과 육성방안 집중논의
"텔레칩스의 무궁한 발전을 바랍니다."
AI(인공지능) 반도체 전문가인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취임 후 첫 산업현장 방문일정으로 지능형반도체 기업 텔레칩스를 찾아 방명록에 남긴 메시지다. 최기영 장관은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텔레칩스에서 팹리스 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지능형반도체 육성 의지를 분명히 했다.
1999년 설립된 텔레칩스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와 콕핏 시스템, 셋톱박스용 반도체 전문 팹리스 기업이다. 반도체 제조설비 없이 설계능력만으로 국내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 1위로 올랐다. 네덜란드 NXP, 일본 르네사스 등에 의존해 국산이 전무했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반도체를 처음 국산화해 현대기아차 수요물량의 80% 이상을 소화하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도 12%를 넘어섰다.
최 장관이 지능형반도체 기업에서 산업현장 방문 스타트를 끊은 것은 최근 수출 감소와 일본 수출규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반도체 산업의 기회가 지능형반도체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 부품·소재 국산화와 더불어 AI 시대에 두뇌 역할을 하는 지능형반도체를 국가 핵심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최 장관은 "반도체 산업이 튼튼하게 크려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뿐 아니라 팹이 없는 중소기업들도 충실하게 성장해야 한다"면서 "일본 수출규제도 해결해야 하지만 거기에만 발목이 잡힐 게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된 AI 시대에 대응해야 하는데, 그 시작점이 바로 지능형반도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 장관은 "특히 팹리스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 없어 벤처 창업에도 좋은 영역"이라면서 "제조업 절대 강자였던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정체된 지금이 벤처 창업을 통한 스피드 있는 혁신이 절실한 때인 만큼 창의적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팹리스 창업 열기가 타오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10년간 약 1조원을 투입하는 지능형반도체 R&D 사업이 지난 4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함에 따라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최 장관은 "10조는 투자가 필요한데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면서 "R&D 결과물이 기업으로 효과적으로 이어지고, 중소기업 기술이 수요처인 대기업과 연결되도록 산업부와 공조해 집중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이날 텔레칩스의 차량용 반도체 탑재 제품을 둘러본 후 업계 전문가들과 팹리스및 지능형반도체 육성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간담회에서 최 장관은 "AI 시대를 맞아 AI 기술과 서비스를 구현하는 하드웨어로서 지능형반도체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면서 "초기 기술 단계인 지금이 메모리 편중의 취약점을 극복하고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할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메모리 기술력과 고급 두뇌, 기업 노하우를 지능형반도체에 접목하고, 기억과 연산기능을 통합한 초고속·초저전력 지능형반도체를 개발해 세계시장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특히 반도체뿐 아니라 반도체에 생명을 불어넣는 SW(소프트웨어)를 함께 개발해 패키지화한 통합시스템 형태의 기술 개발전략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간담회에서는 권영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능형반도체연구본부장이 지능형반도체 기술 현황과 전망을 발표했다. 이어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가 수요 제품과 연계한 기술개발 현황을 주제로 다양한 수요 기업과 협업해 개발한 제품 사례를 소개했다. 이 회사는 기획단계부터 현대모비스 등 수요 기업과 함께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설정하고, 자동차용 AP뿐 아니라 구동용 응용SW를 통합 개발해 현대·기아차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최근 자동차용 내비게이션·계기판·HUD(헤드업 디스플레이)를 단일 칩에서 구동하는 통합 콕핏 시스템용 반도체를 개발하고, 현대·기아차 차기 모델에 탑재하기 위해 공동 개발을 시작했다. 이 반도체는 다른 종류의 CPU(중앙처리장치) 4종을 하나로 통합, 동시에 4개 운영체제를 구동한다.
이날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는 "14년 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용 반도체 개발에 도전, 5년간 한 푼도 못 벌고 기술투자를 했다"면서 "자동차는 100년 후에도 존재하는 중요한 산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텔레칩스·넥스트칩·라온텍·브이에스아이·아이닉스·오픈엣지·퓨리오사AI 등 지능형반도체 팹리스 기업과 학계·연구계 전문가 12명이 참석해 팹리스 산업과 지능형반도체 분야 육성방안을 논의했다.
강성원 ETRI 박사는 "시스템반도체는 인텔, GPU(그래픽처리장치)는 엔비디아가 점령한 상황에서 OECD 모든 나라들이 AI에 적합한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해 전력질주하고 있다"면서 "칩에 SW를 결합해 지능화한 지능형반도체가 기존 반도체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또 한번의 혁신을 가져올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텔 같은 절대강자가 없는 지능형반도체 영역에서 우리 기업들이 승부를 해볼 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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