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젠트리피케이션 쇼크… "명동 맞먹던 서울관광 일번지 죽은지 오래"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젠트리피케이션 쇼크… "명동 맞먹던 서울관광 일번지 죽은지 오래"
외국인 '블로거들의 순례지'로 불리던 서울 북촌. 지난 20일 디지털타임스 연중캠페인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자문위원과 취재진이 찾은 북촌은 한집 건너 '임대문의'와 '할인' 팻말들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이슬기기자 9904sul@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젠트리피케이션 쇼크… "명동 맞먹던 서울관광 일번지 죽은지 오래"


1부. 풀뿌리상권이 경제 근간이다

2부. 풀뿌리상권 현장을 가다

19 서울 종로구 상권 Ⅱ

(삼청동·북촌)

3부. 희망의 노래를 부르자



상권 정밀진단
삼청동

대형 화장품 브랜드만 10곳이던 '전성기' 무색
한집 건너 임대문의·세일 팻말… "삼청동 맞나"
"임대료 너무 오르니 못버텨… 결국 다 떠났죠"


북촌·서촌
'한옥마을' 유명세… 한때 내외국인들로 북적북적
'사드'로 중국 관광객 빠지면서 상황 완전히 변해
"경기침체 큰 타격… 유동인구 감소 심각하게 느껴"




'외국인 블로거들의 순례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과 북촌은 외국인 관광객들이라면 으레 찾는 '블로거들의 순례지'로 꼽힌다. 경복궁 옆 길을 따라 늘어선 미술관과 조그만한 카페가 한옥과 어우러져 다른 곳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삼청동만의 매력을 뽐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일본과 중국 등 해외관광객 뿐 아니라 국내 지방 관광객들의 여행 필수 코스가 됐다. 그렇게 삼청동을 비롯한 북촌 일대는 2010년부터 약 5년간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명동보다도 외국인들로 북적였던 이곳이 '임대문의'와 '할인' 팻말로 넘쳐나고 있다. 무엇이 이곳의 상권을 불과 5년도 안 되어 롤러코스터를 타게 만들었을까.

◇문 닫는 삼청동 상가…한 집 건너 '임대 문의'·'세일' = 지난 20일 오후 푹푹찌는 날씨에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삼청동을 찾았다. 불과 5년 전만해도 삼청동 길은 외국인 관광객 뿐만 아니라 국내 지방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관광객이 늘자 유명 화장품 브랜드숍과 신진 화장품 매장, 대형 커피숍 등이 잇따라 자리를 차지했었다. 한 때 삼청동엔 대형 화장품 매장만 10여 개에 달했다.

그러나 다시 찾은 이 길은 5년여 간의 전성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한산했다. 삼청 파출소에서 금융연수원까지 이어진 삼청길을 따라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던 이 곳은 그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했다. 이따금씩 한복 입은 외국인 관광객이 보였으나 한 두 쌍에 불과했다. 외국인들보다는 이곳에 터전을 잡고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 보일 뿐이었다.

삼청 파출소에서 금융연수원이 있는 길을 따라 걷는 내내 보이는 것은 '임대 문의' 팻말이었다. 삼청 파출소에서 불과 스무 걸음 정도 떨어진 맞은 편 길을 따라 상가 다섯 집이 연속해서 임대문의를 써 붙여 놓기까지 했다. 군산에서 놀러온 관광객 A씨(여·27)는 "몇 년 전부터 삼청동을 가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이번에 오게 됐다"면서도 "삼청 길을 중앙에 두고 양쪽 길을 따라 지어진 상가들 대부분이 임대 문의를 써붙여 놓은 상황을 보니까, 상권의 상황이 심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임대 문의' 팻말이 아니라면 대부분 상가엔 '세일'이 붙여 있었다. 삼청 파출소에서 금융연수원 가기 전 있는 삼 거리 방향에 들어선 옷가게와 신발가게 들의 할인 팻말이 유독 두드러졌다. 한 옷 가게는 4만5000원에 하는 여성 상의 옷은 3만원에, 4만8000원에 하는 여성 원피스는 3만원에 팔고 있었다. 신발가게는 이보다 더했다. 아예 '신발 50~70% 할인'을 대문짝 만하게 써 붙여 놓기까지 했다. 그 옆 집은 '30% 할인'을 써 붙인 옷가게가 차지했다. 품종을 막론하고 상가들이 세일 퍼센트를 놓고 경쟁하고 있었다.

장사한 지 2년 된 옷가게 주인은 "모두들 치솟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나가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에는 언론에 젠트리피 케이션이 하도 이슈가 되다보니, 집 주인들도 임대료를 낮춰주려고는 한다"면서도 "문제는 집주인이 호의를 베풀어 전체 임대료의 200만~300만원을 빼준다고는 하지만, 빼준 임대료마저도 낼 상황이 안 되다보니 다들 이곳을 뜨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을 상대로 공예품을 파는 집 주인은 "예전에는 특이한 물품을 사러 오는 외국인이나 국내 관광객들이 많았었지만, 현재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삼청동을 찾는 사람들은 다들 삼청길을 따라 뒷쪽에 생긴 카페 정도를 찾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가 알기로는 삼청동이 젠트리피케이션 1호 동네라고 알고 있다"면서 "현재도 그 영향이 지속되고 있어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북촌이라고 낫지 않아…상가 앞 주차 금지는 옛말 = 삼청 파출소에서 정독 도서관 방향으로 나 있는 오르막길인 북촌길을 따라 걸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길을 따라 즐비한 양 옆의 상가들 역시 임대문의 팻말을 써붙이고 있었다. 드문드문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거나 돌아다니기에 바빴지만, 정작 외국인 관광객보다는 이 곳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이 눈에 띄었다.

동네 주민 B씨(남·70대)는 "2013년 정도만 해도 이곳은 외국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면서 "명동보다도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창 정부에서 한옥마을 살리기 등등을 하면서 자본이 이곳으로 몰리고 언론도 집중 조명해주고 하면서 이곳이 갑자기 떴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도 "사드사태가 일어나고서부터 중국인 관광객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불과 5년도 채 안돼서 상황이 180도로 흘러가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북촌동 한옥마을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주인(여, 40대)은 "상가 앞으로 다들 차를 댈 수조차 없는 분위기"였다면서도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도 없고 하니 다시 차들도 주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수 상황이 좋지 않으니까 기본적으로 국내 관광객들도 오지 않을 뿐더러 외국인 관광객들조차도 이전에 비하면 많이 줄어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지역에서 거주한 지 10년이 넘은 장문정 소장(MJ연구소)은 "이전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 길거리 매대를 통해서만 하루에 100만원을 버는 사람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도 "현재는 북촌동 일대에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긴 줄을 서게 하던 상가들이 망하는 것을 보고, 이 곳이 회생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내가 이 곳에서 산 지가 10년이 넘었는데 한 식당 자리에만 6번이나 주인이 바뀔 정도로 심각했다"면서 "결국엔 임대료가 오르니 상가 주인들이 떠나간 것이고, 심지어 장사를 하기 위해 임대료를 내고 건설하는 도중에 임대료가 또 올라 이를 버티지 못하고 나간 가게도 있다"고 말했다.

◇서촌 상황도 마찬가지…젠트리피케이션·내수 침체 영향권 = 지난 23일 찾은 서촌 일대의 상황도 삼청동이나 북촌과 다를 바 없었다. 서촌에서 2년 째 빵집을 운영 중인 주인 C씨(여·40대)는 "전반적으로 이전보다 유동인구가 줄어든 것을 체감하고 있다"면서 "주말이면 관광객들이 찾아오긴 하지만 이전보다 덜한 수준이고, 그것이 아니고서는 결국 점심 시간에 나오는 직장인들이 대부분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엔 내수경기가 침체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곳에서 조경 사업을 하고 있는 주인 D씨(남, 50대) 또한 "내수경기가 침체되다보니 이전보다 지나가는 관광객들도 줄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병서기자 BShwang@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