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티나는 광복절티셔츠·텅빈 유니클로… `노재팬` 유통가 희비

젊은층 중심 점점 번지는 불매 운동
무인양품 등 대표 日점포 지속 외면
막말 파문 DHC도 시장 퇴출 위기
모나미·탑텐 등은 한정판 국산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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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경제 전면전

[디지털타임스 김민주 기자] "한국은 원래 금방 뜨거워졌다가 식는 나라다." 지난 12일 아오야마 시게하루 일본 자민당 의원이 DHC 자회사 DHC텔레비전에 출연해 한국의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이같이 비하했다.

일본 불매운동 한 달째. 아오야마 의원의 발언과 달리, 한국의 일본 불매운동은 들불처럼 번져나가 좀처럼 꺼질 줄 모르는 모습이다.

불티나는 광복절티셔츠·텅빈 유니클로… `노재팬` 유통가 희비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IFC몰에 위치한 유니클로의 썰렁한 모습. 이날 오후 6시 유니클로를 찾은 손님은 4~5명에 불과했다.

김민주기자


◇유니클로·무인양품 여전히 텅텅…DHC 제품도 빠졌다= 광복 74주년을 며칠 앞둔 12일 저녁 6시쯤 서울 여의도 IFC몰은 퇴근 시간을 맞아 저녁을 먹고 쇼핑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에스컬레이터 바로 옆에 위치해 최고 명당자리로 불리는 유니클로 매장은 고요하다 못해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기간한정' 가격으로 할인한다는 팻말만 무색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세일 때마다 대란 수준으로 붐비던 과거와 비교하면 일본 불매운동에 대한 국민 정서를 직간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1층과 2층으로 이뤄져 있는 유니클로 매장 안은 직원들만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날 매장에서 만난 손님은 4∼5명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이거나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연인으로 추정되는 젊은 남녀를 만났으나, 기자를 감시자로 오해한 여성이 남성의 팔을 꼬집으며 황급히 매장 밖으로 끌고 나갔다. 최근 유니클로에서 쇼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올리는 '유파라치(유니클로+파파라치)'를 의식한 행동이었다.

기자는 유니클로 직원에게 손님들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넌지시 말했다. 이에 유니클로 직원은 "일본 불매운동으로 방문 손님이 뚝 떨어졌다"며 "그래도 매장을 꾸준히 방문하는 손님들은 있다"고 답했다. 추가적인 질문을 하는 기자에게 직원은 난색을 표하며 "일본 불매운동에 대한 본사의 별도 지침은 없었으며, 더 이상 말씀드리는 것은 곤란하다"며 자리를 피했다.

때마침 매장에서 만난 젊은 여성에게 어떻게 방문하게 됐는지 물었다. 이 여성은 "구매를 하려고 들어온 게 아니라 지나다가 궁금해서 그냥 들어온 것뿐"이라며 "요즘 워낙 이슈라서 신기해서 들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IFC몰에 위치한 무인양품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무인양품 역시 매장이 1층과 2층으로 이뤄져 있다. 무인양품의 경우 유니클로보다 더욱 한산했다. 1층과 2층에서 만난 손님은 부부로 보이는 외국인 관광객 2명뿐이었다. 직원들만 천천히 옷을 개거나, 서류를 보는 등 민망한 자리를 지켰다. 반면 무인양품 근처에 위치한 생활용품점 자라홈은 사람들로 붐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DHC 막말 파문으로 화장품 업계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이날 함께 방문한 헬스앤뷰티(H&B)스토어 올리브영 내 진열대에는 DHC 화장품만 덩그러니 빠져있었다.

올리브영 직원은 "본사 지침으로 이제 DHC 전 제품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 비하 발언으로 DHC가 논란을 일으키자마자 즉각 대응에 나선 것이다. 롭스, 랄라블라 역시 DHC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H&B스토어들은 일본 불매운동이 커지기 시작하자, 2∼3주 전부터 매장에서 진행하는 각종 행사에서 일본 브랜드를 배제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일본 불매운동이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대책 마련에 정신이 없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민 정서를 고려하면, 일본 불매운동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까지 마케팅이나 프로모션에서 일본 제품을 제외하는 수준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사태가 커지면 다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티나는 광복절티셔츠·텅빈 유니클로… `노재팬` 유통가 희비
탑텐 광복절 티셔츠. 이 티셔츠는 기획물량 1만장 중 95% 이상이 판매됐다.

탑텐 제공


◇ 日 불매운동 속 광복절 맞이 국산 한정판은 '완판행렬'= 반대로 일본 불매운동에 따른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는 국내 기업도 부쩍 늘어난 모습이다.

제조·유통 일괄형(SPA) 국내 브랜드 탑텐이 광복절을 앞두고 7월 초 출시한 '8.15 캠페인 티셔츠'는 최근까지 전체 기획물량 1만장 중 95% 이상이 판매됐다. 현재 매장에 남은 물량은 소량이고, 온라인상에서는 주요 사이즈 제품이 대부분 소진됐다.

탑텐은 앞서 2월에도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한 티셔츠를 출시하는 등 올해 독립을 주제로 한 한정판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 캠페인의 인기는 탑텐의 7월 매출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끌어올렸다.

국산 문구 브랜드 모나미가 5일부터 예약판매를 시작한 'FX 153' 광복절 한정판 패키지도 출시 하루 만인 6일 핫트랙스 1000세트, 11번가 5000세트, 모나미몰 1000세트 등 초도물량 7000세트가 매진됐다. 이어 시작한 2차 예약판매에서도 1000세트가 추가 완판되는 등 1, 2차에 걸쳐 예약판매분 8000세트가 모두 팔렸다. 모나미가 지난 11일 11번가에서 1000세트 한정 판매한 '153 무궁화'도 물량이 소진됐으며, 나머지 1000세트는 15일 판매할 예정이다.

김민주기자 stella251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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