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부터 삼성·한화·교보·미래에셋 등 대기업에 속한 금융그룹도 은행지주사와 동일하게 위험관리실태 평가를 받는다.
11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삼성생명, 한화생명, 미래에셋대우, 교보생명, 현대캐피탈, DB손보, 롯데카드 대표를 금융위원회에 불러 '금융그룹CEO간담회'를 갖고, "금융그룹감독제도 도입은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추진했다"면서 "국내에는 처음 도입되는 제도로서 재벌을 겨냥한다는 오해와 중복규제·과다규제라는 우려도 있었다"고 운을 뗐다.
최 위원장은 "그러나 금융그룹감독은 기존 업권별 감독으로는 걸러내지 못하는 그룹차원의 리스크에 대한 보충적 감독제도로 국제적으로 확립된 금융감독규범"이라고 강조하고, "감독대상은 모범규준 시범운영 기간 중인 점을 감안해서 현행 7개 그룹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7개 그룹은 삼성, 한화, 미래에셋, 교보, 현대차, DB, 롯데다.
은행지주사처럼 금융감독을 받게 되는 그룹은 기업집단 내 2개 이상의 금융회사가 있는 복합금융그룹이면서 자산총액 5조원 이상, 인·허가 및 등록 금융회사 1개 이상인 조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다. 일례로 교보증권과 같은 비주력 금융사의 경우 자산 규모가 5조원 이상이면 모두 감독대상에 포함하던 것에서, 비주력업종의 비중도 고려해 포함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교보생명은 생명보험 부분이 60%이상이다.
또 매각이 진행 중인 롯데의 경우 하반기 매각이 완료된 후 공정거래위원회의 계열분리 심사가 완료되면 감독대상에서 제외할지 결정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롯데의 경우는 현재 (금융계열사)매각을 진행하고 있는데 아마 하반기쯤 매각 완료 후에, 공정거래법에 따른 기업집단 계열분리 신청 결과를 보고 평가해야 할 것 같다"면서 "현 단계에서는 7월 감독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금융그룹에 대한 위험관리실태평가는 올 하반기부터 매년 2~3개 금융그룹을 대상으로 실제 평가를 실시하게 된다. 대표의 권한 등 위험관리체계(30%)와 자본적정성(20%), 위험집중·내부거래(20%), 소유구조·이해상충(30%) 등이 주요 평가부문이다. 평가에서 4등급 이하를 받은 경우 경영개선계획 제출을 권고하고 리스크 강화를 위한 컨설팅, 개선권고 등을 진행한다. 이르면 9월 경 첫 실태평가가 진행된다.
이어 내년 상반기부터 자본적정성 기준을 구체화한다. 지난해 말 기준 7개 금융그룹의 평균 자본비율은 244% 수준으로 전이위험 등을 반영하면 보다 하락한다는 전망이다. 자본비율은 자본합계에서 중복자본을 차감한 수치를 최소요구자본과 집중위험, 전이위험 가산 합계로 나눈 값으로 100%보다 크면 안정적이라고 판단한다.
최 위원장은 "과거 금융그룹의 동반부실로 인해 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했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동서증권('97), 대한종금('99), 대우증권('00), 대한생명('02), 동양증권('13) 등의 부실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나 통합감독법은 국회에 발목이 잡히면서 지난 1년간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최 위원장은 "금융그룹감독 법제화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아직도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1일 금융위원회에서 삼성생명, 한화생명, 미래에셋대우, 교보생명, 현대캐피탈, DB손보, 롯데카드 대표를 불러 '금융그룹CEO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최 위원장은 "금융계열사 소유 대기업들의 우회출자를 통한 중복자본과 과도한 내부거래 등이 여전히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11일 금융위원회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주재하는 '금융그룹CEO간담회'를 실시하기 전 실무팀장들이 백브리핑을 갖고, 금융그룹감독제도에 대해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심화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