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연 역할 재정립 필요성
바이오분야 VC 투자 과잉 공급
공공 혁신기술 만들 정책 펴길
바이오분야 VC 투자 과잉 공급
공공 혁신기술 만들 정책 펴길
대한민국 혁신성장의 길을 묻다 (하)
R&D 패러다임 변화 전략
무한 혁신경쟁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R&D(연구개발)와 관련한 정부·기업·시민·연구기관의 역할을 새로 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기업 R&D는 정부가 연구기획을 하는 게 아니라 기업에 밑그림을 맡겨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개발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바이오기업의 한 CTO는 "산업화에 초점을 뒀던 정부 R&D를 이제 민간이 하지 못하는 영역 위주로 구조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리스크가 큰 혁신연구, 기업이 못 하는 공공영역에 투자를 집중하는 동시에 R&D 평가, 성공 기준, 실패에 대한 자산화 등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는 것.
그는 "최근 바이오 분야에 벤처캐피털 투자가 과잉 공급되다 보니 바이오 회사 가치가 턱없이 올라가고 있는데 이는 다른 투자처가 많지 않고, 좋은 기술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면서 "정부는 지속적으로 좋은 기술을 만들고 공공영역에서 혁신기술을 만들도록 R&D 정책을 과감히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출연연 소속 한 전문가는 공공연구의 전면적인 전략 수정과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화 지원에 초점을 맞춰 온 공공연구는 산업 수준이 선진국에 근접한 시점에 더 이상 맞지 않은 만큼 공공 연구기관의 R&D 목표와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공공 연구기관은 국가·글로벌 아젠다에 대한 과학기술적 해법을 내놓는 데 집중하고, 융합연구와 산학연 네트워크를 유도하는 재정적·제도적 장치를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정책연구기관 전문가는 "정부는 '전환 플랫폼'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면서 "문제해결을 위한 자원과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주체들이 협업해 문제를 풀도록 연계해 주는 '네트워크 형성자'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전문가는 "기업과 산업 발전이 고용 창출로 이어지고 성과가 사회로 흘러간다는 '낙수이론'은 설득력을 잃었다"면서 "기존 산업이 빠르게 레드오션화 하는 상황에서 기업은 사회난제 해결을 통해 성장기회를 얻는 사회문제 해결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시민과 소비자도 제품·서비스 이용자에서 나아가 혁신 핵심 주체로 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닫혀있는 실험실과 달리 공공·기업·시민이 협력해 혁신시스템을 소규모로 시험하고 현장을 바꿔 나가는 '리빙랩' 확산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R&D컨설팅 기업 CEO는 "산업육성을 위해서는 R&D와 비 R&D 수단을 패키지 지원하는 새로운 접근방법이 필요하다"면서 "이와 함께 공공 혁신구매, 사회적경제 활성화 등 수요자 관점에서의 혁신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업 소속 한 전문가는 실제 시장을 개척할 혁신기업을 효과적으로 키울 수 있도록 국가R&D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전문가는 "국가R&D 참여 과정에서 아이디어와 연구결과가 대부분 공개되고 저작권을 공동 소유해야 하다 보니 실제 시장을 개척할 대기업과 혁신기업들은 국가 R&D 참여를 꺼린다"면서 "경쟁력 없는 기업에 나눠주기식, 선진국 따라가기식 R&D로는 건지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R&D 인건비가 엔지니어링 단가에도 못 미치는 것도 문제"라면서 "인건비를 현실화하고 50%에 달하는 대기업 분담률을 완화해 첨단 기업이 오히려 정부R&D에 참여하지 않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R&D 성과를 특정 기간 과제 수행자와 정부기관만 보유하는 기술 보호제도 도입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과학기술 연구기관 한 연구원은 "현재 중기·벤처 지원정책은 예비창업·창업·중소기업·중견기업·글로벌기업 등 성장단계나 기업규모에 따라 R&D 자금을 보조금같이 주는 식이다 보니 단순 하청기업이나 기술 미보유 기업, 자체 R&D 능력이 없는 기업도 지원을 받는다"면서 "이는 국가R&D 지원 취지에 어긋나고 중장기적으로 발전 가능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단계·규모별 지원체계를 버리고 핵심기술 보유 여부, 발전 가능성, 글로벌 진출 가능성 등을 따져 기업이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과학기술 정책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기업지원 사업은 연구기획을 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면서 "또 공공부문 R&D 결과물의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기술성숙도 단계가 높을수록 민간 연구비 매칭 비율을 높이고 기술 수요자가 연구주제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R&D 패러다임 변화 전략
무한 혁신경쟁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R&D(연구개발)와 관련한 정부·기업·시민·연구기관의 역할을 새로 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기업 R&D는 정부가 연구기획을 하는 게 아니라 기업에 밑그림을 맡겨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개발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바이오기업의 한 CTO는 "산업화에 초점을 뒀던 정부 R&D를 이제 민간이 하지 못하는 영역 위주로 구조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리스크가 큰 혁신연구, 기업이 못 하는 공공영역에 투자를 집중하는 동시에 R&D 평가, 성공 기준, 실패에 대한 자산화 등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는 것.
그는 "최근 바이오 분야에 벤처캐피털 투자가 과잉 공급되다 보니 바이오 회사 가치가 턱없이 올라가고 있는데 이는 다른 투자처가 많지 않고, 좋은 기술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면서 "정부는 지속적으로 좋은 기술을 만들고 공공영역에서 혁신기술을 만들도록 R&D 정책을 과감히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출연연 소속 한 전문가는 공공연구의 전면적인 전략 수정과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화 지원에 초점을 맞춰 온 공공연구는 산업 수준이 선진국에 근접한 시점에 더 이상 맞지 않은 만큼 공공 연구기관의 R&D 목표와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공공 연구기관은 국가·글로벌 아젠다에 대한 과학기술적 해법을 내놓는 데 집중하고, 융합연구와 산학연 네트워크를 유도하는 재정적·제도적 장치를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정책연구기관 전문가는 "정부는 '전환 플랫폼'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면서 "문제해결을 위한 자원과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주체들이 협업해 문제를 풀도록 연계해 주는 '네트워크 형성자'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전문가는 "기업과 산업 발전이 고용 창출로 이어지고 성과가 사회로 흘러간다는 '낙수이론'은 설득력을 잃었다"면서 "기존 산업이 빠르게 레드오션화 하는 상황에서 기업은 사회난제 해결을 통해 성장기회를 얻는 사회문제 해결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시민과 소비자도 제품·서비스 이용자에서 나아가 혁신 핵심 주체로 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닫혀있는 실험실과 달리 공공·기업·시민이 협력해 혁신시스템을 소규모로 시험하고 현장을 바꿔 나가는 '리빙랩' 확산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R&D컨설팅 기업 CEO는 "산업육성을 위해서는 R&D와 비 R&D 수단을 패키지 지원하는 새로운 접근방법이 필요하다"면서 "이와 함께 공공 혁신구매, 사회적경제 활성화 등 수요자 관점에서의 혁신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업 소속 한 전문가는 실제 시장을 개척할 혁신기업을 효과적으로 키울 수 있도록 국가R&D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전문가는 "국가R&D 참여 과정에서 아이디어와 연구결과가 대부분 공개되고 저작권을 공동 소유해야 하다 보니 실제 시장을 개척할 대기업과 혁신기업들은 국가 R&D 참여를 꺼린다"면서 "경쟁력 없는 기업에 나눠주기식, 선진국 따라가기식 R&D로는 건지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R&D 인건비가 엔지니어링 단가에도 못 미치는 것도 문제"라면서 "인건비를 현실화하고 50%에 달하는 대기업 분담률을 완화해 첨단 기업이 오히려 정부R&D에 참여하지 않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R&D 성과를 특정 기간 과제 수행자와 정부기관만 보유하는 기술 보호제도 도입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과학기술 연구기관 한 연구원은 "현재 중기·벤처 지원정책은 예비창업·창업·중소기업·중견기업·글로벌기업 등 성장단계나 기업규모에 따라 R&D 자금을 보조금같이 주는 식이다 보니 단순 하청기업이나 기술 미보유 기업, 자체 R&D 능력이 없는 기업도 지원을 받는다"면서 "이는 국가R&D 지원 취지에 어긋나고 중장기적으로 발전 가능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단계·규모별 지원체계를 버리고 핵심기술 보유 여부, 발전 가능성, 글로벌 진출 가능성 등을 따져 기업이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과학기술 정책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기업지원 사업은 연구기획을 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면서 "또 공공부문 R&D 결과물의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기술성숙도 단계가 높을수록 민간 연구비 매칭 비율을 높이고 기술 수요자가 연구주제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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