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샌드박스 한시적 조치에 불과
정권 바뀌면 어떻게 바뀔지 몰라
법으로 신기술·서비스 길 터줘야
신사업 수익 기존사업자에 분배
제2 카풀 갈등 해결 물꼬 될수도
정권 바뀌면 어떻게 바뀔지 몰라
법으로 신기술·서비스 길 터줘야
신사업 수익 기존사업자에 분배
제2 카풀 갈등 해결 물꼬 될수도
대한민국 혁신성장의 길을 묻다 (상)
성장과 혁신의 길 위에서 흔들리는 대한민국호는 어떤 이정표를 세우고 달려야 하는가.
기술혁신 전문가들은 "혁신 리스크를 정부가 적극 부담하고 모험자본시장 육성, 규제혁신을 통해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기술혁신·디지털시대에 맞도록 정부 역할을 재정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디지털타임스는 3월 창간을 맞아 기술경영경제학회(회장 이병헌 광운대 교수)와 공동으로 국내 기술혁신·경영 전문가들에 국가혁신 전략을 물었다. 기술경영경제학회는 기업·대학·연구기관 전문가들이 혁신전략을 공유하는 학술단체로, 지난 1992년 6월 창립돼 27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디지털타임스와 기술경영경제학회는 산업계, 연구기관, 학계를 망라한 이들 전문가들에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 △국가 R&D 체질강화 방안 △신산업 규제혁신 방안 등 총 9가지의 질문을 제시하고, 혁신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듣고자 했다. 조사는 2월14일부터 약 한달간 진행했다.
디지털타임스·기술경영경제학회 공동조사
성장과 혁신의 길 위에서 흔들리는 대한민국호는 어떤 이정표를 세우고 달려야 하는가.
기술혁신 전문가들은 "혁신 리스크를 정부가 적극 부담하고 모험자본시장 육성, 규제혁신을 통해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기술혁신·디지털시대에 맞도록 정부 역할을 재정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디지털타임스는 3월 창간을 맞아 기술경영경제학회(회장 이병헌 광운대 교수)와 공동으로 국내 기술혁신·경영 전문가들에 국가혁신 전략을 물었다. 기술경영경제학회는 기업·대학·연구기관 전문가들이 혁신전략을 공유하는 학술단체로, 지난 1992년 6월 창립돼 27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디지털타임스와 기술경영경제학회는 산업계, 연구기관, 학계를 망라한 이들 전문가들에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 ▲국가 R&D 체질강화 방안 ▲신산업 규제혁신 방안 등 총 9가지의 질문을 제시하고, 혁신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듣고자 했다. 조사는 2월14일부터 약 한달간 진행했다.
기술경영경제학회 기술혁신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 중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가장 잘한 일로 꼽았다. 그러나 아직 마구잡이식 '갈라파고스 규제'가 곳곳에 있는 만큼, 보다 강력한 규제혁신을 밀어붙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IT기업의 한 임원은 "규제 샌드박스는 일종의 특례제도로,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분위기가 달라질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면서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하는 대부분의 산업은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영역인데, 특례제도를 통해 선별적으로 해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ICT(정보통신기술),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는 규제 샌드박스가 아니라 제도 개선을 즉각적으로 해야 기업이 투자에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문가는 특히 "정부가 기술과 시장에 맞는 규제개선을 하지 않다 보니 카카오 카풀 사태 같은 극단적인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신기술 기반 산업 구조조정을 정부가 나서서 보호하면 카풀 같은 심각한 갈등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공공서비스와 민간이 경쟁하는 분야는 잠재적으로 모두 이같은 갈등요소를 갖고 있다"면서 "정부가 과거부터 정의하고 규제해온 서비스를 옹호할 게 아니라 시장충격을 최소화하면서 규제완화를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 정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는 한시적 조치에 불과한 만큼 서둘러 관련 법령을 제·개정해 신기술·신서비스의 길을 터 줘야 한다"면서 "제도 적용을 위한 행정기관과 지자체의 인력보완과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규제 샌드박스로 인한 문제점에 철저히 대비하되 담당 공무원이나 사업자의 책임을 묻지 않아야 도전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오기업의 한 CTO는 "앞으로는 규제의 유연성에 중심을 둬야 한다"면서 "미국, 중국, 일본 등은 신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정부가 적극 나서서 허용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는 정책을 펼친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국가 경제적으로 너무 중요한 시기이고, 자칫 타이밍을 놓치면 글로벌 경쟁력을 영영 잃어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출연연 소속 한 정책 전문가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는 5년간 우버 탑승객에 보조금 1달러를 걷어 택시운전사에게 연간 2만달러씩을 지급하고 미 메사추세츠주는 우버 1회 이용 시 마다 20센트의 세금을 부과해 그중 25%를 기존 택시업계 지원에 쓰고 있다"면서 "정부가 혁신과 규제 사이의 갈등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전문가는 "신산업은 여러 부처와 연관되는데 사업자가 칸막이식 규제에 일일이 대응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면서 "궁극적으로 국가 규제 프레임을 네거티브 규제로 바꿔 혁신기업들이 다양하고 창의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개입이 필요한 경우, 관련 정부부처가 매트릭스 구조의 규제TF를 구성해 규제 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제안했다. 한 연구기관 전문가도 "빅데이터, 핀테크 등 ICT 신산업을 키우기 위해 규제개선이 아니라 무규제 후 필요한 규제를 마련하는 식의 접근전략을 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IT 정책연구기관 소속 전문가도 "신산업의 수익을 기존 산업 종사자에게 일정 부분 분배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예를 들어 카풀서비스, 카카오택시 등의 수익 일부를 기존 택시업계 종사자들에게 보조금 형태로 주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한 대학교수는 혁신 비즈니스 출현으로 피해를 입는 업종 종사들을 대상으로 정부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일선 관청에서 여전히 복잡한 서류를 요구하는 업무가 많다 보니 규제혁신 체감도가 낮다"면서 "각종 인허가 과정의 서류를 간소화하고, 시행령·시행규칙에 숨어있는 세부 규제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공공연구기관장도 "더 많은 전문가들을 상시 채용해서 필요한 규제혁신이 조기에 상시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제혁신 지원조직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한 정책연구기관 전문가는 "규제 샌드박스 적용 과정에서 축적된 신뢰·지식·네트워크는 이후 이뤄지는 기술·서비스 개발에 중요한 자산이자 플랫폼이 될 것"이라면서 "일례로 스마트시티도 규제 샌드박스를 잘 활용하면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경험·시설·네트워크를 축적해 나가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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